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아프리카 윤 지음, 이정경 옮김 / 파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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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누군가로부터 "자넨 너무 뚱뚱해!" 라는 말을 들었던 아프리카 윤은 베이커리에서 빵을 골라 집었다가 한국 할머니로부터 돌직구를 받습니다. 누가봐도 과체중인 그녀이지만 당사자는 물론 상처 받는 법,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에 묻습니다. 자신은 뭘 먹어야하는지. 할머니는 바로 대답합니다. "한국 음식! 한식이 최고이지!"


매주 일요일 교회가 끝나는 시간에 저자는 한인 마트에서 한국 할머니를 만납니다. 농산물 코너에서 각종 과일과 채소를 잔뜩 구매하곤 집에 와서 식재료를 정리합니다. 그녀의 다이어트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식자재로 요리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나중에는 꽤 완성도 있는 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한식의 기본기를 점차 알면서부터 군것질과 시식과 같은 그녀의 사소한 습관도 고쳐졌습니다.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할머니의 한국어가 듣기 좋았고 본격적으로 한식에 빠져듭니다.


첫 달엔 13kg, 1년 만에 50kg을 감량했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기적을 선사해 준 구원자 같은 할머니도 이제는 그녀 곁을 떠나도 안심이 되었다는 듯이 어느순간 그녀 앞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을 펼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곤 할머니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집니다. 한식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그녀가 요리하는 한국 스타일 음식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운동과 병행하며 건강관리를 지독하게 했다고 합니다. 날씬해져서 예쁜 옷을 입고 찍은 기념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녀의 변화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녀의 곁에 수많은 인연이 오고 갔지만 가장 중요한 인연 중 하나에는 한국 할머니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식습관을 영향 받아 저염식과 채식 등 건강식이 익숙했습니다. 그 덕분에 입맛도 꽤 길들어져서 청소년기를 지나서 체중 변화가 없었습니다.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이 크게 없는 편이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점점 깊이 알게 되면서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노력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입맛이 없을 때가 많아 평소에는 음식이 주는 힘을 간과했습니다. 조금 아팠을 때 무언가 깨닫고 나선 잘 안 먹었던 지난 순간들이 후회되었습니다. 어쩔 때는 한식이 지겹고 먹기 싫을 때가 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역시 한식만 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옛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입맛도 변하면서 이전에는 먹기 꺼렸던 음식도 먹게 되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챙기게 되었습니다. '재료가 어떻든 맛있기만 하면 돼'라는 생각보단 쓴 것이 몸에 좋다는 쪽으로 느끼려 합니다.


저자는 카메룬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부터 UN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걸쳐 그녀의 결혼 생활까지 희로애락이 담긴 삶을 술술 풀어냅니다. 글로벌 활동가인 부모님의 교육을 통해 국가 별로 거쳐간 사회적 활동들도 담겨 있습니다. 사소한 연애담부터 한국인과 인연을 맺어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녀의 스토리가 포함됩니다. 한국의 고유한 전통적인 음식이 해외에서 각광받고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며, 우리나라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실행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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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방전되는 당신을 위한 에너지 사용법 - 쓸모없는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오늘 치 에너지 배분의 기술
게일 골든 지음, 한원희 옮김 / 갤리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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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에서 상위 다섯 개의 가치에 집중하는 법을 말합니다. 저에게 바로 떠오르는 가치로는 행복 건강 자아실현 여행이 있습니다.

점점 자신을 마주하고 알아가면서 스스로 정신적인 가치를 무엇보다 추구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 고민과 걱정도 많고 그것이 깊어지면 잠을 못 자는 성향입니다. 이 부분에서 나의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소비하고,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조절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움직이는 활동을 해서 에너지를 분산 시키는 노력을 했습니다.


저자가 말한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사는데 필수적인 활동들을 살펴봅니다. (가로 부분은 셀프 예시)

-위생관리

-건강식 섭취 및 그 외 건강관리 (식단 관리, 헬스 etc.)

