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의 인사 소설, 향
장은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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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kajungsin

📚 세주의 인사
ㆍ장은진 작
ㆍ작가정신




🙎‍♂️동하 이야기
ㅡ 어느날 전 여자친구 세주는 빨간 코스텔 냉장고와 화분을 두고 사라졌다. 빨간 냉장고는 책으로 가득차 있었고 나는 여름휴가기간동안 한권씩 읽어나갔다.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두고 꼬박꼬박 물을 준 문샤인은 외려 잎이 노래졌다. 가게에 문의해보니 여름날 강한 햇볕과 잦은 급수는 문샤인에 독이 되나보다. 일주일간의 휴가 마지막날, 어느 새 잘 자란 문샤인과 세주의 시간을 함께 하는 듯 느껴지는 세주의 책들은 내 마음에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고 정이 들었다.



🙍‍♀️ 세주 이야기
ㅡ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짐과 화분들을 정리해 지인들에게 화분과 짐들을 나눠 맡겼다. 마지막 남았던 책이 담긴 냉장고와 화분은 왠지 일년전 헤어진 동하가 떠올랐다. 아마도 그와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헤어진' 것이기 때문인가보다. 세상의 끝이라 가본 곳에서 다시 처음에서 시작해보기 위해 돌아온 세주는 짐을 맡겼던 친구들을 방문했다. 대부분 화분은 버려지거나 죽어 방치되어 있어 실망했지만 그의 문샤인은 생생하게 크고 있었다. 책도 읽은 것같다. 그가 친 밑줄들을 읽자 읽었던 책인데도 새롭게 느껴졌다. 그가 냉장고에 붙여둔, 내가 짐과 함께 남겼던 쪽지 속 쓰다만 ㅁ. 거기에 쓰인 그의 메시지 "몹시 보고싶다". 그와 나는 다시 메시지를 주고 받기 시작한다



✍️《세주의 인사》는 사랑이야기도, 이별이야기도 아닌데, 이해와 애정을 담겨 있다. 격렬한거나 뚜렷한 사랑이나 슬픔이 아니라 담담하고 잔잔하고 담백하고 속 깊은 감정이 담겨있는 느낌이다.

《세주의 인사》속 세주는 외로움을 속에 품고 있는 사람같다. 생일날 가족을 사고로 잃고 혼자 되었지만 그녀를 지켜준 할아버지가 계셨고 함께 마음으로 받아들여준 할아버지의 동료들이 있었지만 근원적으로 가슴 속 고독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같다. 동하가 책과 화분을 받는 이들에 포함되었던 것은 다른 전남친들과 달리 그녀의 방랑에도 그녀를 그냥 놓아버리지 않은 이였기 때문이다. 책과 화분에서도 동하의 그런 면은 보인다. 그는 일년만에 불쑥 자기의 공간에 그녀의 흔적을 멋대로 남겨두고 방랑을 떠난 세주에 대해 불만을 품기 보다는 화분을 돌보고 책을 읽어본다. 세주는 다시 돌아온 후 큰 기대없이 찾아간 동하의 공간 속 그녀의 흔적들에서 덧입혀진 동하의 흔적을 이해한다. 화분과 책을 통해 동하는 세주를, 세주는 동하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다.


✍️ 어릴 때부터 어딘가에 다른 삶,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그리고 그 곳이 세상의 끝일 거라고 믿어왔던 세주는 세상의 끝으로 떠났다. 그러나 세상의 끝에서 세주가 깨달은 곳은 세상의 끝이 별 것 없음을, 그래서 본래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와 찾아야 함을 알았다. 세주에게 동하는 세상의 끝이자 본래 있던 자리 아닐까. 세주가 돌아왔을 때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르고 기다리고 있는 '본래 있던 자리' 아닐까. 세주를 이해하고 세주가 세상의 끝에 다녀왔음을 알아차린 이는 동하뿐이었다. 남녀관계에 있다하여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받아들임이 반드시 애정관계로 이어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한 시간을 거친 것 같기에 그들 각자의 성장에 보내는 응원만큼, 마지막 엔딩, 반대방향으로 각자의 길을 가는 동하와 세주에게 작은 안타까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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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세주가 지나갔던 시간의 일부를 나 또한 밟고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44)


다른 삶과 미래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돌아와 본래 있던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멀리 떠나도 다른 건 없지만 달라지는 것은 있다는 뜻이란 걸 말이다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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