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으로 몸까지 아픈 그녀를 보며 난 참 많이 힘들어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에, 차라리 처방이 분명한 몸이 아픈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마음을 굳게 먹어'라고 말한다. 이런 조언은 안 하는 게 낫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의지박약 나약한 존재로 규정하는 폭력이 된다.
십대를 위한 마음 처방전이라지만, 어른인 나도 빠져서 읽었다. 술술 읽히는 쉽게 쓰여진 글을 선호한다. 평소에 많이 하던 생각들이 글로 정돈되어 펼쳐져 있으니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어른인 나도 가끔 마음이 이렇게 요동치는데, 발달 단계상 감정이 이성을 앞선다는 십대는 오죽할까.
"너 때문에 내가 산다." 착하다는 칭찬과 함께 참 많이도 듣고 자랐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될 수 없었다. 무거운 돌처럼 책임감이 나를 눌렀다. 솔직한 속마음은 더 이상 꺼내놓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착한 가면을 쓰고 살았다. 상담 심리학을 공부했더라면...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덜 힘들어했을까?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도 모든 게 처음인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다. ‘부모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확고했던 나의 전제에서 나의 상처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부모가 되어보니, 어찌할 줄 몰라 아파하고 힘들어했을 나약한 한 사람이 보인다.
이래서 사람은 책을 봐야 하나보다. 나를 객관화시켜 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고, 내 고통을 과대포장하지 않기 위해.
빛나는 재능으로 언제나 당당해보여서 세상 부러웠던 자우림의 김윤아님. 가정폭력의 아픔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그녀가 대단한 것은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를 택하기보다, 그 슬픔을 음악을 통해 적극적으로 토해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음악이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