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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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내 생활 범위는 사실 무척 좁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더 많다. 경험해보지 않은, 설사 경험했다 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경험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에세이 섬 의사의 사계절이라는 제목이 끌렸다.

섬의 생활, 그 섬의 의사.

육지 의사의 섬 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서 천문학과에 입학해 졸업한 후에 다시 의사가 되기로 했다. 인턴을 마치고 군 입대를 하고 원하지 않았지만 섬 공중보건의로 발령 났다. 그 과정도 재미나다. 형평성을 고려해 번호 추첨을 했는데 당황스럽게도 그만 섬 으로...., ㅋㅋ~

 

단순하고 외롭고 쓸쓸하지만 섬 생활에 적응한다.

 

육지 사람인 으사(의사)선생에게 호의적이기도 하지만 반면 요구사항도 많고 응급상황도 많다. 하루 몇십 명의 일반환자 진료, 응급상황에 섬의사는 왕진까지 간단다. 그리고 섬 사람들과의 관계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외부와 자유롭지 못한 섬에서 초보 의사로 보냈던 1년 동안 생활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섬 사람들 이야기와 그의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에세이다.

 

나는 섬을 몇 번 여행했다. 이박삼일이나 삼박사일 정도였지만 그 시간 동안 처음에는 호기심과 색다른 풍경에 두리번거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는 무료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여행객은 무료함에 지치기 전에 육지로 돌아온다. 작가인 의사는 그 섬에서 1년을 살면서 육지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고, 태풍으로 막힌 단절로 외로움도 깊어가지만 주어진 임무와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최선을 다한다. 섬의 사계절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외로운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고생도 많았는지 다시 그 섬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섬에서의 고립으로 인해 잃은 것도 있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는 그리움의 장소가 될 듯 하다.

 

 

섬에서의 외로움은 육지에 있는 그녀를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고 자연의 지배를 받는 섬이기에 어쩔 수 없는 단절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지독하게 힘들었던 대학병원의 인턴 시절에 역시 업무에 시달리며 눈물 흘리던 초보 스크럽 간호사로 만난 두 사람인 그와 그녀. 힘든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던 듯하다. 그는 그녀에게 예쁘다는 표현을 참 많이도 했다. 젊은 날의 연애. 아름다웠던 시간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섬의 보건소와 공중보건의 생활을 조금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료인들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섬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도 섬 진료소를 많이 찾고 응급상황도 자주 발생하고 해경의 도움도 많고 헬기도 자주 뜬다고 한다.

 

 

이제 섬을 떠나 육지의 어느 병원에 있을 의사 작가님이다. 이성적이면서 때론 사람의 감정도 잘 다독여주는 다정한 의사가 되어 주시길 바란다. 글을 쓰는 작가님이니까 이후에 또 다른 병원의 에세이도 기다려본다. 의사 선생님이 글을 감성적으로 잘 쓴다.

 

육지 사람인 의사 선생님의 사계절 섬 생활과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글은 재미있고 잘 읽힌다.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에세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그의 그녀가 참 예뻤다.

추억은 아름답다.

                                          (제공 받은 책을 재미있게 읽고 쓴 리뷰 입니다.)

 

 


섬. 사방이 막혀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섬에서만 몇 십년을 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육지의 마을보다 훨씬 똘똘 뭉쳐 있으며 그런 단결력에서 나오는 묘한 섬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섬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쉽사리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나는 많은 문제점들을 두 눈으로 봤지만 그 문제들은 단 한 번도 제게되거나 해결되지 않았다. 이곳에 파견된 해경과 경찰들도 섬사람들에겐 외부인일 뿐이었다. (P79)

사람의 때가 타지 않는 곳이라 자연경관은 육지의 그것과 비교 불가였다. 수십 미터의 기암절벽을 쳐다보기만해도 아찔해졌다. 정자에 가만히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먹었다. 차가운 바람은 혀를 무겁게 짓눌었다. 그날을 바람은 달았다. 바람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바람에서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스치기만 해도 기분 좋은 따듯한 바람이었다. 그 바람을 따라 파도들도 천천히 섬 쪽으로 밀려왔다. 몇천 년간 파도의 힘에 맞서 싸워 온 기암절벽. 그 장엄함은 그냥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내 눈에는 멋진 자연경관으로 보이지만 과거 무수한 시간동안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물이 줄줄 새는 아픔을 겪었으리라. 나 또한 현재의 고통으로 기로워하고 있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피가 되고 살이 되기를 기원했다. (P110)

평소처럼 티켓을 구입하고 차를 실었다. 그리고 탔다. 더 이상 이 섬에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다. 후련함, 아쉬움, 슬픔, 즐거움, 복잡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배에 탑승했다. 그날은 왠지 모르게 내 차도 내 몸둥이도 무겁게 느껴졌다.



섬에 있으면서 유일한 의사라는 자부심으로 일했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의 골든아워를 확보하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의학지식으로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려 노력했다. 새벽에 아파서 문을 두드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하찮은 기침약마져 웃는 얼굴로 처방해 주었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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