-좋은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

-좋아하는 활동 (독서, 음악 감상, 해외 드라마, 여행 etc.)

-의미 있는 일 (기부, 동물보호, 사회적 캠페인 etc.)


어느 순간 새로운 경험을 했을 때 '별거 없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전과 달리 기대 정도가 낮아지고 만족감을 덜 느끼면서 나에 대한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동시에 무언가 의욕 저하가 되는 시기에 오히려 열정이나 활력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학부시절 숱하게 배웠던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이 나옵니다.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충족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 환경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남들과 다른 경로를 선택하면 이탈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나이대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마치 정해진 것 마냥 일반적인 루트를 따라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떠한 세대마다 개성이 있다곤 하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 현황이 느껴집니다.


'이 책의 핵심은 당신에게 중요한 일, 즉 의미 있는 일에 탁월해지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필요한 세 가지 키워드는 재능, 기회, 헌신입니다.

우리는 기회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간혹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 혼동하기도 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살면 나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발전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에 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사는 삶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요.


탁월함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마침내 이루었을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책에 실린 단계적인 실천법으로 에너지를 집중할 곳과 아닌 곳에 구분을 두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나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면 에너지 분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맞이한 고객 사례를 예로 두어, 소주제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풀어서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저자는 '탁월한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라고 합니다. 자신의 탁월함을 선택하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찾아서 실행해야 합니다. 인생에 대한 꼭 맞는 정답은 없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책 속에서 충분한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의 인생이다. 단 하나밖에 없는. 그러니 우리 모두 자기 인생의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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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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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사에서의 결혼>

티파사는 알제 북부의 해안 도시라서 바다와 그것을 둘러싼 자연환경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깊고 섬세합니다.

카뮈가 바라보는 이 지역은 상상력의 근원이 되었고, 삶을 사랑하게 되며 자긍심을 갖도록 합니다.

그 앞에 펼쳐진 웅장한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 커다란 무대장치가 되어 그의 능력치를 한껏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이죠.


<제밀라의 바람>

알제리에 있는 고대 로마 제국의 식민지 도시의 유적지입니다. 그가 마주한 제밀라는 높은 산들 속에 있는 죽은 도시(폐허)였습니다.

바람은 굉장히 세차게 불고 그곳의 침묵과 황폐함이 드러난 곳에서 삶의 영원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빛과 폐허를 뒤섞는 바람과 태양의 저 장엄한 융합 속에서 빚어진 그 무엇인가가 쓰러진 도시의 고독과 침묵을 동반한 가운데 인간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가늠할 척도를 선사한다.

p. 28

젊은 시절의 그가 생각한 죽음에는 꽤 두려운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죽음은 그저 세상과 분리된다는 것과 굳게 닫힌 문이라고

말하며, 정신적으로 살아있음에 대한 의미를 크게 둡니다. 저조차도 생의 종말은 멀고도 먼 거리에 있을 뿐 언제까지나

이 세계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알제의 여름>


그의 고향이자 청춘을 보낸 알제에 바치는 글입니다. 이 에세이도 알제에서 작성되었는데, 그의 가정 환경의 배경을 알고서 읽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0대 청년 시절이 오롯이 담겨 있어 의욕이 넘치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중해 연간에 위치한 지역 특징으로 드넓은 바다와 주변의 넓은 평야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떠오릅니다.

<사막>


그러나 그 기묘한 사막은 자신의 갈증을 전혀 달래지 않은 채야, 오로지 그제야 그 사막의 곳곳에서 상쾌한 행복의 물이 넘쳐흐르게 된다.

p.86

이탈리아 미술관에서 감상한 그림과 보볼리 공원의 전망대에서 본 풍경들. 이탈리아 피렌체 도시는 자신과 반항의 뜻이

같음을 알게 되었고, 그의 마지막 산문을 고교 시절 은사님에게 바칩니다.

