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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읽어야 한다
소설은 나의 나약한 구석을 끄집어내서 너도 그랬던 적 있냐고 묻는다. 나는 공감으로, 눈물로 답했다. 「돌아오는 밤」과 「문제없는, 하루」를 읽으며 사회에 대해 모른 척하고 있던 나의 나약함을, 「빈티지 엽서」에서 사소한 용기에 매달렸던 나의 나약함을, 「거푸집의 형태」에서 사랑받고 싶던 나의 나약함을 들켜버렸다.
개인적으로 「거푸집의 형태」을 읽으며 펑펑 울었고, 「빈티지 엽서」의 차분한 김혜진 작가의 팬이 되기로 결심했다. 오랜만에 읽은 황정은 작가의 단편 「문제없는, 하루」는 여전히 무력하지만 작가의 힘이 여전해서 인상 깊었다.
많은 작가가 수록되어 있는 작품집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색깔이 뚜렷하지 않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던 때도 있다. 그러나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만은 작가와 작품의 뚜렷한 색깔은 물론, 지금의 현실과 매우 겹쳐진 순간을 다룬다. 어떤 소설보다도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지금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읽기에 더 유의미하고, 더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자꾸만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걸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길을 걷고 또 걷자. 어느 날 오랜 사랑이 확 뒤집어졌다. 그래, 그렇게 되었다. 마치 거푸집으로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마음이 내 가슴에 콱 박혔다. - P98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그 순간,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사는 건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늘 더 큰 용기를 냈기 때문이라고. 익숙한 일상을 지키는 건 그것을 포기하는 것보다 언제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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