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용 홍길동전을 작년에 읽을 기회가 있어 읽었는데
그보다는 내용이 적지만 꼭 필요한 줄거리며 주요 사건들은 다 들어 있었다.
예전엔 율도국에서 나라를 세워 살았다 정도만 나왔던 것 같은데
부인을 얻는 과정이며, 임금님에게 병조 판서를 달라는 요구는 꽤 새로웠다.
우리 아이들은 홍길동이 분신술을 써서 8명이 되는 내용을 가장 재미있어 했다.
큰 아이는 얼마 전 <서유기>에서 본 손오공도 분신술을 썼다며 신기해 했다.
중국에 손오공, 조선의 홍길동은 슈퍼 히어로라며 자기도 도술을 부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술을 부려 자기가 좋아하는 소방서들을 하룻 동안 다녀 오고 싶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소방관이 장래 희망인데 타 지역을 지나갈 때마다 소방서가 나오면 꼭 확인을 하는 아이라
도술까지 부려가며 소방서를 가고 싶다 말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진 않았다.
우리 둘째는 요즘 한장 숫자 세기에 빠져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줄어드는 층수를 세며 간다.
어김없이 8명 된 홍길동을 일일이 세며 진짜 홍길동이 누구냐며 질문을 했다.
왜 홍길동이 8명이 되냐고. 10명이 되면 안 되는 거냐며 하는데 그 대답을 명확하게 해 주지 못했다.
나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며 이 책에서도 홍길동이 잘한 일이냐 잘못한 일이냐의 논쟁 거리가 되는 건
임금님에게 병조판서 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사회라 서얼 출신으로 겪은 설움은 잘 이해하겠으나
결국 원하는 것이 벼슬자리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작년에 읽었던 홍길동 책에서도 그 부분이 홍길동전이 비난을 받는 부분 중에 하나라고 했었는데
신분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하며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벼슬 자리보다는 더 획기적으로
신분제 철폐를 주장하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서얼과 양반과의 차이는 없애달라고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본인이 그렇게 원하던 "호형호제"를 하게 해 달라 제도를 바꾸어 주었으면
억울한 감정을 가지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을 텐데...
이번에 책을 보면서 우리 고전 중에도 지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히어로들이 존재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못지 않게
홍길동도 하늘을 날고, 분신술을 쓰고, 괴물들도 물리치는 조선판 액션 히어로다.
아이들이 외국 캐릭터에서만 희열을 느낄 것이 아니라
우리 고전 문학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조선의 신분제도를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은
왜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는지 이해하진 못했지만
힘든 사람들을 도와 주는 홍길동을 좋은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