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 선사 시대 ~ 남북국 시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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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별 🌟 최태성 선생님은 'EBS 한국사 강의'와 'KBS 역사저널 그날'로 워낙 유명하시다. 그동안 선생님의 강의를 많이 들었기에, 책을 읽으며 선생님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역사의 쓸모 ... 정말 좋아서 끊지 못하고 한 번에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이 나열된 책이 아니다. 나에 대한 질문과, 생각할 재료들이 풍성하게 들어있는 최고의 인문학책이다.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12장에 걸친 여러가지 질문들을 통해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고, 삶의 방향을 정한다. 생각하는 힘, 그것이 바로 '역사의 쓸모'이다.



<영웅 vs. 독재자>

당나라의 백만대군을 (백만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군인들이 쭉 늘어서 있는 셈이라고 한다.) 떨개 한 고구려의 연개소문 장군. (고구려는 기적과 같은 승리로 수와 당을 막아냄으로서 백제와 신라까지 지키는 방패의 역할을 했다. 이 때 고구려가 무너졌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연개소문 장군은 '대륙을 호령했던 구국의 영웅'일까 아니면, '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역적'일까? 단재 신채호 선생은 그를 '조선 역사 4천년 이래 최고의 영웅'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일제 시대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역사를 연구한 학자들에게는 당연한 해석일테다. 시대상황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가 영웅인지 독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개소문 사후 아들들 간의 권력다툼으로 고구려는 멸망의 길로 가게 된다.

나는 연개소문을 보며, "자식보다 나은 부모는 실패한 부모다." "스승만 못한 제자는 스승에 문제 있다."라는 김동호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연개소문은 죽으면서 세 형제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고 화합하고 다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그 유언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아들들의 권력다툼으로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던 고구려는 분열되었고, 아쉽게도 당시 세계 최강대국 고구려는 멸망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잘했으면 우리나라의 영토가 몇배는 더 넓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또한, 중국에 굴복하지 않았으나 내분으로 망한 고구려를 보며 나는, 우리 가족은, 우리 나라는 이 전쟁같은 삶에서 어떻게 분열하지 않고 마음을 모아 함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조선은 한글창제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의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왕 세종대왕님! 그런데 나는 세종대왕을 생각하면 먼저 그의 아버지인 '태종 이방원'이 떠오른다. (여말선초 사극을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다.) 킬방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있지만, 그가 아들의 앞길을 미리 닦아놓지 않았더라면, 세종대왕님이 애민정책에 그토록 몰입할 수 있었을까 싶다.

혈육의 죽이고 왕이 되었다는 점에서 종종 '태종'과 '세조'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나는 두 분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방원은 세종대왕의 길을 열어주었고, 세조는 그의 측근들을 의해 폭군 연산군을 탄생시켰다.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인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수 있다.

나는 나보다 나은 자식을 둔 성공한 부모가 되고 싶다.


<누구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

신라는 삼국 중에서 가장 발전이 늦었다. 지리적으로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하여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골품제라는 폐쇄적인 신분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뒤처졌던 나라, 신라의 선덕 여왕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꿈을 꾼다. 단순히 혼자서 꿈을 꾼 것이 아니라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워 백성들과 함께 그 꿈을 나누고, 그 꿈을 보여준다.

선덕 여왕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신라에서 아웃사이더였던 김춘추와 김유신을 발탁한다. (김춘추는 왕위에서 쫓겨난 왕의 손자였고, 김유신은 멸망한 금관가야의 왕족이었다.) 선덕 여왕은 김유신과 김춘추를 차별하지 않고 편견 없이 중요한 자리에 앉힌다. 그녀의 눈은 틀리지 않았고,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결국 선덕 여왕의 꿈대로 가장 뒤처져 있던 나라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 최후의 승자 된다.

남들보다 느릴 수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 그것이 옆의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녀의 말처럼 , 나만의 속도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천천히 태연하게 매일을 맞이하고 싶다.


<복수 대신 개혁>

고구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광활한 땅을 정복하고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광개태 태왕이나, 그의 뒤를 이어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만들고 남진정책으로 한강 유역을 차지한 장수왕이 생각난다.

그런데... 소수림왕은 어떤가? 소수림왕은 원통한 삶을 살았던 고국원왕의 아들이다. 고국원왕은 백제와의 전투에서 화살에 맞아 전사한다. 이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냐 하면, 고구려의 왕이 전쟁 중에 죽은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고 싶었던 소수림왕.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복수심에 당장 백제로 쳐들어갔을까?

고구려의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한 소수림왕은 '복수' 대신 '개혁'을 선택한다. 불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태학이라는 대학교를 세우고, 율령을 반포한다. 그의 개혁은 금방 효과를 발휘해서 혼란스러웠던 고구려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다. 분노를 누르고 지혜로운 선택을 했던 소수림왕. 그의 선택은 옳았다. 비록 그에게 반짝이는 명예는 남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그의 조카인 광개토 태왕때에 이르러 열매를 맺는다. 광개토 태왕이나 장수왕도 기억해야겠지만, 소수림왕도 잊지 않고싶다. 나에게 당장의 기분, 감정에 치우친 잘못된 선택과 결정은 없는지 살펴본다.


<구석기인의 스마트폰?>

수능 한국사 선사시대 문제의 단골 문제중 하나는 연천 전곡리에서 발굴된 '주먹 도끼'이다. 나는 주먹 도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시험에 그렇게 자주 나오는 것일까 하는 짧은 생각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주먹도끼가 단독으로 귀하게 전시되어 있다. 대충 보니 투박한 돌덩이처럼 보이는 주먹 도끼는 내게 구석기 시대의 원시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런데, 주먹 도끼는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슷했다고 한다. 호미, 칼, 가위, 망치, 송곳, 톱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편리한 도구였던 것이다. 모양이 거친 편인데, 그 이유가 내 생각처럼 기술의 부족이나 원시성이 아니라고 한다. 추운 환경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다녀야 했던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최대의 기능을 얻을 수 있는 도구가 최적이었던 것이다. (한류 미학/ 최경원)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만들어 사용했을까?

주먹 도끼를 만들어 사용한 그들은 '원시인'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나는 '문명인'일까?

나태주 작가의 시를 빌리자면, 주먹 도끼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주먹 도끼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조선 시대쯤 있었던 잉카 제국. 그들은 석기를 사용하고, 문자도 사용하지 않았다. 미개인... 이었을까? 마추픽추의 사진을 보며 그들의 건축기술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들이 '철'이 아닌 '돌'을 이용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알맞은 방식으로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나는 우월하고, 너는 미개하다.' 이러한 마음으로 일본은 조선을 침략했다. 드러내지 않지만 은연중에 탈북민이나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민 노동자를 깔보고 무시하는 마음이 없는지 생각해본다. 나누고, 분리하고, 판단하고, 깔보고, 무시하는 마음은 싸움, 분열, 전쟁을 일으킨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남북극시대의 이야기이다. 사극을 많이 봐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조선의 역사가 친숙하고 흥미롭다. 조선의 이야기가 포함될 '역사의 쓸모 2'도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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