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Becoming A Writer,  무엇을 하여야 할까   

 

​Becoming a writer 의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은 작가 지망생을 위한 지침이 소개되어 있는 책이다. 따라서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폈었던 어렸을 때와는 달리, 지금의 나로서는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은 애석하게도 없기에 이 책 제목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읽을 책도 많은데 거창하게 작가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영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럼에도 말도 안 되게 난 내 책상 위에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 중 이 책을 들게 되었는데, 그 이유라는 게 이런 것이다.

첫째, 이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작가 수업'의 타이틀보다는 책 표지의 중후하고도 멋진 두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위 쪽은 '윌리엄 서머싯 몸'이고 아래쪽 멋드러진 인물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이다. 특히 헤밍웨이의 모습이 눈에 강렬했는데, 둥근 안경 속에 집중하는 눈빛과 귀밑에서부터 내려오는 흰 구레나룻 수염, 그리고 빗어 올린 머리가 너무 말쑥해서 마치 빛바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흑백의 두 사진의 가운데를 가르는 고딕체의 글자는 얼마나 멋진지. 멋진 책을 읽을 것만 느낌이어서 선택했다.

둘째,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이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이 긴 부제에서 유독 '글 잘 쓰는'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선명했고,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이라는 문구는 마치 없는 듯 쏙 빠지고 '되는 법'이 두드러지게 보였으니, '글 잘 쓰는 법'이라는 부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지만, 글은 잘 쓰고 싶지 않은가. 글은 말과 생각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으면 절대 잘 쓰지 못한다는 평소 지론이, 순간 내 생각을 점령했기에 '글 잘 쓰는'이라는 문구가 상당한 매력적이었다. 

뭐 어쨌든, 나도 본의 아니게 '작가가 되는 수업'에 동참하였다. 브랜디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재능은 배운다고 해서 트이는 것이 아니다."라는 선언에 반기를 든다. 대신 글쓰기는 재능과는 다른 차원의 글 쓰는 비법이 있다고 말한다. 즉, 글을 쓴다는 것은, 갑자기 재능으로 인한 영감의 표출이 아니라, 글을 쓰게 되는 무엇이 있다(무의식, 습관 등)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사의 방법, 인물의 형성에 관한 것 등의 기교를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그녀는 줄곧 작가의 생각과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글쓰기를 설명한다. 

작가의 생각과 마음에 대한 비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가 되려면 작가로서의 생활과 태도와 습관, 나아가 성격에서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우려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기질을 배양하고 글은 무조건 써야 하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 또한 작가로서의 이중성을 이해하여야 하며 의식과 무의식을 구분할 줄 알고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밖에도 글을 쓰는 습관, 검토 작업, 비평, 모방, 휴식, 독창성, 습작 등에 대해 작가로서의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와 무의식의 활용에 대한 설명이다. 글은 천재적 영감같이 갑자기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는 꼭 써야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며 부단한 글쓰기 연습과 반복을 통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또한 무의식과 의식을 이야기함으로써 우리 개개인의 의식 속에 무의식을 건드릴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만 작가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번역투의 문장이 쉽게 다가오지 않아서 그런지, 그리 잘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새로운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재능보다도 열정과 노력) 지금의 독자가 읽기에는 추상적인 이야기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나 같은 작가 수업에 그리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그렇다고 마냥 덮을 책은 또한 아니다. 블로그와 카페, 페이스북 같은 곳에 끊임없이 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블렌디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도 있다.

사족이지만 나 자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ㅎㅎ. 글 쓰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부럽다. 그렇다고 투정 부리지 말고 노력하자. 글 쓰는 것에는 왕도가 없다. 끊임없이 읽고,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며 논리적 체계를 갖추어 본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글을 막무가내로 써 보자. 계속 써 내려가면 어느 순간 정제되고 유려한 나만의 글이 보이지 않을까. ​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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