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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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로 나누는 생각의 힘, <생각해봤어?>

요즘 팟캐스트 방송 내용이 책으로 엮어 출간하는 것이 대세인가 보다.  베스트셀러로 오른 '지대넓얕'이 그렇고, '과학하고 앉아있네'도 팟캐스트 출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은 너무나도 팟캐스트 방송을 출간 중이라 한다. 그래서 더욱 이런류의 책 읽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미디어와 SNS 결합이라는 팟캐스트라는 방송 특성상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기호에 따라 읽는 것에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읽는 내용이 논증으로 구성된 진리라 믿고 얉게 들어가 학문의 전체인냥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이런류의 책들은 지식을 가공하여 간편하게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에 겉핥기 식 학습이 될까 봐 우려스러운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넘어서는 팟캐스트 북의 특별한 장점이 있다. 우려를 장점으로 바꾸어보면 이런 책들을 읽는 유익함이 상당하다. 우선 읽다 보면 느끼는 건데,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고 지식을 겉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쉽게 읽히기에 지식과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고, 그러한 통로로 나는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책들은 진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간략하게 소개해 주는 지식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은 완전한 지식 체계에 대한 욕구와 원본 읽기에 대한 욕구로 탈바꿈한다. '지대넕얕' 파캐스트를 듣다가 관련 자료를 서핑하거나, 연관된 책을 꺼내어 읽은 적이 여러 번이다.

 

책은 에필로그, 프롤로그 한 편씩, 그리고 총 14개의 에피소드 꼭지를 합쳐 총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와 소재가 다양해 방대하다. 우선 우려 섞인 시선은 접자. 다양해서 옆만 파다 깊숙한 곳에 있는 사유와 통찰을 못 볼 거 같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비록 넓고 얕은 지식으로 포장하지만 그 이면은 날카로운 논리와 통찰을 숨겨놓았다. ​더욱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지식의 수준과 사유의 수준도 올라간다. 예를 들면 경제학자 피케티가 전면에 등장하는 '21세기 자본은 어디로 가는가' 챕터를 읽으면서 피케티의 논리에 매료되어서 피케티의 주장을 검색해보고,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어 심도있게 읽게 될 것이다. 또한 각종 경제, 정치,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두루 살펴보고, 그 속에서 어떠한 것이 더욱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논리적으로 합당한지, 나의 포지션은 어디인지를 확인하여 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이 책의 방향을 함의한다. 말과 글로 나누는 생각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비록 진보가 항상 패배하는 것 같이 보이고, 정치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무기력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가 그렇다. 세월호 사건과 일련의 정치 상황을 통해 '역사는 진보하지 않을수도 있다'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던 나에게 하는 듯한 이러한 당부는 폐부를 찌른다. 다시 보면 더디더라도 조금씩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새 분배와 복지라는 단어는 보편적인 논쟁어가 되었고, 논의 대상이 되었다.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현장에서 조금씩이라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우리 사회는 검열과 전체주의적 사회에 깊은 반감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에필로그에 '이 좋은 밭에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라는 질문은 합당하다.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우리의 말과 글 속에 있을 것이다.  

 

 

 

밑줄긋기

"사회민주주의, 사민주의의 출발은 바로 이겁니다. 자본주의 붕괴론에 초점을 맞추면 일상의 정치적 행위가 의미 없게 됩니다. 붕괴를 기다리지 말고 민주주의를 통해서, 정치적 행위를 통해서 자본주의를 수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서유럽 사민주의 정치 운동의 방향이었습니다. 어쨌든, 피케티를 보면서 느끼는 건 이론보다 데이터의 힘이 훨씬 강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피케티가 환영받는 것이죠. 좌우를 막론하고 말입니다. 우리나라 경제학자들과 경제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이런 태도를 가지면 좋겠네요."(p125)

"중국은 신민주의라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공산당 일당 독재이고,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20대 청년당원 시절부터 계속 훈련받고 검증받으면서 내부에서 리더십을 확보한 사람이 국가 주석이 되잖아요. 국가 주석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정책의 차이도 있고 리더십 차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질과 경험이 검증된 사람들이 국가의 지도부가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북한은 혈통을 따라 내려와요. 유전자 재조합을 할 때 운이 좋아서 좋은 유전자만 모이면 어느 정도 잘 유지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런 증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망하는 거죠."(p189)

"조너선 하이트는 보수와 진보의 도덕이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 주목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보통 우리는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할 때, 공평, 정의, 공정 등 개인 차원의 도덕만 생각하기 쉬어요. 그런데 도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개인적 차원의 도덕이 있습니다. 즉 각자 받을 것 이상으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그보다 더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공동체의 도덕이 있습니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모범을 보이고 아랫사람은 충성을 다하고 자기 집단을 위해서 협력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겁니다. 특히 보수적인 사람이나 비서구지역에서 중시하는 도덕입니다. 세 번째로 우리의 몸은 신성한 영혼이 깃드는 공간이니까 탐욕이나 욕정을 멀리해야 한다는 차원의 도덕이 있어요. '신성'이나 '순결'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하이트 같은 이들이 연구해보니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주로 개인적 차원의 도덕을 공동체나 신성의 도덕보다 더 중시하는데, 보수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셋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진보 진영의 사람들이 국가 안보에 해가 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비도덕적이라는 거죠. 통합진보당의 경우, 국가 안보에 해가 되는 비도덕적 집단이라는 겁니다. 사상의 자유 같은 이야기가 안 통하는 거예요."(p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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