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3 - 조선 후기 ~ 근현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3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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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부터 한국사의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율이 50:50 에서 30:70 으로 변경되었다. '근현대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선사시대'부터 '조선'까지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뒤에 나오는 근현대사 파트는 대충 넘어가기 일쑤였다. '개항, 일제, 현대'로 이루어진 근현대사가 어둡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제의 침략에 맞선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꼭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대문형무소와 고문을 떠올리면 침울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홀히 하고 편견을 가졌던 근현대사의 이야기. 우연히 '신미양요'로 부터 시작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근현대사는 판단, 평가, 해석에 있어 이념적 논란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공부하는 것은 지금 삶의 반성에 아주 훌륭한 수단이며,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친일파 문제처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민감한 일들도 피하지 말고 함께 생각하고 공론화했으면 좋겠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자주, 많이 생각해 봅시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3》는 '조선후기'부터 '근현대'를 다룬다.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이 이 파트를 팩트 위주로 드라이하게 다뤄주실지 아니면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전해주실지, 과연 어떻게 풀어주실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는 놀랍도록 균형감있고 시의 적절하게 풀어주신 것 같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총 12장의 주제가 있는데, 저자의 의도대로 역사적 인물과 사실을 통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


<병자호란>

"시간이 지나자 청을 본받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어요. 청에 비해 발전하지 못한 조선을 비판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병자호란이 끝난지 백여 년이 흐른 뒤였어요. 왜곡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려 백 년이나 시간을 낭비한 거지요."

영화 《남한산성》을 보며 참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인조와 신하들은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 없었고 자신들의 기득권, 자존심을 지키는데 골몰했다. 민생을 뒤로하고 정쟁에 매달리는 지금의 뉴스와도 닮았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었던 바리새인들이 생각난다. 체면과 자존심만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백성들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았던 당시 조선을 다스리던 지배층에게 영화 속 대사를 날리고 싶다. "뭣이 중한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정약용>

정조의 소울메이트였던 정약용은 잘생김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뜬금없지만 정약용 6대손이라는 배우 '정해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정약용 선생님을 상상해본다. 정약용은 법, 의학, 지리, 언어 등 온갖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비교되기도 하는 그의 천재성은 안타깝게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마음껏 펼쳐지지 못했다. 유배생활을 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세월을 흘려보냈을 수 있었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때 오히려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을 했다고 한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이외에도 의학서, 시집 등 오백 권이 넘는 책을 썼다.

관직의 길이 막히고 유배를 당한 죄인이 되었지만,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남긴다.​

"너희들에게 바라기는, 중요한 사람들과 다름없이 향상 마음을 화목하고 평온하게 가지도록 해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고 해도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약용


​<갑신정변>

탐관오리에게 벌을 주고 신분제도를 없애자는 '동학 농민 운동'의 주장은 '갑신정변'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신분제 사회에서 태어났다면, 나는 양반이었을까 아니면 상놈이었을까? 후기로 갈수록 높아지지만, 조선 시대 양반의 비율이 1.9%였다고 하니, 확률상 양반은 아니었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구별하고, 억울하게 만들고, 차별하는 불공평한 세상에서 평등 사회를 만들겠다는 백성들의 희망은 외세를 끌어들인 관군에 의해 짓밟힌다. 하지만 저자는 실패한 시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이렇게만 보면 동학 농민 운동은 갑신정변과 마찬가지로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여요. 그렇지만 갑신정변과 동학 농민 운동은 그저 실패한 사건이 아니에요. 그들이 꾸었던 꿈은 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다음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훌륭하게 살았나요?>




아이들에게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려준다.

을사늑약 체결에 찬성한 '을사오적'도 '대한 광복회'를 만든 '박상진'도 모두 판사 출신이라고 한다. 을사오적 (이완용, 이지용, 이근택, 박제순, 권중현)과 독립운동가 '박상진'은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같은 직업을 가졌으나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

"여러분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였으면 해요. 어떤 직업을 가질지보다 그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꿈꿔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각자 가진 탈렌트, 재능에 맞는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울 주는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신분제를 없애기 위해 /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위해 /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리며 자산이 살아가는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감사하며, 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빚진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 실수투성이에 나약한 사람이지만 시인 윤동주처럼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역사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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