역사를 간직한 지역에서 카뮈는 세상을 읽고 자신을 통찰합니다. 태양, 바다와 대지가 존재한 곳에서 그 찬란함을 즐기고

그의 세계를 표현한 에세이입니다. 그의 연보를 참고하고 표현된 단어의 의미를 찾으며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접한 카뮈의 문장은 새로운 문학 분야에 발을 들인 듯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해석하는데

난이도가 있어서 곁에 두고 몇 번이고 읽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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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65
샬럿 브론테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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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이자 정서적 성장 모습이 담긴 교양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1권은 게이츠헤드와 로우드 시절의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어린 시절 고아가 된 제인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공간은 외삼촌의 대저택에 있는 붉은 방입니다. 그 방에서 환영을 보고 기절했던 트라우마가 줄곧 남게 되며, 사촌의 육체적 학대를 견디기엔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자선학교에 가기 위한 절차에서 그녀를 교장 앞에서 거짓말쟁이로 만든 외숙모에 대한 분개심에, 자신이 외숙모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외삼촌과 그녀의 부모님이 하늘에서 외숙모를 어떻게 심판할지 독설을 내뱉게 되죠. 어리지만 강단 있는 모습입니다.

열악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이어가는 학교생활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그녀의 친구 번스가 큰 힘이 되어줍니다. 번스는 교사에게 견디기 힘든 수모를 받지만, 모든 걸 통달하는 듯한 긍정적인 정신이 되려 제인을 위로합니다. 제인은 교육을 통해 배움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많아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교사가 되는 길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책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묘사가 굉장히 자세합니다. 고아원과 다름없는 학교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학생에게 가해지는 체벌의 장면이 있습니다. 위선적인 브로클허스트 목사는 신앙을 방패 삼아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죠. 그를 비난하는 제인의 모습에서 잘못된 종교관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권에는 제인이 손필드 자택에서 가정 교사로 일하며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아이인 헬렌의 가정교사를 맡으면서, 항상 자유를 갈망하는 제인은 외딴곳에서 생활하는 게 지치게 됩니다. 잠시나마 한 외출에서 로체스터를 처음 마주합니다. 딱딱한 첫인상을 남긴 로체스터는 그녀와 스무 살의 나이 차이가 나지만 그를 향한 제인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독자로선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제인의 새로운 감정과 심리 변화에 기대하게 됩니다. (저자인 샬롯 브론테가 경험했던 사랑이 소설 속에 녹아든 걸 참고합니다.)

손필드에서 일어난 수수께끼 같은 사건과 밤에 집안을 돌아다니는 숨겨진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비밀이 드러나면서 로체스터는 지난 과오와 과거를 밝히며 자신의 불행했던 삶과 가난했던 마음을 표현합니다. 제인은 그를 진정으로 동정하지만, 그의 아내인 버사의 존재를 알기에 그를 위한 정부가 될 수 없다고 결심합니다. 실의에 빠진 제인이 그를 떠나면서 겪은 마음고생은 누구였어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테죠.

