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2025.겨울 - 67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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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에게 책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 더는 '우리'를 신뢰할 수 없어도 문학은 '우리'의 자리를 만든다
크리티카 - <신인류의 우정> 송연정

"'우리'라는 감각에 물성이 있다면, 그것은 느슨할지언정 단단한 형태가 아니라 차라리 언제든 깨져버릴 수 있는 유리에 가까우리라는 진실을.
……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나'들을 '우리'의 이름으로 호명함으로써 '우리'라는 말의 한계를 유보하고 부지런해 우리가 놓일 수 있는 자리를 넓혀가는 일이야말로 문학의 것임을,"

크리티카 - <신인류의 우정> 송연정(p.72-74)

'우리'는 단단한 것처럼 보인다. '나'를 비롯해 또 다른 '나'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게임에서 목숨이 여러 개인 듯, 내가 없어도 또 다른 '나'가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언제든 깨져버릴 수 있'(p.72)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해 다시 '우리'가 되었지만,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연대가 굳히지 않고, 오히려 연대 안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연대가 이루어짐으로써 찾아오는 기쁨보다 두려움과 불안감이 자리했다.

송연정 평론가는 '신극우',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세력의 결집, '서부지법 폭동'으로 불리는 소요 사태*를 언급하며 더이상 '공동체의 신뢰를 더이상 견지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말한다. '우리'라는 이름만으로 단단할 수 있었던 2016년과 달리, 지금의 '우리'는 깨질까 봐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유리에 이른 것이다.

" 사랑으로부터 감지할 수 있는 불가피한 낭만보다도 더 가볍고 별 볼 일 없는, 아름답지 않더라도 괜찮은 그 모든 감정을, 다만 우정이라고 말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크리티카 - <신인류의 우정> 송연정(p.88)

그럼에도 문학은 '우리'를 성실히 외친다. 손미 시인은 무기력한 자신을 마주하고, 김미령 시인은 우리가 아닌 나를 포착한다. 박규현 시인이 부서진 우리를 다시 나에 덧대어 보며 새로운 '우리'를 상상한다. 송연정 평론가가 말하길, 이를 단순히 '우정'으로 명명하기엔 부족하다고 한다. 끈끈하기보다 느슨한 연결이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우정'이라고 한다면, 헐거운 '나'가 조금씩 변해가는 '우리'에 몸을 맡기어 생동할 수 있지 않을까. 송연정 평론가는 기대한다.

*신진욱 「한국 민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파시즘」, 『광장 이후』, 신진욱 외, 문학동네, 2025, 29쪽

● 진정한 팬은 돈을 쓴다
크리티카 - <세상의 환호성에 파묻힌 미친 사랑의 속삭임> 정의정

소비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사회에서 '취향 공동체'는 '신념 공동체'를 대체한지 오래다.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여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요즘 더욱 흔하다.
……
소비는 진정한 '팬 됨'을 가르는 규율이자 담론장에 의견을 제출하기 위한 규범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크리티카 - <세상의 환호성에 파묻힌 미친 사랑의 속삭임> 정의정 (p.119)"

덕질을 열심히 하는 친구에게 '가짜 팬'이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 있다. SNS에 팬이라는 것을 티 내지만, 앨범 한 장도 사지 않는다며 그들을 팬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음방에 가고, 콘서트에 가고, 연예인을 위한 소비를 해야만 팬으로 인정받는 세계. 정의정 평론가가 인용한 김수아 작가의 말처럼 '소비는 진정한 '팬 됨'을 가르는 규율'로 자리하고 있다.

팬덤의 영향력은 단순히 그들만의 세계로 말할 수 없다. 여의도에 스타의 팬들이 응원봉을 흔든 순간, 팬들만의 세계에서 확장되어 연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타'라는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끼리 신념과 마음을 공유하는 공동체로의 발전. 정의정 평론가는 팬덤의 움직임을 스탠 액티비즘(stan activism)이라고 불린다고 말하며, 팬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주체화와 탈주체화의 순간이 여러 번 교차하고 중첩되는 이 소설이, 아름다움, 즉 매력의 윤리와 경제만큼은 영원히 자연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섬뜩하다. 케이팝-대중문화가 생산하는 외모, 몸, 아름다움, 매력에 관한 강력한 담론은 앞으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보이기 때문이다."(크리티카 - <세상의 환호성에 파묻힌 미친 사랑의 속삭임> 정의정 (p.131))

아름다움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직관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아름다움은 위험하고도 매혹적이다. 아름다움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정의정 평론가는 '매력 자본'을 언급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아름다우면 용서해버린다. 스타를 보고 외모를 평가하는 건 당연한 시대에 있고, 외모가 떨어지는 순간 그것마저도 화제가 된다. 옷 한 번 잘못 입으면 '워스트 드레서'로 기사가 줄줄 나오고, 그 기사를 클릭하는 자들이 있으니 '아름다움을 얻는 일'만큼이나 '아름다움을 잃는 일'은 수많은 화젯거리를 낳고 있다.

하지만 외모, 몸, 아름다움, 매력에 관한 강력한 담론은 흔들릴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마저도 자본으로 자리하고 있는 시대에서 아름다움이 무너지는 일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김수아, 「저항하는 팬덤과 소비자-팬덤의 모순적 공존」, 『페미돌로지』, 빨간소금, 2022

● 문학은 외부에서 라이벌을 찾기보다 문단 내부 속도의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 (담 - <문학의 많은 자리> 노태훈, 서호준, 성해나, 함윤이)

"문학의 정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매개는 출판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출판사가 과도하게 피치를 올린단 생각도 들어요. 신춘문예 당선작이 발표되는 1월 1일부터 신인 작가들에게 전화로 계약 문의가 쏟아진다고 하더라고요.
……
문학은 속도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과보다는 늘 과정이 중요하고 그 핍진하고 찬찬한 과정을 통해 작가가 다음 작품도 낼 수 있다고 여겨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콘텐츠에 문학이 밀린다고 진단하기보다는 문단 내부에서 이 속도의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담 - <문학의 많은 자리> 성해나 (p.144-145)

노태훈, 서호준, 성해나, 함윤이 작가가 <문학의 많은 자리>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때 주로 나눈 이야기는 2020년대 문학, 독립문학과 문단 데뷔, 독자나 시장이 원하는 작가 등 문학에 관련된 말들이 오고 갔다.

우리는 왜 문학을 읽지 않는가. 누군가는 넷플릭스가 더 재밌어서, 책으로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등 많은 대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해나 작가는 사람들이 문학에 대해서 외부의 문제를 조명하기보단 문단 내부의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서호준 작가가 말하는 '호명 받고 주목받는 작가들은 다 장기 채무자 같(P.144)'다는 말과 연결된다. 서호준 작가가 말하길, 시집의 출간 시기가 점점 줄어들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문학이 아닌, 착취와 소외가 이루어지는 문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함윤이 작가는 신인 입장에서 문단 내부의 문제를 주목했다. 신인 입장에서 계약을 놓치면 후회할까, '마음의 빚을 쌓이는 구조'(P.145)가 만들어지고 있어 문단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감에 쫓기며 문학을 하는 상황에서 좋은 결과물이 탄생할 순 있지만 과정이 속도전이 되는 순간, 그건 작품 퀄리티 문제와 작가의 다음 작품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이제 출판사를 중심으로 문단 내부의 문제를 들여다보며 신인은 물론, 문학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들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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