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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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성향인 나는 '해리포터'같은 판타지 소설에 별로 흥미가 없다. 극장에서 '반지의 제왕'을 보며 꾸벅꾸벅 졸았다. '어차피 진짜 이야기도 아니잖아?'라는 멋모르는 생각이 바탕이 된 것 같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다.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은 버려졌을 지도 모르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삼국유사'를 썼다. '삼국유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는 중심으로 삼국시대의 신화와 전설을 담고 있다. 어디서 한번쯤 들어봤던 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나같은 사람만 있었더라면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삼국유사라는 제목에서 '유사'는 빠뜨린 일, 남겨둘 일 혹은 버려진 일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빠뜨린 일들을 애써 모은 것일까?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의 쓸모'에서 '신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힘이 있다', '지금의 올림픽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최근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 또한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16강에 올라 감동을 주었고,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신화'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다.

역사상 최대의 제국이라는 몽골이 세운 원나라 간섭기인 고려 시대에 단군신화는 민족의식,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일제 강점기에도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라는 종교가 만들어져 독립운동을 이끌었다고 한다. '삼국유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단군신화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삼국시대를 알려주는 두 개의 창에는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가 있다고 한다. '삼국사기'가 정사라고 한다면, '삼국유사'는 야사에 가깝다. 정사와 야사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야사의 쓸모이다.

역사는 승리자들의 기록이고, 문자를 알지 못했던 피지배층은 기록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의 시대라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글을 쓸 수 없었던 당시의 일반 백성들은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달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변형되거나 과장되었을 것이다. 재미를 위해서 msg도 많이 첨가되었을 것이다.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 신화나 전설, 설화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고 무시한다면, 우리는 반쪽짜리 고대사 밖에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팩트가 아니라고 해도, 그 당시 사람들을 통해 전해진 스토리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유추해볼 수 있고, 통찰력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상상력의 거대한 힘을 알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도 좋지만, 우리 신화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외화보다 한국영화가 정서에 잘 맞는다.) 왠지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겁먹고 피해왔는데, '삼국유사'에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일연의 '삼국유사'를 나도 읽을 수 있도록 현대어로 부드럽게 만들어주신 번역가님께 경의를 표한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대로 읽어도 좋다. 우리네 찬란한 판타지 '삼국유사'에 도전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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