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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산책하듯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산책에 호감이 있다. 하지만 산책이 나의 귀찮음을 이기지 못해서, 고작 학교 가는 길이 나에겐 산책이었다. 항상 친구와 등하교 했던 나는, 친구에게 가끔 거짓말하며 혼자 걸어가곤 했다. 그럴 땐 부정적인 기분에 가득 차서 혹여나 친구에게 상처를 줄까 두려워서였다. 혼자 걸어가면 생각이 정리되고, 멍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길에 기분을 풀어놓았다.
하루 동안 책 한 권을 읽는 건 오랜만이다. 뻔한 말이지만, 책 자체가 제목 자체이다. 매 순간 산책하듯 그림을 보고 읽었다. 읽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작가님의 조언들을 듣고 있는 혹은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말하지 않은 채 그저 길을 걷는다. 누구의 이야기도 않은 채 온전히 걷는 길.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것만 같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그 길은 도시 중에 가장 시골 같은 곳일 것이다. 그런 곳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온전히 둘만 걷는 곳. 나는 그런 곳에서 작가님과 걸은 듯하다.
공감이 가득한 책이다. 생각에 잠기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나?’, ‘너무 깊게 생각하나?’ 하면서 생각의 깊이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나’ 하며 피식 웃을 것이다. 공감의 위로를 슬며시 건넨 책이 있기에 나는 덜 외롭게 생각할 것 같다. (작가님은 위로가 싫다고 했지만, 나한텐 이것이 좋은 영향이다.)
오래 마음속에 남는 책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산책에 대한 호감이 행동으로 옮겨가 내 삶에 변화를 줄 듯하다. 좋은 책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내 삶에 작은 변화를 준다면 그것이 좋은 책 아닐까?
‘아슬아슬해서 잊어버리고 싶은 어떤 순간. 과감하게 끊어내면 가벼워질 수 있을까. 하지만 확신이 없어서, 일단 묶어두어본다.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 매끄럽게 이어지지도 않겠지만, 매듭은 항상 눈에 띄고, 어딘가에 툭툭 걸리니까 종종 돌아봐주었음 해. 그때 내가 위태로웠음을.’
시공북클럽에게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