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최갑수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겐 절대 돈주고 사지도 읽지도 않는 책들이 있다. "성공하는 몇가지 습관, 무슨형 인간, 뭐뭐하는 방법" 등과 같은 지침서들이다. 여행에세이도 그 중 하나였다. '이런걸 왜 읽나, 모르는 사람의 여행 감성 따위는 읽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그거 살 돈으로 여행을 가겠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여행이 그리워질 때엔 남들처럼 여행에세이를 읽는게 아니라 여행할 때 써왔던 일기장을 들춰보며 추억에 젖곤 했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특별한 사람에게서...

한동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 누운채로 어김없이 가운데 맨 아래에 꽂혀있는 그 책을 바라보곤 했다. 매일 아침 책장엔 그 책만 있는 듯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한숨을 푸욱쉬고 집어들면..  두세쪽을 넘기고 이내 북바치는 그리움을 참지못해 다시 그 자리에 꽂아놓는 것이었다. 이 책은 자꾸만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잔임함"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는 그 책을 한쪽 귀퉁이 꼭대기에 거꾸로 쳐박아놓고 말았다. 그리고.. 한달 반이 흘러, 백년이 지나도 읽지 못할 것 같았던 그 책을 용기를 내어 펼쳤다. 시속 3km로 천천히 읽어갔다. 예쁘게 배치되어 있는 사진과 글귀들은 한지에 먹물이 번지듯 스며들었다.

여행은 포옹과 같아요,
라고 말하는 그가 내게 편지를 보내왔다.
"여행을 다녀오면 한동안은 풍경의 잔상이 망막 속에 남잖아요."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그 때의 풍경들, 눈을 뜨고 있을 때조차 떠오르는 기분들..."
"가끔은 여행자의 망막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어져요."
"그가 어떤 풍경 속을 걸어왔는지 어떤 심정으로 그 풍경 속에 있었는지, 궁금해요. 언젠가는 나도 그 풍경 속에 서 있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분 좋은 음악과 커피향.. 그리고.. 잔잔한 포옹. 그 포옹으로 마음 속 상처가 치유됨을 느꼈다면... 과장일까? 여행을 하지 않아도 갔다온 것 같은 대리만족이 아닌, 여행의 낭만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갑자기 여행 같은 포옹을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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