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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한 번쯤 겪었을 사춘기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책이 꽤 두꺼워서 "못 읽으면 어쩌지" 걱정했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이틀 동안 다 읽었다. 하루만 투자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거다. 그 이유는 문장들이 서로 잘 연결되어서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 이런 책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나도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진 사람인지라, 요즘은 책 읽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막히는 부분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 없이 술술 잘 읽었다. + 작가의 문체에 감탄했다..!!!
단순한 소재와 익숙한 인물들이다. 특이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뻔한 이들의 이야기에 서서히 스며들었고,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뒤에 갈수록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그러니 이 소설은 끝까지 놓지 않고 읽어야 한다.😲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은 나래, 보람, 곽근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전혀 헷갈리거나 "얘가 누구야"하지 않았다. 이름을 딱 들으면, '아. 시끄러운 애'하고 떠올랐다. 그만큼 작가가 인물의 성격과 이름, 상황을 잘 꾸렸다는 뜻이다.
작가를 모른 채로 읽었던 소설이다. 다 읽고 난 후, 인터넷검색을 통해 알았다. "이현" 앞으로 그의 작품을 찾아볼 것 같다. 읽으면서 그들과 함께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는 것만 같았다. 내가 그들과 함께 같은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됐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공감이 아닐 거라 믿는다.
호정이와 은기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여전히 각자의 일과 공부를 하며 살아갈까? 아니면 여전히 상담하고, 돈 벌며 치열하게 살아갈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눈물을 흘리며 조금씩 버티고 있다. 지금은 충분하지 않다. 현재 텅 빈 곳이 채워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 충분해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의 은기를 생각하면 기우뚱한 가로등이 떠오른다. 한낮에 홀로 불이 켜져 있는 가로등. 그러다 밤이 되면 슬그머니 빛을 잃고 어둠에 잠기는 가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