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생기부 필독서 50 - 의대 합격생만 1,000명 이상 배출한 의대 전문 컨설턴트가 공개하는 필독서 시리즈 15
신진상 지음 / 센시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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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동생이 아팠다. 나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나중에 커서 들은 바로는 그 당시에는 건강보험이 없었기 때문에 입원비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비쌌다고 한다. 부모님은 큰돈을 구하기 어려워 원무과에 사정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가 아픈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드셨을 텐데 병원비까지 걱정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미국은 의료민영화로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지금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참 살기 좋구나 싶다. 놀이공원에서 비싼 티켓을 사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것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의료 서비스만큼은 돈의 논리로만 사고파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2,000명 의대 증원으로 시끌시끌하다. 의사들의 파업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가족 중에서 지금 당장은 대학병원에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 없지만, 불행은 언제든 예고 없이 닥치는 법이고, 응급상황이 벌어졌는데 의사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의대정원에 관한 정부와 의협의 주장 중에서 어느쪽이 맞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하는 행위는 옳지 않아 보인다. 불이 났는데 소방관이 파업 중이라 올 수 없다고 한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의대 생기부 필독서 50'을 읽고 의사의 자질과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해볼 수 있었다. 엊그제 치과를 다녀왔고, 며칠 후 이비인후과를 갈 예정이다. 살면서 변호사 사무실에 가볼 일은 드물 수 있지만, 병원은 일상으로 드나든다. 의사를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신진상 님은 의대 입시 전문 컨설턴트이다. 입시 전문가이자 독서의 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의대 교수들이 생기부에서 보고 싶어 한다는 책 50권을 추천한다. 50권이나 되지만 어느 책 하나도 허투루 소개하는 법이 없다. 책마다 한 권 한 권 심장으로 느꼈을 사연과 감동이 전해진다. 평소에 책을 얼마나 많이 읽고 또한 책을 사랑하는지 독서광의 깊은 독서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북소물리에 같아서 책을 정말 맛있게 소개하는데, 그의 표현 과정을 보고 있으면 이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다.


책이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은 의학은 이과가 아니라 문이과의 융합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인문학 쪽에 더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의사가 치료하는 것은 물건이 아나리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숫자'나 '질병덩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인격을 가진 귀하디 귀한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의사의 소중한 자질이다. 배워서 남에게 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의학이 그것을 실천하기에 가장 적합한 학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의미를 추구하고 인간관계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가치관과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_p.245"


의사의 단정적인 말투에 환자와 그 가족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은 우주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모든 법칙이 예외없이 적용되는 그런 경우란 없다고 생각한다. 시한부를 선고 받고 모두 다 곧 죽을 거라고 말해도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케이스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학의 법칙 3가지가 직관, 예외, 편향인 것을 보면(이 말은 의학에는 법칙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의학이 자연과학보다 인문학 쪽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 와닿습니다. _p.243"


정시로 의대에 가는 것은 n수생과도 경쟁해야 하므로 매우 어렵다. 최근 수능이 메디컬고시가 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왕년에 공부 좀 해봤다는 고인물들이 수능에서 함께 경쟁한다. 심지어 의대나 한의대 지원을 위해 다시 수능을 보는 학교 선생님들도 계시다고 하니 수능에서 높은 백분위를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다. 수능 전체에서 3문제(?) 안쪽으로 틀릴 자신이 있으면 정시에 올인하라는 말도 있다. 고로 현역이라면 수시 학종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준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방법이며 학종에는 독서가 답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책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역시 독서가 이래저래 정답이었나보다. 텍스트를 읽는 것은 세상을 읽는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의대 교수들은 책을 잘 읽는 학생을 좋아한다.


"의대는 세특과 창체에 적힌 독서 활동을 꼼꼼히 봅니다. _p.5"


독서를 독서와 창체에 녹여내는 것이 의대 생기부에 국한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학부에도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애초에 독서를 좋아해서 생기부에 스며들었던지 아니면 생기부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던지, 그 순서에 상관없이 독서에 빠져드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의대는 합격하는 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독서광이며 의대 교수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의대 생기부에는 필연적으로 독서 활동이 포함돼 있습니다. _p.6"




이 책의 특장점 포인트는 책을 창체와 세특에 녹일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에 있다.


