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수유에 집착하던 때가 있다. '거울도 안보는 여자' 그게 바로 나였다. 어느날 밤, 우연히 베란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얼굴은 초췌했고 뱃살은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처렴 접혔다. 헝크러진 머리를 질끈 묶고 후즐근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내 모습은 영락없는 배불뚝 아저씨 같았다.
남편은 내게 로션이라도 좀 바르고, 옷도 사입고, 꾸미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지만, "내가 다시 시집갈 것도 아니고, 애도 이미 낳았는데, 뭘 꾸며?" 아이들 키우는 일만이 유일한 지상명령인듯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완전히 끊고 살았다.
지금 당신이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
나는 무의식적에서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라고 단정지었던 것 같다. 20대를 황금기라고 알고 있었으니, 20대 황금기가 끝나고 남은 인생은 응당 아이들에게 갈아넣어야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30~40대가 되니 양가에서의 책임도 늘어 갔다. 미경쌤의 표현대로 "돈과, 일, 가족 등 워낙 많은 것들이 각자의 명분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얽혀있으니 내 인생의 배치도에서 무엇 하나 함부로 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