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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김영사서포터즈 3차 미션도서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장편소설 <좀도둑가족>을 읽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 영화 '어느 가족'을 먼저 알게 됐는데요, 그 영화의 원작이 바로 이 <좀도둑가족>입니다. 영화는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어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활자로만 상상했던 가족이 영상으로 구현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져 상영이 끝나기 전에 꼭 보러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좀도둑가족>은 그동안 읽었던 미션도서 중 가장 빠르게 읽은 책이지만, 가장 오래 여운이 남은 책입니다.
258쪽의 책의 목차는 이렇습니다.
책은 제목대로 어느 좀도둑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지만 이 가족은 특별합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닌 선택으로 뭉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란 보통 이미 정해진 사이라는 관념이 강해서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이는데요, 이들은 진짜 가족을 잃거나 그들로부터 버림받거나 그들을 떠나와 가짜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어딘가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먼 이 가족에게 한 소녀가 구성원으로 합류하며 동네 사람들의 시선에선 알 수 없는 그들의 속 깊은 사정을 다룹니다. 인물들이 가족으로 형성되기까지가 기승전결의 구조를 이루지 않아서 책을 읽는 것은 '이 가족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의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각 가족 구성원의 개인사를 알게 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어요.
가족이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_
사실 이들은 '가족이 되자!'라고 해서 모인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같이 살게 됐고, 남들이 볼 때 노인과 중년의 남성과 여성, 젊은 여자와 아이 둘은 가족 구성원으로 보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상처를 지닌 존재란 것인데요, 그 상처는 보통 함께 살았던 진짜 가족으로부터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 상처를 다시 받고 싶지 않아 함께 사는 서로에게 기대하거나 책임을 지는 부담을 가지지 않을뿐더러, 그건 성가신 일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지만 함께 하면서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나갑니다.
“이 아이를 안고 안기는 것만으로, 자신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136쪽)
이 사람들을 보며 가족이란 것이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을 둘러싼 사회가 가족을 바라보는 잣대가 '진짜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고, '가짜는 선택에 의한 가족'이라면 그런 구분은 어디까지나 사회의 편의를 위한 구분일뿐입니다. 소설에서도 인물들의 이름은 진짜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사회가 만들어낸 법과 제도, 언어와 같이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약속한 기호 같은 것들로는 정의할 수 없는 것도 분명 있으니까요.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유전자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된 이들이 서로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에서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이들을 부르는 이름 '가짜 가족'이 진짜 가족보다 더 '진짜' 가족으로 보이니까요.
“세상에 단둘이 있는 것 같았다. 내내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쇼타는 생각했다”(251쪽)
아빠, 아저씨로 돌아갈게_
선의의 의도로 행한 일이 꼭 좋은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듯, 이 사회가 '구제' 또는 '구원'이라고 생각한 절차가 과연 그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 또한 그 가족에 대해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수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증거들만을 수집했다면 수사관 미야베처럼 생각하고 분노하지 않을 거라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해체라는 결말로 드러난 분명한 사실은 사회가 이상적이라 생각했던 원상복귀가 개인들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아키나 다시 멍이 든 린, 혼자가 된 오사무의 모습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좀도둑가족의 결말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개인의 판단에 달린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정해진 답이 없듯이 이야기의 경우의 수는 수만 가지도 더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이게 가장 그럴듯한 결말이라고 작가는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하지만 가족을 바라보는 관념의 변화가 책을 통해 이뤄졌다면 또 다른 이야기의 결말은 이미 만들어졌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