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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를 의심하세요?
글로리아 프란첼라 지음, 주유미 옮김 / 행복한그림책 / 2020년 7월
평점 :
검은 고양이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어릴 적 읽었던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이미지를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어요.
책을 읽은 지는 너무나 오래되어서
내용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뭔가 그 책 분위기에서 풍겨 나왔던
께름칙함, 곁에 두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이 있어요.
애드거 앨런 포 역시 이런 검은 고양이에 대한
대중적이고도 일반적인 느낌을 살려서
소설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왜 저를
의심하세요?
글로리아 프란첼라 글 그림
행복한그림책 출판
옛날부터 검은 고양이를 만나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검은 고양이를 보게 되면
기분 나쁘다고 욕을 하거나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해 버릴 때가 있어요.
어느 날 나무 위 둥지에 있던
아기 올빼미들이 사라져버려요.
어미 올빼미는 여느 사람들처럼
나무 아래에서 밤새 울고 있던
검은 고양이 때문에 재수가 없어서
아기 올빼미들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며
검은 고양이를 탓하지만,
어미 올빼미는 검은 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아기 올빼미들을 찾게 돼요.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검은 고양이에 대한 속설을 알려주었어요.
아이가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없을 때에
이 책을 알게 된 게 다행이라고 여겨졌어요.
생김새 때문에 의심받는
검은 고양이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의 겉모습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뚱뚱하다거나
못생겼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어린아이들은 사람들의 외모가 남다르면
그것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버려서
부모를 당황하게 만들 때가 아주 가끔 있는데요.
6살 첫째는 그런 시기가 지나간 것 같은데,
4살 둘째가 얼마 전에 이런 일로
저를 당황하게 만든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낯을 잘 가리지 않는
아주 어린 아기도
나이 많으신 분들 앞에선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으니
외모에 대한 편견은 누군가 심어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인식해서 자신에게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상대방에 대해서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
그걸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던가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게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의 역할인 거 같아요.
"별 하나 없는 캄캄한 밤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이 검은 고양이라는 걸
각인시켜주고 싶어서인지
동화책은 이렇게 시작해요.
아무것도 없는 검은색으로만 된
페이지를 한 장 넘기면,
고양이 울음소리와
고양이 눈만 보이는 그림을 볼 수 있어요.
이렇듯 책을 보고 있으면
검은 고양이의 특징을
아주 잘 그려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양이를 찾아내는 것도
6살, 4살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더라고요.
검은 고양이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것처럼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그림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요.
까마귀라던가 검은 고양이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는 모기를 볼 수 있어요.
우리 아이가 그림에 나오는 아저씨의
손 모양이 왜 그런 건지 물어보기도 했는데요.
좋지 않은 것을 뜻한다고 얘기해 주고
제 기억이 맞는지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악마를 나타내는 뜻이었어요.
기분 나쁜 이미지가 때로는
무기가 될 수도 있는데요.
책 속에 나오는 검은 고양이는
그 이미지를 부풀려서
아기 올빼미를 구출하는데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덕분에, 검은 고양이는 재수가 없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데 한몫하게 돼요.
별 하나 없는 캄캄한 밤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별과 보름달, 어미 올빼미와 아기 올빼미들,
그리고 올빼미들이 살고 있는 나뭇가지에서
코를 골며 평화롭게 잠을 자는
평화로운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나요.
그래도 여전히 캄캄한 밤 그림에서
나뭇가지에 있는 검은 고양이를
반갑다는 듯이 찾아내는 걸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책을 본 후엔 독후 활동으로
아이가 책을 보며 생각나는
이미지를 그려보기도 했어요.
동화책을 보면서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가질 수 있는
편견이나 외모에 관한 선입견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동화책의 그림과 내용도 어른이 보기에도
정말 마음에 들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요즘 잠자리 동화책으로 밤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볼 때마다 참 잘 만든 동화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이에게 동화책을 통해서
편견이나 외모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