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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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에서 추가도서로 제공받은 버스데이 걸에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두 권을 읽게 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입니다!

 

제목이 정말 참신합니다. 살면서 채소의 기분이나 바다표범에게 키스당하는 걸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 책은 무라카미의 머리를 스쳐간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에세이로 쓴 것입니다. 마치 무라카미가 '상상력의 풀장'이란 이름으로 개장한 수영장 안에 풍덩 뛰어드는 기분이었습니다저 또한 작가를 따라서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네요.

이 책은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무라카미가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엮어 발간한 책이라고 해요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두 모으니 세 권이나 됩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세 권 중 두 번째로 나온 책인데요. 이 사실을 몰랐던 저로서는 첫 번째로 나온 책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뛰어넘게 됐지만, 읽다보니 그런 순서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연작소설도 아니고 에세이인데다가 모아둔 글이 전부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었거든요책 안에서도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찍어 그걸 먼저 읽어도 상관없을 구성입니다.

 

읽으면서 발견한 것 중 하나는 모든 글이 딱 네 쪽의 글과 한 장의 그림으로 이뤄졌단 사실입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요, 잡지에 연재했던 글이니 글의 분량이 정해져 있었을 테고, 책으로 나온 결과 모든 에세이가 정해진 만큼으로 딱 네 쪽씩 차지하게 됐나 봅니다글과 함께하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오하시 아유미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인데요, 형태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서 귀여운 그림들이었습니다. 또 에세이에서 전하는 메시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세이의 끝에 나오는 작가의 후기는 무라카미가 아닌 오하시 아유미 씨가 맡았는데요, 이 후기를 통해 모든 그림이 동판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선이 많지 않아 그리는건 어렵지 않아보였는데 동판화 작업 얘기를 듣고 돌아가 그림을 다시 보니 그의 노고가 다시 보입니다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219)

 

무라카미 씨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보다 그저 한 인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에세이를 읽으며 무라카미의 여러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공감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음악 듣는 걸 참 좋아하고 지갑은 잊어도 꼭 챙기는 것이 이어폰인데요. 음악의 실용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음악에 나를 맡기지는 않지만, 저 문장에서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았든 음악은 언제나 나의 위로가 돼준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고마운 존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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