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공부머리 대화법 - 스스로 질문하고 배우고 깨닫는 아이로 키우는 하루 한 문장 부모 대화의 비밀
김종원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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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출신 안철수 의원의 딸 안설희 씨가 코로나 침투 경로를 밝히는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됐다는 뉴스를 봤다. '콩 심은 데 콩 난다더니' '공부머리는 유전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 아이의 공부머리가 유전자가 아니라 부모의 말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작가가 있다. '부모의 말을 닮은 아이의 뇌 . . .' 참 무거운 말이다.

나의 말을 점검한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틀렸고 도대체 무슨 말을 이렇게 골라서 하며 살라는 건지 . . . 그러니까 또 부모가 문제라는 거군.' 괜히 찔리니까 뾰족한 마음이 든다. 차라리 '어차피 할 놈은 하더라'는 말이 편하고, 유전자에게 원인을 돌리며 조상님 탓을 하는 게 쉽다.

하지만 더 생각해 보면 바꿀 것이 '말'이어서 다행이다.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학군지로 이사 가지 않아도, 엄청난 사교육비로 허덕이지 않아도 단지 엄마의 '말'만 바꾸면 결국 해내는 똑똑한 아이로 클 수 있다. 돈도 들지 않고 나도 당장 해볼 수 있다. 뒤돌아보면 내 행동을 결정한 건 '생각'이었고 그 생각은 누군가의 '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김종원 작가님의 책은 표지를 넘기면 덮을 수가 없다. 치열한 연구와 사색을 통해 나온 문장들은 어려운 구석이 없고 술술 읽혀 이해가 쉽다. 마치 일타강사의 강의같다. 그래서 내가 문제를 풀었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해했고 감동했어도 내가 혼자서 풀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의 글은 미분 불가능한 점이 없는, 모든 구간에서 연속된 함수 같아서, 이번 책도 펼치자마자 다 읽어버렸는데, 책이 66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은 실천하라는 뜻인 것 같다. 작가는 한자 한자 눌러서 힘들게 썼겠지만 쉽게 읽히는 글을 좋아한다. 좋으니까 휘리릭 다 읽어버렸지만 나의 삶을 데리고 다시 돌아와 천천히 읽는다. 삶을 대입해서 풀어본다.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다 널 위해서 하는 거야."

나는 사랑을 담아 말하지만, 아이에게는 좀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

"내가 더 살아 봐서 잘 알지! 그러니까 너는 내 말만 조용히 들어!"

"생각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내 말만 들으면 되는 거야. _ p.46"

아이에게 무례했던 내 모습이 스친다. 몇십 년 더 살아봤고 경험해 봤다는 이유로 허락도 없이 아의의 삶에 들어가 내 생각을 강요했던 무례함이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아이에게는 폭력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_ p.46"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까? 분명 대신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

"멋진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너에게 더 중요한 일은 어떤 걸까? _ p.47"

스스로 빛날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말인 것 같다.

"너는 오늘 어떤 걸로 네 하루를 채울 예정이니? _ p.51"

책을 읽고 자주 들려주기 시작한 예쁜 말이다.



"너 하나만 보면서 살고 있어. _ p.57"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말이다. 사랑에 감사하지만, 책임감으로 눌리고 부담을 주게 된다. '공부'와 '보답'을 연결해서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영재는 오직 길러지는 것이며, 환경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_ 심리학자 피아제"

환경이 의미하는 것이 좋은 집과 돈, 이미 정해진 것들이라면 좌절했겠지만 내 말만 바꾸면 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책이 말하는 눈에 띈 영재들의 특성 중 하나는 "해결하려는 자세로 살기 때문에 쉽게 불평하지 않는다"이다. 앗, 그동안 뉴스를 보며 정치인들 탓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 . 나는 그동안 아이에게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 모두 정치인들 때문'이라고 반복해서 들려준 셈이다.

"현재 느끼는 나쁜 기분의 이유가 모두 남에게 있다고 말한다는 것은,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이 남에게만 있으니, 계속 그들의 탓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_ p.92"

남탓과 불만, 불평이 아니라 해결하려는 태도로 살아가는 아이는 얼마나 빛이 날까.

