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어서 이런 저런 작법책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우연히 만난 이 <스토리 설계자>를 보고 생각지못한 해답을 많이 얻었다. 이 책과 타 작법서와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간결한 주제 전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용은 좋은데 너무 개념설명이 많아서 이해가 어려운 책들이 많다. 혹은 일타강사처럼 방법론에 집중해서 본질을 파악할 수 없는 책들도 있고.하지만 이 책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내적 동기'만이 스토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신없이 빠져드는 그 스토리는 잘 짜여진 플롯이나 유려한 문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바로 주인공의 내적 투쟁에의 동화에서 부터 나온다는 것이다.소설에 완전히 빠져든 사람의 두뇌는 남의 일을 수동적으로 관찰하는 상태가 아니라, 마치 자기 일처럼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상태가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소설에 빠져들면 주인공의 경험을 온전히 '나의 경험'으로 인식한다. -스토리의 축은 외적 투쟁이 아니라 내적 투쟁이다. 주인공이 '외적' 플롯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풀기 위해 '내적'으로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극복하고 무엇을 감당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어떤 잘못된 내적 신념이 어떤 이유로 목적 달성을 가로막고 있는지 작가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작가가 주인공의 구체적인 내적 문제를 소상히 알고 있다면, 플롯은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것.소설을 쓰기 전에 '밑그림'을 그리는데 플롯과 관계없이 그 밑그림은 주인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주인공의 스토리를 위한 밑그림만이 중요하며,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불필요한 에피소드는 없느니만 못하기도 한다고.주인공을 구상한다고 인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쭉 쓰기도 했었는데 그러다가 지쳐서 정작 소설은 못 쓸때가 많았다. 역시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지는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거였다. 스토리 설계 전 안전 진단! 이 책을 읽든 안 읽든 이건 꼭 해보시길.이 다섯가지 중에 한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지금이라도 방향 설정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1. 무턱대고 플롯부터 짜고 있는 건 아닌가?2. 초고는 형편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3. 무작정 쓰고 있는 않은가?4.'스토리 구조 모형'을 맹신하는 건 아닌가?5. 아름다운 문체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이 책의 또다른 매력적인 특징은,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미션을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한 챕터가 끝나면 '과제'가 하나씩 주어진다. 막연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바로 실행해볼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걸 하나씩 해나가다보면 나도 몰랐던 숨은 스토리가 떠오르기도 한다.그리고 부록으로 들어있는 장면카드!플롯(외적)안에서 주인공에게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내적) 적어넣고 장면들을 배치해볼 수 있는 카드다. 아직 스토리를 모두 설계하지 못해서 장면카드 활용은 못해봤는데 어서 써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카드다.소설, 무작정 쓰지말고 방법을 알고 쓰자."작가의 가장 큰 매력적인 능력 두 가지는 새로운 것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과 친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새뮤얼 존슨*출판사에서 도서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