대지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5
펄 S.벅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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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놀란 것은 대지의 작가가 미국인이라는 점이었다.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가 중학생이었을 무렵인데 그 당시에는 역량있는 중국인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 여류 작가였던 것이다. 어찌나 놀랐던지...펄 벅이 선교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서 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927년 국민 정부군이 남경으로 쳐들어왔을 때 온가족이 몰살당할 뻔했는데 그일로 인하여 그녀는 동서간의 균열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동양과 서양의 어긋남에 대하여 고심하였고 이것이 창작의 배경이 되었다. 펄 벅은 미국인으로서 이 균열을 제2의조국인 중국에 대한 애정으로 메워보고자 하였다. 참고로 펄 벅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살아있는 갈대'라는 작품도 썼었고 얼마전 이 일로 방한도 했었다.

펄 벅의 대표작인 '대지'에는 제국주의를 배경으로 서양과 마찰을 빚는 중국인들의 기쁨과 슬픔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왕룽이라는 가난한 농부가 얼굴은 못생겼지만 현모양처인 아내 오란과 정성을 다하여 농사를 하며 부농이 되고, 후에 대기근으로 남쪽으로 유랑을 하게 되지만 재물을 얻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대부호가 된다. 이런 집안 융성의 배후에는 오란의 내조가 크지만 연이은 왕룽의 첩장가로 오란은 쓸쓸하게 죽고 왕룽 역시 늙어서 인생의 황혼을 느낀다. 마지막에 임종의 자리에 있는 왕룽의 옆에서 아들들이 땅을 팔려는 논의를 하는 대목은 정말 극적이었다.

여러 면에서 우리 정서에도 맞고 '토지'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고전의 위치에 있는 작품치고는 수월하게 읽히며 일반 소설 못지 않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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