"한 걸음을 걸어도 스스로 선택한 시작일 때, 빛을 발하는 거니까요. _ p.63"

오늘의 내가 해야 할 일의 방향을 잡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을 찾아서 해내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고생스러워도 조금만 참고 공부하자. 5년만 참으면 앞으로 편안하니까. _ p.107"

공부는 고생이라는 공식을 심어주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한다고 해도 절대 편안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 이후에는 취직, 결혼, 출산, 육아의 더 큰 산이 첩첩산중으로 놓여있음을 알고 있다. 일단 대학은 잘 보내놓고 보자라는 다급한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아이들은 나중에 속았다고 생각하며 부모를 원망할 수도 있다.

"배우는 건 참 행복한 일이야. _ p.107"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의 장점은 '수학도 퀴즈처럼 재밌을 수 있고', '국어 문제집 속의 시나 소설을 읽고도 눈물을 흘릴 수 있으며', '영어 지문을 읽으면서 고대 철학가의 지혜를 얻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의 나름의 재밌는 구석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가 백 점을 맞았다고 기뻐서 말하는데 "반에서 몇 명이 백 점을 맞았니?"라는 말로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다.

"가장 사랑하는 부모가 자신의 노력과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면 끈기가 사라지죠. _ p.122"

인정과 사랑, 안정감을 주어 삶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받쳐주는 말이 나오도록 연습한다.

"책상 정리 하라고 했어, 안 했어!"

지적과 명령, 억압과 분노로는 아이의 행동을 잘 변하지 않는다. 작가의 제안대로 '생각의 유전자'를 심어준다.

"혹시 깜빡 잊은 거 아니지? 잘 알고 있지? _ p.157"

화내지 않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이 말을 반드시 입에 붙여야 한다.

"스스로 할 일을 생각하고 기억해 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변화를 줍니다. _ p.158"

찾고 싶었던 명문가의 비밀을 찾았다.

"대대로 지성과 품성이 뛰어난 명문가에서 다시 지성과 품성이 뛰어난 아이가 탄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말의 힘 때문이죠. _ p.164"

"명문가에서 다시 인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대대로 내려오는 언어의 철학과 말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언어의 힘이 가정과 아이를 성장시키는 결정적인 자본이 되는 거죠. _ p.237"

축구 게임 때문에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는데 좀 더 짧게 말했어야 했다. 마무리도 긍정이었어야 했고. 나는 특히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더 비난하고 과하게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무슨 말이든 공감이 먼저다! "게임 하고 싶은 마음 이해해!"



1. 짧게 말하기

"게임을 오래 하면 눈 건강에 안 좋아."

2. 아이의 의향 묻기

"너는 어떻게 생각해?"

3.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기

"너라면 알아서 절제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듣고 자라지 않아 낯선 화법이지만 명문가의 비밀이란다. 부정과 비난의 언어를 희망과 긍정의 말로 바꾼다.

"하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라는 판결형 표현이 아니라 "네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열린 표현을 사용한다. 스스로 이유를 찾고 생각해서 스스로 바뀌는 아이가 된다.

나의 기대를 물려주지 말고 부담스럽지 않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기대'를 자주 사용한다. 손톱 자르기를 귀찮아해서 "네 손톱이 트롤이니?"라고 비난했었는데 손톱깎이를 든 아이에게 "깔끔해질 손톱을 생각하니 벌써 개운하다." 기대의 말을 해주니 내 언어의 격 또한 올라간 것 같고 이래저래 서로 기분이 좋다. 대신 "전교 1등 할 수 있지?"와 같은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사실 속마음이야 그렇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한다.

"우리가 소홀하게 보낸 시간은 그대로 미래로 달려가서 불행한 일은 준비하고 있어. _ p.170"

시간의 가치를 알려주는 매일 1분의 시간을 낸다. 물려줄 돈은 없지만 시간의 가치를 알게 해줄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보다 큰 유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요?"

나이팅게일의 아버지는 확신에 찬 음성으로 답했다.

"네가 도울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갖고 있어야지. 공부를 통해서 그것들을 갖출 수 있단다. _ p.297"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함께 아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줄 수 있는 것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아이의 귀에 잘 들려주기 위한 낭독과 말 연습이었지만 내 안의 어린아이도 같이 치료받는 느낌이었다. 아이를 위한 말이 곧 나를 위하는 말과 다르지 않았음이다. 말이 가지는 힘을 새삼 다시 느낀다. 말은 유전자를 바꾸고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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