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싹둑! 코알라 미용실 1 - 무기력하거나 화가 날 때 고민 싹둑! 코알라 미용실 1
윤정 지음, 박현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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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기회가 생겨 만나게 된 분들이 있다. 사회적 기준으로 성공했으며 나이가 지긋하신 사업가, 변호사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분들이 모두 느린 말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특유의 차분하고 온화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분들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본 것은 바로 '나'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나도 쉽게 화내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목소리가 커졌고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사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인데, 한두 번 잔소리해서 안들으면 소리를 지르게 된다. 화를 내는 주된 원인은 정리정돈이나 취침 시간, 숙제 등이다. 사소한 문제를 교정하려다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


고민이 있는 어린이 앞에만 나타나는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의 주인은 코알라 아줌마다. 코알라 아줌마는 모든 일을 느리게 한다. 그녀는 워낙 느리다. 느릿느릿 걷고, 느리게 말한다. 아무리 긴 이야기라도 천천히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고민인 '유나' 그리고 툭하면 욱하고 화를 내서 고민이 '욱이'가 있다. 어느 날 그들 앞에 코알라 미용실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서, 코알라 아줌마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아이들은 코알라 아줌마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코알라 아줌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찌나 잘 들어주던지 ... 느리게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하며 토닥여 준다.



"저런, 왜 울상이 된 거야? 괜찮아. 무엇이든 나에게 다 말해 보렴. _p.20"

"저런,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괜찮아. 무엇이든 말해보렴. _p.58"

아이에게 <코알라 미용실>을 읽어주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코알라 아줌마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나의 성급한 태도 때문이다. 엄마 지금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해줘.' '엄마 지금 밥하는 거 안보여?' '뭐해, 빨리빨리 말해!' 아이들 앞에서 어지간히 바쁜 척을 했다.

"유나는 다른 때와 다르게 종알종알 말을 많이 했어. 무슨 얘기를 하든 코알라 아줌마가 '그럼, 그럼!' 하면서 다 들어 주었거든. _p.23"

코알라 아줌마는 '그럼, 그럼!' 하면서 다 들어준다.

"고민이 있는 어린이에게만 나타나는 코알라 미용실, 그곳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어. _p.10"

옆에 앉은 아이가 책에게 대답했다, "어, 나도 고민 있는데?!"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빨아주는 옷 입고, 너는 편하게 학교만 다니면 되는데 도대체 무슨 불만이고 고민이 있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한숨 쉬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윽박지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네 한숨 덕분에 내 드라이기가 오늘도 켜졌구나. 고맙다. _p.15"

"그럼, 그럼! 눈물도, 한숨도 다 필요하다니까. 호호. _p.23"

코알라 아줌마는 아이들의 한숨도, 눈물도, 다 필요하다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고마워한다.


책을 다 읽어주자, 아이는 코알라 미용실부터 찾았다. 아직 산타할아버지가 베란다를 통해서 들어오신다고 믿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우리 동네에도 코알라 미용실이 어딘가 있을거라고 두리번거린다. "코알라 미용실, 어딨지?"

급히 반성 모드가 되었다. '이제부터 엄마가 코알라 아줌마처럼 네 이야기 잘 들어줄게. 엄마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천천히 들어주고 느리게 말할게.'


'귀여운 건 못 참아!' 귀여운 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이가 책 표지를 보자마자 읽고 싶다고 해서 골랐던 책인데, 이렇게 엄마의 반성으로 끝나게 될 줄 몰랐다. 요즘 아이가 머리를 빗겨주고 땋고 하는 미용실 놀이를 한참 좋아하는데, 미용실을 무대로 하는 이야기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아이가 혼자서 읽어도 좋겠지만, 부모가 읽어주기 정말 좋은 책이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읽어주면 아이의 마음 문을 자연스럽게 열 수 있고 표현이 서툰 아이라도 마음속 감정을 드러나게 할 수 있다. 책이든 영화든 인트로가 중요한 것 같은데, 이 책은 프롤로그를 읽어주자마자 스토리 속으로 금새 빠져들었다. 입에 달라붙는 구어체로 쓰여 더 술술 읽어주기 좋았던 것 같다.

미용실에 다녀오면 독특하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서 끙끙대던 고민이 뚝딱 해결된다는 점에서 <브레드 이발소>가,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가게라는 점에서 <전천당>이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은 이렇게 가게를 중심으로 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나 만화가 트렌드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순한맛'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악당이 나오는 자극적인 이야기보다는 <코알라 미용실>처럼 일상적이고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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