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 - 40년 의사소통 전문가의 실전 질문법
나카타 도요카즈 지음, 김정환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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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건, 대화가 자주 막히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분명 상대에게 관심이 있어서,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 던진 질문인데 대화의 공기가 갑자기 딱딱해지거나 상대가 방어적으로 변하는 경험이 반복됐다. 그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질문했을 뿐인데, 왜 대화는 자꾸 어긋나는 걸까. 『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은 그 오랜 의문에 가장 구체적인 언어로 답해 준 책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왜?”라는 질문을 다시 보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왜?”를 가장 합리적인 질문이라고 믿는다. 이유를 묻는 질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 문제 해결의 출발점 같은 질문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질문이 실제 대화에서는 얼마나 쉽게 비난과 평가로 들릴 수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읽다 보니 “왜 그랬어?”라는 말이 사실은 “그건 잘못됐어” 혹은 “설명해 봐”라는 압박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왜?’라는 질문을 금지해야 할 대상으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이 책은 질문을 없애자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의 방향을 바꾸자고 말한다. 상대의 내면을 추궁하는 질문이 아니라, 지금 드러난 사실과 상황에 초점을 맞춘 질문이 관계를 훨씬 안전하게 만든다는 설명은 읽을수록 설득력이 있었다. 질문 하나가 상대를 열게도 하고 닫히게도 한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대화의 장면으로 다가온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질문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종종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는 말로 질문의 상처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 책은 소통에서 중요한 건 의도가 아니라 전달되는 방식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질문은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관계를 형성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상대에게는 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질문 습관을 돌아보게 됐다.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던진 질문들이 사실은 내 기준과 기대를 먼저 깔아 둔 질문이 아니었는지,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을 듣기보다는 설명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았는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그 과정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질문을 바꿀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은 대화를 더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서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이 책은 화술을 늘려주기보다 태도를 바꾸는 책에 가깝다.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상대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드는 질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이렇게 말하면 된다”라는 정답보다 “이렇게 묻고 있었구나”라는 자각이 더 많이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 대화가 갑자기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기 전, 아주 짧은 멈춤이 생겼다. 이 질문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질문인가, 아니면 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인가. 그 한 번의 점검만으로도 대화의 결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이 책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오해를 경험하는 사람, 특히 ‘나는 소통하려고 하는데 왜 자꾸 갈등이 생길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은 대화를 더 잘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질문을 덜 상처 주게 하기 위한 책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관계에서는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읽고 나서 오래도록 곱씹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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