손필드를 떠나 무어 하우스에 지내면서 활력을 되찾고 행복함을 느낍니다. 가족으로 대하는 세인트존의 누이동생에게 안정감과 의지를 얻으면서 건강을 회복합니다. 목사인 세인트존은 진실한 사랑이 없이 제인이 자신의 아내가 되어 선교사이자 협력자가 되길 바라지만, 제인은 그의 허울뿐인 감정을 경멸합니다. 역자 해설에 서술된 '도덕성과 열정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그 사랑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보여준다.'라는 제인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로체스터의 이기심이 제인을 속인 점은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화재 사건 이후 장님과 불구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을 보며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인은 그의 부인이 떠나고 혼자가 된 그의 곁에 남기로 합니다. 전과 다르게 독립심이 생긴 제인의 모습에서 당당하게 로체스터와의 행복을 추구하는 결심을 보입니다. 당시 영국 소설에서 유행한 고딕적인 테마는 제인 에어에도 찾을 수 있습니다. 당대의 여성 모습과는 다른 제인의 여성상은 또 다른 가치를 구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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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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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아선 작은 땅은 한반도를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수는 무엇을 뜻할지, 여러 생각이 들었던 표제입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이틀에 걸쳐 완독하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 장대한 소설을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읽어보길 희망하며 깊은 울림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긴 시간 동안 이 책을 쓴 작가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청소년기에 배운 역사와 자격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한 시간을 통틀어 생각해보면, 기생에 대해선 그저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들에게 큰 관심이나 호기심이 없었기에 등장인물로 나온 그녀들의 이야기가 생소하면서 머리를 강타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감정 표현이 잘 서술된 옥희를 통해 그 시대의 흘러가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옥희는 장녀란 책임의 몫으로 이른 나이에 어미의 곁을 떠나 은실 밑에서 기생이 되기 위한 견습생을 택합니다. 그 길의 시작이 그녀의 인생 흐름을 어떻게 보여줄지 불안함 속에서도 어떠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친구이자 가족과 다름없는 연화는 자기애가 넘치고 명랑한 모습 속에 우울한 내면이 담겨있습니다. 미인인 어머니를 그대로 닮은 그녀의 언니인 월향은 모성애를 가득 받고 자라지만 연화에게는 모든 게 그 반대였습니다. 경성에서 기생이 되어서도 외모로는 인정받지 못한 채 옥희의 그림자와 같은 역할이 되었습니다. 연화의 뛰어난 가창력을 유일하게 북돋아 주는 자산가의 유부남을 만나 인생의 2 막을 열지만 그 생활의 끝은 불행이었죠.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인을 후원자로 둔 기생의 삶은 표면으로만 보았을 때 화려함과 멸시가 담겨있습니다. 은실과 단이(김예단)는 전성기에 부를 늘리고 성공하면서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가 자금력을 뒷받침해 줍니다. 상류 기생인 만큼 무수한 일본인의 비위를 맞추고 그 대가로 후원받으며 그들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굳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국의 마음과 대의를 위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큰 기개를 품고 있다는 말 그 자체입니다.

어린 월향에게 저지른 일 등 일본인의 만행에 혐오를 느낀 옥희는 평생 그들을 후원자로 두지 않습니다. 오로지 가난했던 한 사람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바다같이 깊고 넓게 표현됩니다. 순수하고 진정성이 가득한 애정으로 한철의 성공을 기원해 주고 물질적으로 지원해 줍니다. 그가 자리를 잡은 후 결혼을 기다리는 옥희에게 기생이었단 이유로 거절할 때 저 또한 피멍이 든 기분이었습니다. 옥희의 헌신이 수포가 되고 그녀는 체념해버립니다.

수년의 시간 동안 옥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성공을 욕망하며 사회주의자이자 대대로 자산가인 명보의 일을 도운 정호가 있습니다. 그가 마침내 그녀에게 참아왔던 마음을 고백할 때 옥희는 불편함을 느끼며 한철을 떠오르게 됩니다. 친구로서 사랑하는 정호를 한철로 덮으려 했지만 서로에게 향한 마음이 달랐기 때문에 관계가 멀어집니다.

1918년도부터 1965년도까지 반세기 동안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일본 통치하에 무력 상태인 사회 배경에서 기생 계층을 중심으로 작은 야수들의 삶이 전개됩니다. 이 작은 땅에서 용맹한 호랑이는 우리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영적인 힘을 표현하는 호랑이는 우리 조상들의 모습에 담겨있습니다. 일본의 투항을 받고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달려온 야수들의 정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부가 되지 못해 후회스러운 마음을 서로 터놓는 정호와 옥희, 반역죄로 당대 사회 분위기에 따라 결국 사형이 집행된 정호의 마지막을 끝으로, 옥희는 서울을 떠나 해순 언니의 고향인 제주로 향합니다. '서월할망'으로 불리면서 해녀 일을 하고 새 삶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 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사랑을 떠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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