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왜 하지? - 수업으로 읽는 우리 교육
서근원 지음 / 우리교육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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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성의 문제가 아니라 부단한 성찰과 배움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인 동시에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처음 교단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말 그대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30명 넘는 제각각의 아이들 틈바구니 속에서 쏟아지는 공문과 학교 안팎의 지침과 계도는 나를 숨 막히게 했다. 1년을 하고 나니 내 기운이 다 소진되는 것 같았다. 힘이 부처 군 입대를 신청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복직하고 새롭게 시작했다. 막연히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수업 기법과 방법에 연수를 받으러 돌아 다녔다. 기법과 방법에 대해 많이 알아갈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배우면 배울수록 풀어내기가 버거웠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간과한 채 몰아붙이고 혼자 좌절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하면 그 때만 반짝인 것 같았고 아이들은 또다시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졌다. 난 항상 바쁘게 지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수업은 기법과 방법의 연마가 아니다. 수업에 대한 가르치는 자의 철학의 문제이다. 내가 수업에 대한 철학이 있었던가.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 몰랐다. 교과서를 다 배우고 진도를 맞춰 나가야 하는 게 가장 큰 일인 줄 알았다. 그게 안 되면 아이들을 닦달했고 난 조급해졌다.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없이 모둠학습을 하고 조별학습을 진행했다. 동기유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교수-학습 체계는 지켜져야 했으며 교과서에 실려 있으니 꼭 해야 되는 것인냥 전투적이었다.

 

<수업을 왜 하지?>는 제목 그대로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담은 책이다. 9편의 수업 사례를 통해 수업의 장면을 복기해가며 대안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법률가들에게 판례가 소중한 것처럼 교사들에게 수업사례, 상담사례, 교육적 문제와 처방 사례가 소중하다.(11p, 추천사) 이 책은 아이 눈으로 수업하기바람을 일으켰던 서근원 교수가 썼다. 2003년에 초판으로 나왔고, 2014년에 2판이 나왔다.

 

2판을 내면서 글의 내용은 크게 손보지 않고 장의 배치를 달리하고 부를 나누었다.(p5)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우리나라 수업의 현실과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 살펴보고 2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현재의 방식과 그 한계를 알아본다. 3부는 수업이 무엇인지 새롭게 고민하고 4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수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각 부는 특성에 맞게 수업장면이 삽입되어 있고, 9개의 수업 장면을 전사하거나, 분석한다.

 

다양한 수업 사례는 이 책의 백미이다. 9편의 수업 사례는 읽으면서 공감했으며 때론 소설을 읽듯, 키득거리는 유머집을 읽듯 신났다. 교사들이 펼치는 일상적 수업 사례는 내 이야기인 듯 가슴이 아프다가도 아이 눈으로 수업을 본다면 진짜 배움이 일어나고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 뜨끔하기도 하였다. 내 이야기인 듯, 옆 반 이야기인 듯 실제 상황 속에서 철학적 고민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더욱이 서근원 교수의 고백에 가까운 마지막 장(가고픈 저 길)은 읽으면서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서글프고 감동적이었다. 마치 문학 작품에서 오는 감동처럼 느끼는 까닭은 수업이 가르치는 자로서의 숙명이라는 공감이 들어서였을 거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나오는 수업 장면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선생님들의 딜레마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이다. 교과서와 진도에 매몰되고, 형식적인 수업 기법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될 때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수업을 살펴보고 배움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그 모습을 이해하며 바라본다. 이 책은 2003년도에 이루어졌으니 10년도 넘는 이야기이다. 물론 여전히 그런 관행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은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가르치기 위한 하나의 범례이고 잘 정선된 예시안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서 계속해서 7차에 따른 교과서와 교육과정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 보면 문제가 있어 폐기되었거나 재정선된 새로운 교과서가 나온다. 그래서 나 역시 주제중심으로 재구성해 가르치고 있으니, 교과서 참고자료이고 단원은 주제에 따라 선별적으로 사용된다. 물론 면밀한 교육과정 분석은 필수임은 당연한 일이다.

 

정리하자. 그렇다면 수업을 왜 하는 것일까. 모든 교사의 현재 진행형은 수업이다. 그럼에도 왜 가르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은 상념으로 치부하는 교사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국가의 명을 받아 국가가 만들어 놓은 커리큘럼에 아이들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왜 가르치는지 고민은 쓸데없는 막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교실 상황에서 수업 상황에서 하나도 나아지는 게 없다고 느끼는 데에 있었다. 그렇지 않겠는가. ‘왜 가르치는 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사유 없이 기법으로만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 배움의 대상자인 학생은 어떠한 눈으로 배움을 해나가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수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 임무는 가르치는 기계가 아닌 아이들의 진정한 배움을 이끄는 스승이 되는 것이다. 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수업을 판단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p5), ‘나는 수업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라는 질문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p7)고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은 직접적으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같이 대화한 독자들은 직접적으로 안다. 수업은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같이 이해하는 과정이며 서로의 배움을 같이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해로서의 상대가 아니라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볼 때 교육과정의 혁신과 교과의 재구성은 요원한 일이다. 그들을 단순히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주제 속에서 함께 배우는 상대로 볼 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 화려한 멀티미디어나 기법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 것, 맨손 수업이라도 삶을 이해하고 주제를 공유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수업을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한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 진리의 공동체 안에서 같이 배우며 같이 성장한다고 믿는다.

 

야영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보았는데 왜 수업 시간에 또 음식을 만드는 것일까? 야영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것과 수업 시간에 음식을 만드는 것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p25)

 

“ ‘이것을 왜 하는 거니?’ 내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선생님이 하라고 하니까요.’ 우성이가 대답한다.(p26)

 

그리하여 교과를 배우는 것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가 그의 수업과 삶에서 먼저 배어 나가를 바란다.(p33)

 

수업이 질적으로 변화기 위해서는 학급당 정원의 감축이라든가 시간 운영 방식의 변화와 같은 세부적인 조건의 변화와 함께 교사 자신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것은 집터와 목재를 준비한다고 해서 집이 저절로 지어지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p68)

 

교사는 한편으로는 학생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현재 수준과 속도를 확인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을 교사 자신이 먼저 경험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에 적힌 내용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기억하게 하는 일은 몇 가지 수업 방법과 학생 통제 방법만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런 결과물을 낳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일은 교사 자신이 직접 해 보지 않는다면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p90)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이 실제로 무엇을 학습했는지, 또는 무엇을 경험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학생들이 학습하거나 경험한 그것이 그가 학습하기를 기대한 그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p133)

 

예를 들면, 폭우로 수해를 입은 지역의 학생들에게 앞서 살펴본 <비 오는 날>이라는 시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p188)

 

요컨대, 수업의 표면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침으로써 아이가 성장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교사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불안을 느끼며,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성장해 간다. 아마도 여기에 수업의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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