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 & 데카르트 :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거인 지식인마을 10
박민아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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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거인 '데카르트와 뉴턴'

​데카르트 하면 윤리라는 과목이 떠오르고, 이성적인 합리주의자로서의 명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동시에 생각난다.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데, 딱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데카르트의 존재는 멈추어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철학자로서의 데카르트밖에 몰랐다. 그래서였다. 이 책 <뉴턴과 데카르트,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거인>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신선했다. 무지에서 오는 신선함이랄까. 뉴턴과 데카르트가 밀접했나. <지식인 마을> 시리즈가(이 책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 열 번째 책이다) 비슷한 시기의 두 천재의 논쟁을 주로 다루는  이야기인데 두 사람이 동질적인 것이 있단 말인가. 뉴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천재 과학자'이미지인데, 그럼 데카르트도 과학을 심도 있게 연구했단 말인가. 이러한 까닭으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뉴턴과 데카르트는 밀접한 연관을 이루고 있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데카르트의 영향을 뉴턴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가 17세기 과학 혁명의 기본 뼈대를 만들어냈다면 데카르트는 그 토대 위에 빼고 더하면서 과학 혁명을 완성시켰다.  뉴턴이 데카르트를 뛰어넘고 많은 부분의 데카르트의 오류를 수정했지만, 데카르트가 없었다면 뉴턴이 자연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책의 제목처럼 데카르트라는 커다란 거인의 어깨 위에 뉴턴이라는 새로운 거인이 올라섰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뉴턴 이전의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훅, 보일 등의 무수한 인물들이 만들어준 조각들을 뉴턴이라는 천재가 절묘하게 조각을 배치하고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사실  데카르트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케플러 등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기 이후로 무수한 과학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러한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나타났다. 케플러, 갈릴레오, 보일, 호이겐스, 가상디 등이 그들인데 이들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후 기존의 종교적 가치 중심에서 본격적으로 자연 과학의 사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를 과학 혁명이라고도 한다.

이 과학적 변혁기 한복판에 데카르트가 있었다. 데카르트는 모든 감각을 의심하고 보이는 사실을 의심하는 회의주의자인 '피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그는 체계적 의심으로 이 문제를 돌파해나갔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며 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도 끝내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는 그것, 바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이것은 전적인 숙명인 듯했다. 그래야 명백한 진리, 과학적 진리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인정할 수 있으며, 과학적 진리들이 있어야 자신의 진리 탐구의 작업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랬다.

데카르트의 세계는 '기계적 세계'였다. 데카르트는 신이 세상의 완전한 모든 것을 만들고, 완전하기에 모든 것은 창조된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물질은 스스로 계속해서 운동할 수 있어야 하고, 운동을 하려는 힘을 주면 그만큼의 다른 물체의 힘을 받아야 된다고 하였다. 이게 바로 지금의 '관성'과 '질량 보존의 법칙'과 유사하다. 또한 데카르트는 소용돌이 이론으로 지구와 우주를 설명하는데, 일견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다.(데카르트 이론은 물론 상당 부분 틀리다. 그런데 그 주장의 과정이 재미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영혼과 육체를 나누어보면 육체라는 인간도 기계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자동인형이었다. 즉 그는 자연에서 영혼을 제거시키고, 일정하게 운동하는 기계적 세계관을 제시함으로써 과학혁명의 기본 구조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과학적 결과물의 총합을 뉴턴이라는 거인이 완성했다. 뉴턴은 데카르트가 보여준 세상에 빠져들고, 이해하기는 했지만 데카르트에게서 적당히 떨어져서 바라보고 비판하였다. 세상을 바꾼 세 개의 사과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사과는 성경에 나오는 사과, 두 번째 사과는 트로이 전쟁의 아프로디테의 사과, 그리고 뉴턴의 사과로 만유인력을 발견하게 한 사과다.(p88) 사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아하'하고 만유인력을 불현듯 생각해 낸 것은 아닐 것이다. 달의 궤도 운동을 생각하다가 (물론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오히려 데카르트 이론으로는 밀물과 썰물이 반대되어야 한다-_-, 이제 이해했다.ㅎ) 달의 궤도까지 지구 중력이 미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나는 뉴턴이 왜 대단한지 잘 몰랐다고 고백한다. 이제까지 교과서를 통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냈던 위대한 과학자 정도만 알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가면서 뉴턴을 찬양했다. <프린키피아>에서 뉴턴이 보여준 운동 법칙은 천부적인 것이었다. 관성의 법칙, 운동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이제껏 내가 배웠던 물리의 상당부분을 함의한다. 그런데 뉴턴 개인의 찬양인 동시에 뉴턴이 숨을 쉬었던 그 놀라운 과학 혁명의 시대를 찬양했다. 뉴턴의 시대는 놀라움의 시대다. 끊임없이 과학에 대한 영감과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던 시대다. 갈릴레오, 데카르트, 케플러, 훅, 라이프니츠, 호이겐스... 인류 역사를 보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지성이 폭발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이를 집단 지성의 성과라고 할까. 아니면 우리 시대의 지성 네트워크가 신경처럼 동시에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쪽에 자극이 있으면 동시에 자극을 받게 되는 걸까.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뉴턴의 시대처럼 동시대에 문명의 사고가 폭발하는 시대가 있음에 틀림없다.(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었을 때도 이러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뉴턴의 유명한 과학적 발견은  갈릴레오나 데카르트 같은 '거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거인들의 어깨를 올라설 수 있는 천재성이 있었기에 뉴턴은 그 어깨들을 딛고 올라간 또 다른 '거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의 수많은 도전과 해결을 통해 집단의 지성이 발전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얻었다. 나에게 '철학자' 데카르트가

'과학자' 데카르트로 다가왔고, 몰랐던 뉴턴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과학 혁명의 시기처럼 인류의 지성의 힘과 네트워크의 소중함도 알았다. 또한 과학의 명징 성과 난해한 과학과 수학의 세계를 연구하는 수많은 이공계 학자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도 생겼다. ​

 

​뜬금 없는 이야기를 첨언하자면 '지식인 마을'시리즈 요거 참 재미있는 연작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재미를 느껴 '지식인 마을' 시리즈를 몇 권 더 구입했다. 도서정가제의 압박으로 서둘러 구입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어도 살 것들은 사겠지만 그래도 분위기에 휩쓸려 몇 권 더 구간을 구입했다. 작은 출판사와 동네 서점의 발전을 기원하고 근본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칫 책값만 높이고 과점과 독점의 출판사와 서점만 살아남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책을 사랑하는 소소한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같은 소비자도, 출판사도 작은 서점들도 다 상생할 수 있도록 잘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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