<<눈물 한 방울>>

이어령 교수의 시는 2023년 서울의대 수시 지균전형 면접에서 제시문으로 사용된 적이 있는데, 이런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딸을 잃은 아버지를 의사의 입장에서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눈물 한 방울>>의 글을 읽고 울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야 크게 공감을 하면서 훨씬 인간적인 답변을 할 수 있을 겁니다. _p.100"



<<눈물 한 방울>> 책을 어떻게 창체에 녹일 수 있을까 싶지만 '자율 활동'으로 이어령 교수의 시를 음송한 뒤 그 시를 선택한 이유와 느낌을 돌아가면서 발표할 수 있다. '진로 활동'으로는 시 '생각은 언제나 문명의 속도보다 늦게 온다'를 통해 실제 기술과 기술을 재는 단위 표준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며 인문학으로 시작 산업공학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세특에 녹이는 방법으로는 '한국사'에서 국립암센터의 역사 알아보기, '생명과학2'에서는 이어령 교수를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암의 유형과 특징 조사가 제시되어 있다.


<<불편한 편의점>>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학생, 공시생, 노숙자 등 다중 초점 렌즈처럼 모든 등장인물의 시선을 보여주며, 활어처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이라 소개한다.


창체에 녹이는 방법은 '자율 활동'으로 일의 의미, 직업의 귀천,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해 발표 및 질의응답 한다. '동아리 활동'으로는 책의 주인공이 일했던 강남 성형외과의 기발한 광고 기법을 분석해 보기, '진로 활동'으로는 성형외과가 생기부에서 언급해서는 안 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바뀐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의대 졸업자가 해마다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지 메디컬 신문에서 자료 조사하기가 있다. 세특에 녹이는 방법은 '사회문화'에서 사회계층과 불평등의 사례로 책을 활용하기, '철학'에서는 불편이라는 개념을 놓고 철학적 사유를 펼칠 수 있다.


<<수학의 쓸모>>

수학이 인류문명에 기여해 온 역사를 다룬 책이다. '넷플릭스가 추천 영화를 골라내는 알고리즘, 구글의 번역 시스템에 돌아가는 원리' 등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신장병 환자의 GFR 수치들을 살핀 뒤 다른 실험실 검사에서 얻은 데이터 및 생체 신호와 결합해 신장 기능의 향후 결과 예측할 수 있고,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칼은 어떤 조직에 암세포가 들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의학에서 수학의 쓸모는 더욱 커질 겁니다. 인간 질병의 예측에는 수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의대는 점점 더 수학을 잘하는 의대생을 원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_p.179"


창체에 녹이는 방법은 '동아리 활동'으로 수학의 쓸모, 미적분의 쓸모, 확률과 통계의 쓸모 등으로 시리즈 기사를 준비해서 책의 내용 인용하기, '진로 활동'으로는 '수학은 어떤 식으로 의학 발전에 기여했는가' 등을 주제로 보고서를 쓰고 발표할 수 있다. 세특에 녹이는 방법은 '확률과 통계'에서 암 환자의 완치 판정은 어떤 수학적 원리로 결정되는지 조사하기, '미적분'에서는 MRI, PET, CT 등의 장비에 쓰인 미적분의 사례를 생기부에 활용할 수 있다.


<<청년의사 장기려>>

돈이 없어도 만나기만 하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장기려 고신대 의대 설립자에 관한 소설이다.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의사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서 살았던 인물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고신대 등은 학교 설립 자체가 기독교 전통에서 시작된 학교이고, 카톨릭대와 대구카톨릭대는 교수들 중에 상당수가 천주교 신자인 학교라고 한다. 카톨릭 관련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의사라는 직업이 소명의식과 동의어임을 삶으로 증명한 이태석 신부의 이름을 적어도 좋다. 이태석 신부님의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는 한때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중고생 시절 거의 반드시 읽었던 필독서였다고 한다.


창체에 녹이는 방법은 '동아리 활동'으로 봉사 동아리에서 한 봉사 내용을 적으면서 장기려 박사의 삶이나 책 속 문장을 활용하기, '진로 활동'으로는 '장기려 박사와 이태석 신부를 비교해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연구한다. 세특에 녹이는 방법은 '영어 독해와 작문'에서 장기려 박사가 받은 막사이사이상 관련 기사를 검색하며 필리핀의 역사 등을 영어 자료에서 찾아보기 등이 있다.





이렇게 책을 창체와 세특에 녹일 수 있는 방법들이 어쩌다 한 번씩 나온 것이 아니라, 소개하는 책 50권 모두 빠짐없이 모두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대한민국에서 의대 생기부를 가장 많이 봤다는 그와 같은 이력이 아니면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서울대, 울산대를 비롯한 많은 의대는 면접 때 생기부에 적힌 독서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교과 공부와 수능 공부도 중요하지만,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독서 활동은 현역 수시 의대 입시 성공을 약속한다. 우리는 책읽기가 비단 입시뿐 아니라 인생의 설명서가 되어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꼭 의대 준비생이 아니어도 인문, 사회, 의과학 등 다양한 책의 맛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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