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책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의 못다한 이야기
매트 헤이그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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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침묵은 고통이다. 하지만 그 고통에는 출구가 있다. 말할 수 없다면 글을 쓰면 된다. 쓸 수 없다면 읽으면 된다. 읽을 수 없다면 들으면 된다."

얕은 종지같은 생각이 드러날까 걱정되고 부끄러워 글쓰기를 피해왔다.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마구 쓰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매트 헤이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통'이 너무 컸나보다. 그 고통에서 '도피처'를 찾아서 책을 찾아 읽고 있고, 지금 이 리뷰도 쓰고 있다. 묵힌 응어리가 조금씩 풀린다. 우울과 불안의 터널을 지나온 매트 헤이그의 위로는 나를 나무라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자꾸 들여다보고 싶다.

<장님처럼 걷다>

"이 지구, 우주에는 경이로운 것들이 넘쳐나지만 너무 많이 우리는 무감각해져 버렸다."

흔해서 시시해 보이던 풀꽃도 핸드폰 사진을 찍기위해 초점을 맞추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물과 햇빛이 재료가 되어 포도송이가 되고, 또 다시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기적이 보인다. 대학병원에 가보면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내가 이 순간 숨쉬고 움직이고 먹을 수 있음이 '당연함' 아니라 '기적'임을 깨닫게 된다.

"하루씩 지나가고 한 해씩 사라지건만,

저희는 기적들 사이를 장님처럼 걸어갑니다." - 마커스 보그

<미움받을 용기>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자"

"자폭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이 다 낫다"

"넬리 블라이, 그녀는 세상이 요구하는 역할을 전부 거부하고 스스로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자신이 아닌 무언가가 되려고 하면 항상 실패할 것이다. 자신이 되려고 하자."

"멋지게 보이려고 애쓰면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질 것인지, 삶을 맛보고 즐기면서 자신만의 진실을 찾아갈 것인지."

엄마는 나만 보고 산다고 했다. 착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이, 친구들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실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원하지 않는 일에도 '아니오'를 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누가 그러라고 시킨것도 아니다.

가짜는 힘이 없었다. 가짜 꽃은 향기도 나지 않았고, 열매도 없었다. 짝퉁은 쓰이다가도 결국은 버려진다.

딸로,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요구되는 역할들이 있다. 거부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역할을 하자. 바로 그것이 '나 자신'일 것이고, 그래야 '억울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비로소 '나를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시키는대로 살다보면 우울해진다. '나'로부터 소외되지 말고, '나'다움을 찾자. '나'와 가까워지자." - 김미경

<용서>

"남들이 잘못을 인정해야만 당신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묘지에 누울 때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기 안에 증오를 간직하고 있으면 누구도 아닌 자신을 벌하는 것밖에 안 된다."

"실수를 용납하자."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끝까지 사과를 받아내려고 했다. 아무리 화가나고 슬퍼도 이미 일어난 사건이란, 변하는 일이 없었다. 나는 상처 속에 머물기로 선택했었다. 결국, 내 선택은 내 시간과 에너지를, 마음을 갉아먹었다.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나의 실수도, 타인의 실수도 용납하자.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은 내버려두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역경>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건 역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경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준다고 믿었다."

원하지 않지만, '약함이 강함이고, 고난이 위장된 축복이고,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는 견디기 힘든 고난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뒤돌아보니, 그때 그 고난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꼼짝없이 죽었겠구나 싶은 경험들 때문이다. 가정에 고난이 닥쳤을때 오히려 하나로 똘똘뭉쳐서 서로 위로해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성장하고 싶지 않다고, 이겨낼 힘이 없다고,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고난을 치워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간다.

<현재>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닫힌 문만 바라보느라 열려 있는 문은 보지 못한다."

"현재는 확실하지만 미래는 추상적이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망치는 건 아직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지금 가장 소중한 걸 태워버리는 것과 같다."

한 쪽 문이 닫혔을 때 앞이 깜깜해져서 닫힌 문만 바라보고 세상이 끝났노라고 엉엉 울었다. 고3때 수능시험을 보고 왜 그렇게 세상이 끝날것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던지... 그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위로해주던 엄마의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살아보니 나빴던 일이 다 나쁘게 흘러가는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빴던 일이 더 좋은 일로 가기도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 모른다. 좋은 일이 생겨도 거만할 수 없는 이유이다. 좌절은 다른 길로 가라는 신호일 수 있다. 닫힌 문만 바라보지 않겠다. 여기저기 찾다 보면 다른 열린 문이 보일 것이고, 하늘 위는 항상 열려 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날려버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한다. 현재만이 과거도 바꾸고 미래도 바꿀 수 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드라마 대사, <눈이 부시게>

<불확실함에 머물다>

"시인 존 키츠가 만든 '소극적 수용력'negative capability이라는 말은 '조급하게 사실이나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않고 불확실함, 불가사의함, 의심 속에서 머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신의 취약함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걸 해결할 필요는 없다. 그저 아름다운 무언가를 바라보라."

전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 선한 사람이 고통을 당한다. 악한 사람이 승승장구한다. 살다 보면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다. 불행이 닥쳤을때 '나에게 도대체 왜 이런일이 생겼는가?' 그 원인이나 이유를 찾느라 급급했다. 작가는 '불확실함 속에서 머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 나의 취약함을 수용하고 아름다움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추운 겨울이 오면 또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따뜻하고 포근한 눈이 내리는 것 같다. 언제고 꺼내보고 싶은 '글'과 '그림'이 순서에 상관없이 언제고 위로하고 감싸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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