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
신라는 삼국 중에서 가장 발전이 늦었다. 지리적으로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하여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골품제라는 폐쇄적인 신분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뒤처졌던 나라, 신라의 선덕 여왕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꿈을 꾼다. 단순히 혼자서 꿈을 꾼 것이 아니라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워 백성들과 함께 그 꿈을 나누고, 그 꿈을 보여준다.
선덕 여왕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신라에서 아웃사이더였던 김춘추와 김유신을 발탁한다. (김춘추는 왕위에서 쫓겨난 왕의 손자였고, 김유신은 멸망한 금관가야의 왕족이었다.) 선덕 여왕은 김유신과 김춘추를 차별하지 않고 편견 없이 중요한 자리에 앉힌다. 그녀의 눈은 틀리지 않았고,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결국 선덕 여왕의 꿈대로 가장 뒤처져 있던 나라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 최후의 승자가 된다.
남들보다 느릴 수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 그것이 옆의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녀의 말처럼 , 나만의 속도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천천히 태연하게 매일을 맞이하고 싶다.
<복수 대신 개혁>
고구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광활한 땅을 정복하고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광개태 태왕이나, 그의 뒤를 이어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만들고 남진정책으로 한강 유역을 차지한 장수왕이 생각난다.
그런데... 소수림왕은 어떤가? 소수림왕은 원통한 삶을 살았던 고국원왕의 아들이다. 고국원왕은 백제와의 전투에서 화살에 맞아 전사한다. 이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냐 하면, 고구려의 왕이 전쟁 중에 죽은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고 싶었던 소수림왕.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복수심에 당장 백제로 쳐들어갔을까?
고구려의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한 소수림왕은 '복수' 대신 '개혁'을 선택한다. 불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태학이라는 대학교를 세우고, 율령을 반포한다. 그의 개혁은 금방 효과를 발휘해서 혼란스러웠던 고구려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다. 분노를 누르고 지혜로운 선택을 했던 소수림왕. 그의 선택은 옳았다. 비록 그에게 반짝이는 명예는 남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그의 조카인 광개토 태왕때에 이르러 열매를 맺는다. 광개토 태왕이나 장수왕도 기억해야겠지만, 소수림왕도 잊지 않고싶다. 나에게 당장의 기분, 감정에 치우친 잘못된 선택과 결정은 없는지 살펴본다.
<구석기인의 스마트폰?>
수능 한국사 선사시대 문제의 단골 문제중 하나는 연천 전곡리에서 발굴된 '주먹 도끼'이다. 나는 주먹 도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시험에 그렇게 자주 나오는 것일까 하는 짧은 생각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주먹도끼가 단독으로 귀하게 전시되어 있다. 대충 보니 투박한 돌덩이처럼 보이는 주먹 도끼는 내게 구석기 시대의 원시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런데, 주먹 도끼는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슷했다고 한다. 호미, 칼, 가위, 망치, 송곳, 톱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편리한 도구였던 것이다. 모양이 거친 편인데, 그 이유가 내 생각처럼 기술의 부족이나 원시성이 아니라고 한다. 추운 환경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다녀야 했던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최대의 기능을 얻을 수 있는 도구가 최적이었던 것이다. (한류 미학/ 최경원)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만들어 사용했을까?
주먹 도끼를 만들어 사용한 그들은 '원시인'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나는 '문명인'일까?
나태주 작가의 시를 빌리자면, 주먹 도끼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주먹 도끼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조선 시대쯤 있었던 잉카 제국. 그들은 석기를 사용하고, 문자도 사용하지 않았다. 미개인... 이었을까? 마추픽추의 사진을 보며 그들의 건축기술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들이 '철'이 아닌 '돌'을 이용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알맞은 방식으로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나는 우월하고, 너는 미개하다.' 이러한 마음으로 일본은 조선을 침략했다. 드러내지 않지만 은연중에 탈북민이나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민 노동자를 깔보고 무시하는 마음이 없는지 생각해본다. 나누고, 분리하고, 판단하고, 깔보고, 무시하는 마음은 싸움, 분열, 전쟁을 일으킨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남북극시대의 이야기이다. 사극을 많이 봐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조선의 역사가 친숙하고 흥미롭다. 조선의 이야기가 포함될 '역사의 쓸모 2'도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