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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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라고 우기고 싶은 흰 머리가 차곡차곡 잘도 올라온다. 몸도 예전과 같지 않다. ‘나이 듦’은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책의 작가 루시 폴록은 우리에게 “더 늦기 전에 나이 듦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미루고 싶은 대화를 굳이 지금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나이 듦과 죽음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할 때, 오늘의 삶을 더 잘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이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곳은 병원이 아닐까 싶다. 일상을 살다보면 모두 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살 것만 같지만, 막상 대학병원에 가보면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다양한 환자들과 의사들의 스토리가 등장하는데, 저마다 다른 각자의 사연들로 우리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이 책에서도 저자가 30년간 노인의학과 의사로서 만났던 수많은 환자, 죽음을 앞둔 노인분들, 그들의 가족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의연한 이야기들이 여기에 덤덤하게 모여 있다.

“저한테 묻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어요? 저한테 아버지 생명줄을 끊어버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그저 전달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정보를 숨겨서는 안 된다.”

부모님과 차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고, 불편하고, 꺼려지는 이야기들... 저자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못 하겠어.”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거야”가 맞다고 한다.

“여기 있는 내가 네 미래다.”

“잠시 멈추어보면 우리는 현재의 노인이 미래의 우리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노인 수습생이다. 노인을 위한 조치는 모두한테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것과도 같다.”

현재의 노인과 나누는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대화는, 미래의 우리 자신과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사실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솔직 것’, ‘바라는 것을 알릴 것’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계획을 세울 것’ ‘누구도 빠짐없이 모두가 가장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금부터 세 번에 한 번씩은 내 무덤을 생각할 것이다.”

“다른 두 가지 생각은 지상에서 즐겁게 지내기 위해 남겨두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오늘을 즐기기 위해.”

계속 살 것만 같은 착각이 욕심을 낳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음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고, 깔보고, 낮추어 보고, 업신여기고, 서럽게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가장 힘들고, 절박한 순간에 의사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환자 위에 있는 것 같은 의사를 만난 적이 있다. 환자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도대체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 쉽게 단정하고 말하던지... 큰 상처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는 좋으신 분들이었다.)

“환자한테 무엇이 중요한지를 전부 안다는 듯한 태도는 끔찍한 오만일 것이다.”

“바로 그때 나는 결심했다. 절대로, 다시는, 어떤 사람의 정신이나 신체 기능을 근거로 그 사람의 삶의 질은, 그 삶과 살 권리를 판단하지 않겠다고. 당연히 나이를 근거로도 말이다.”

나는 작가의 이러한 의사로서의 태도와 겸손이 마음에 든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바람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결론 내리지 않았었는지 반성한다.


“대다수 사람이 바라는 것은 독립성을 100퍼센트 유지하면서 활기차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독립성이 떨어진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삶의 필수적인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좋은 음식도 중요하겠지만, 작가는 엉덩이를 떼는 일, 바로 '운동'에 그 비법이 있다고 말한다. 움직이기, 조금 더 움직이기! 지금. 당장. 바로. 실천해야겠다.

“빠를수록 죽음은 멀어진다.”

“빨리 걷는 사람은 사신과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기대수명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그렇게 조금 더 얻은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요인은 엉덩이를 떼는 일이다.”

“손주들을 어찌나 안아주고 싶은지. 우리가 바라는 건 친구들이 다들 우리 집 식탁에 팔을 올리고 둘러앉아 있는 거란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부모님 집에 방문하지 못했다. 방역 수칙을 최대한 지켜보겠다고 했던 결정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아이들을 얼마나 보고 싶어하시던지... ‘평등’이 곧 ‘공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도, 사회적 합의도, 좀 더 주의가 필요함을 느낀다.

“아빠가 세상을 뜬 뒤, 책상에는 나중에 있을 일을 깔끔하게 적어둔 A4용지 만한 공책이 남아 있었고, 그 안에는 변호사의 이름과 유언장이 있는 곳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전기, 가스, 수도 회사에 각각 사용하는 계좌번호와 같은 은행 업무와 관련된 것들, 집에 배관이 터졌을 때 사용하는 중앙 수도꼭지의 위치, 아빠가 지원했던 자선단체들이 있다. 아빠가 고른 장의사, 목사와 교회 이름도 있었다. 엄마도 이것을 알았지만, 아빠가 비용을 다 지불했다는 것까지는 전혀 몰랐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 누군가 나의 유품을 정리하게 될 나중을 생각하면, 좀 더 정리하고 미니멀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죽음은 삶에서 신앙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 중 하나이며, 믿음은 모든 신체적 걱정을 초월하고 누군가를 이 세상에서 영원한 세계로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올려 보내 준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임종 전에 나는 누구를 떠올리고, 누구를 의자하며 떠날 것인가? 악쓰지 않고, 찌푸리지 않고, 평온한 얼굴을 하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오늘을 산다.

“대체로 심폐소생술은 성공률이 매우 낮으며 심폐소생술에 따르는 부담과 위험으로는 갈비뼈 골절과 장기 손상처럼 해로운 부작용, 저산소성뇌손상처람 부정적인 임상 결과, 신체장애의 악화를 포함하는 환자가 겪는 여타 안 좋은 결과가 있다. 만약 심폐소생술로 심장이나 호흡을 다시 가능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다시 원활하게 하는 데 실패한다면, 환자는 존엄이 사라진 방식으로 사망하게 될 수도 있다.”

심폐소생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나의 마지막 순간을 미루지 말고 미리 결정해놔야겠다. 나도, 미래의 나인 노인도 모두가 존엄을 지키며 살 권리가 있는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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