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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늑대
마가렛 섀넌 지음, 용희진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4월
평점 :
만약에 털실로 만드는 옷을 입으면, 그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털실이 있다면
무얼 만들고 싶냐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검은색 실과 주황색 실로 커플호랑이 옷을
만들어서 엄마는 검은색 큰호랑이가 되고 아들은 주황색 작은 호랑이가 되어
숲에서 함께 놀고 싶다고 한다.
아직 엄마와 함께 놀고 싶은 열살 아들의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빨간늑대그림책에서는 함께 놀아주는 엄마아빠 대신....
바깥세상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 왕이 공주를 보호한다며 성에 가두고,
공주는 성안에 갇혀서 바깥세상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공주의 일곱번째 생일날 성앞에 공주에게 커다란 황금상자가 선물로 들어온다.
황금상자 안에는 알록달록한 털실이 들어있었고 무엇이든 뜨고 싶은 것을 뜨라는 메모가 있다.
공주는 빨간 털실만 골라서 빨간 늑대 옷을 떠서 입은 후
위험한 세상에서 커다란 빨간 늑대가 되겠다고 말을 한다.
말을 내뱉자마자 공주는 정말 빨간 늑대가 되어 돌탑 지붕을 뚫고 숲으로 떠나게 된다.
커다란 늑대가 성을 부수고 숲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왕은
늑대가 공주를 잡아 먹은 줄 알고 슬퍼하게 된다.
빨간늑대를 본 이후 모리스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떠올랐다.
커다란 빨간 늑대가 되어 숲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로젤루핀 공주를 보니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가 떠올랐고
바깥 세상이 위험하다고 공주를 성에 가둔 왕은
맥스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야단을 친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빨간 늑대 옷을 입고 숲에서 신나게 노는 로젤루핀 공주는
집을 떠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괴물들과 신나게 노는 맥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결말은 많이 달랐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신나게 놀고 난 후 맥스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로젤루핀 공주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따뜻한 스프가 아닌 높은 성에 갇혀 다시 나올 수 없을테니..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어른들이 쌓아둔 성벽은
비단 돌로지어진 단단한 건물만이 아닐것이다.
지금 이시대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성벽을 쌓아 아이들의 놀고 싶은 마음을 가둬두고 있는건지.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성벽를 쌓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이 위험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할 임무가 아닐지 생각해 보게된다.
그렇지 않고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저 가둬 둔다면...
그림책 속의 로젤루핀공주처럼 세상으로 달려 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갇혀 지내지 않고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길
기대해보게 되는 그림책... 빨간늑대.
절판되어 많이 아쉬웠는데 키위북스에서 복간해주셔서 참 감사하다,
좋은 그림책은 예전에도 지금도 참 좋은 그림책이니 말이다.
* 이 리뷰는 빨간늑대책을 갖고 싶어 제이그림책포럼 서평단에 응모하여
서평단으로 당첨되었고 키위북스에서 책을 제공 받아 읽은 후 소감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