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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는 계절
김의경 지음 / 책나물 / 2022년 10월
평점 :
반 백을 넘은 나이에도 나는 살림 사는 것이 어렵기만하다.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밥 핟다 딴 짓을 하다 태워먹은 냄비가 한 둘이 아니다. 병든 아내를 위해 정리 수납 강의를 들으로 다니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가 와 닿았다. 나도 언젠가는 정리 수납과정을 한번 들어 봐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김의경의 에세이를 읽다가 생활인으로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난 코로나 시기 우리 가족에게 갑자기 들이 닥친 고난 앞에서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을 맛보았다. 가족들은 연 달아 아팠고, 딸아이는 직장 생활이 힘들어 휴직 했고, 아들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유급을 했다. 자영업자인 남편의 가게도 손님이 줄어 빚만 늘어갔다. 설상 가상으로 남편은 몸이 아파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때는 하루 하루가 고통 스러워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 웠다.
이 책에서 파산을 하고 놀이공원에서 만나는 가족들의 담담한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 시기 절멍감에 바져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생계 때문에 파산한 가족이 놀이 공원에서 만나 놀이기구를 타고 담담하게 헤어지고 다시 만나길를 기약하는 그 모습에서 작가를 키운 가족의 토양이 어떤지 느낄 수가 있었다. 어쩌면 감추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가족사를 용기있게 드러내는 작자의 용기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큰 위로를 얻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이 또한 삶이라고, 그리고 하루하루의 생활이라고, 밥을 먹고 방 청소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시장을 보러가고 밥벌이를 해야 하는 이 삶을 담담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그리고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날이 온다고....
김의경이라는 작가를 이 생화이라는 계절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작가의 소설들을 차례차례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멋진 책을 쓴 작가와 책나물 편집자와의 인연을 책소개를 통해 읽으면서 생활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는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 아름다운 굼의 꽃이 피어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