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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폭력 - 편견사회에서 장애인권 바로보기 ㅣ 장애공감 2080
시몬 코르프소스 지음, 김현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6년 3월
평점 :

책을 읽기 전에는, 장애를 이해하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장애가 아니라, 그것을 마주한 부모의 감정이었다.

아이를 만나기도 전에 먼저 전달되는 것이 ‘이름’이 아니라 ‘진단’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미 어떤 존재로 규정되어버리는 순간. 그 낯선 순서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이후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가족 전체로 확장된다. 어머니는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자신의 삶을 한 방향으로 고정하게 되고, 아버지는 책임과 회피 사이를 오가다 점점 멀어진다. 형제자매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이 변화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감정의 이유를 개인이 아닌 ‘조건’에서 설명한다. 장애는 사회적 사건이라기보다 가족 안에 깊이 남는 경험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연스럽게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게 되고 죄책감 또한 따라온다. 이해되는 감정이지만, 그렇기에 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장애를 이해하라고 말하기보다, 우리가 왜 그것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반응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읽고 나서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정말 이해하려 했을까,
아니면 견딜 수 없어서 피했던 걸까.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