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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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대학생서포터즈8기의 마지막 미션도서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입니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호모 데우스>에 이은 인류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인데요. <사피엔스>가 다른 모든 개체를 뛰어넘어 지배자가 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고, <호모 데우스>가 신이 된 인류의 미래를 개괄했다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인류에게 닥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493쪽에 달하는 하라리의 21가지 제언은 총 5부에 걸쳐 저술됩니다.

1기술적 도전에서는 21세기 생명기술과 정보기술 혁명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인류가 지켜왔던 일자리, 자유와 평등이 도전받고, 위태로워질 미래를 그립니다. 특히 협력과 상호작용의 결과로 행성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인류가 미래에는 대다수가 사회와 점차 무관한 존재가 될 거라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독재생물학적 계층 분화는 단지 영화 속 시나리오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란 걸 느끼게 합니다. 정보기술사회로 진입한 이래, 데이터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데이터의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정보에 대해 소수와 대중이 부여하는 가치의 모순이 느껴졌는데요,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거대 기업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AI의 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이것이 가까운 미래에 인간 해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어떤 이유도 지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중의 정보 소비 성향은 뉴스 시장을 통해 너무나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공짜 뉴스를 소비하며, 모르는 사이 우리의 주의를 팔고 있습니다. 책은 이러한 뉴스 시장의 진실을 공짜로 무언가를 얻는 경우 당신이 상품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설명합니다. (책의 한국 독자를 위한 77)

2정치적 도전은 공동체,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에 대해 다룹니다. 이 장에서 다루는 모든 키워드는 인간의 정체성 형성과 긴밀히 연결된 단어들이라고 느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집단의 역사입니다. 인간은 오랜 과거에서부터 공동체를 형성하고, 문명을 창조하고, 민족주의와 종교로 단결했으니까요. 이민이라는 키워드가 현대에 와서 더 두드러진 것은 난민 문제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 난민 문제는 민족주의와 연결돼 강력한 찬반논쟁이 오고 가고 있어요. 하라리는 이 장에서 인간 집단이 확립하기 위해 사용한 상징과 체계를 설명합니다. 이 상징과 체계는 개개인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세계관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차이를 통해 각 집단은 서로에게 선을 긋고 공동체 내의 이른바 동족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에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에 인류에게 닥친 문제는 지구 차원의 문제이며, 지구 차원의 문제에는 지구 차원의 해답이 필요합니다. 지구 차원으로 대처하는 일이란 지구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으로 각 사회가 붕괴하고, 불신하여 민족주의로 돌아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민족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 아닙니다. 내 나라, 내 민족에 대해서만 배타적인 선호를 보이는 열렬한 민족주의가 이민문제를 넘어서 세기의 문제로 떠오른 핵전쟁, 생태붕괴, 기술적 파괴라는 세 가지 문제의 현실적 대안으로 왜 적합하지 않은지 논의합니다.

3절망과 희망과 제4진실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다룹니다. 인간은 공포에 너무나 쉽게 반응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 앞에서 효율적인 대응보다 과잉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테러리즘과 전쟁의 역사 속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인간이 손쉽게 앎 밖에 있는 것을 신의 이름으로 설명하며 무지를 감추는 성향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이는 무신론의 윤리와 세속주의로 이어지는데요, 하라리가 종교를 부정하거나, 믿음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종교가 역사 속에서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발휘하는 힘의 원천에 대한 진실을 드러낼 뿐입니다. 세속주의자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실입니다. 종교와 달리 믿음이 아닌 관찰과 증거에 기반한 과학적 진실에만 반응합니다. 진실, 연민, 책임에 가치를 두는 세속주의는 종교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준일뿐입니다. 하라리가 바라본 과학적 세속주의 가장 큰 이점은 자신의 그늘을 인정한다는 것인데요.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고 변화를 실천하는 것이죠. 하라리는 자신의 무오류성을 주장하는 사람보다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을 더 신뢰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인간은 무지를 인정해야 합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무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잡해진 세계를 이해하는 일 앞에서 인간은 무력해 보입니다. 하라리는 인간은 언제나 탈진실의 시대에 살아왔다고 말합니다. 허구를 만들고 믿는 시대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허구는 사피엔스종을 하나로 묶고 단결하여 지배자가 된 힘이었습니다. 인간의 허구와 신화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허구와 실체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하라리가 이 책을 쓴 목적도 여기에 있습니다. 허구와 실체를 구분하여 세뇌 기계에서 빠져나오는 것. 현재의 사피엔스들은 더 늦기 전에 이러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장은 5부 회복 탄력성입니다. 이 장과 연결해서 옮긴이의 글에서 인상 깊게 본 내용이 있었는데요. 옮긴이와의 인터뷰에서 하라리는 10대 시절 인생의 목표나 의미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며, 그런 것들을 몰라도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다음에 커서 일상적인 세상사에 함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 다짐의 실천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문에서도 하라리가 밝혔듯이 우리는 일상의 문제에 치여 진정 중요한 걸 놓치고 있습니다. 무력감을 느끼며 회피하는 걸 수도, 아니면 정말 큰 크림을 보지 못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장기적으로 인류 사회를 붕괴시킬 어리석거나 무지한 선택입니다. 전통적인 교육은 인류를 기술 파괴로부터 지켜주지 못하고, 인생의 의미나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정의해준 삶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미래에는 그것이 초지능을 가진 알고리즘이 되겠죠. 지금까지의 방식이 괜찮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혹은 미래 세대에게도 괜찮은 방식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세계는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라리는 책을 시작하며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며, 이야기 안에서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이야기란 인간들의 살아온 세월의 축적이란 단순한 의미를 뛰어넘습니다. 역사학자로서 하라리가 포착한 이야기는 목적이 있는 일종의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의미 부여하기를 통해 믿음을 형성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그 모든 이데올로기나 종교, 세계관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외면이 아닌 내면에도 있습니다. 내면의 스토리텔러는 나만의 신화를 구축하고 정당화합니다. 자아가 나의 통제 밖에 있게 된 순간, 나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내 몸 기계에 갇힌 내가 되고 맙니다. 하라리는 나에 대한 탐구는 기술의 결정체인 알고리즘이 뺏어가기 전에 스스로 먼저 해야 할 일임을 명시하고, 그 실천으로 명상을 소개합니다. “오직 관찰하라.” 자기 관찰을 통해 내 안에서의 허구와 실체를 확실히 구분하여 불안정한 사회에서 속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사피엔스의 숙명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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