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runsoop



🔥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들의 섬세한 묘사

🔥 신앙의 이름으로 스스로 면죄부를 갖는 사람들

🔥 소녀의 죽음에 얽힌 반전의 진실에 치를 떨게 된다




🔖소설은 소녀의 죽음과,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소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통해, 종교의 이름 하에 교리나 규율이 인간 본연의 도덕성을 넘어설 만큼 편향되고 왜곡되었을 때 인간이 얼마나 비겁하고 자기중심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지, 자기합리화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가족 중 누구도 그 아이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알고자 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진실을 알아서인 면도 있겠지만 죽은 소녀의 어머니조차 그대로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소녀가 잔인한 성범죄의 희생양이었다 하더라도, 그랬다면 더더욱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찾아내고자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도 어머니의 그런 노력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신의 계획에 따라 일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불에 타고 토막난 채 버려진 소녀의 시신을 두고
대단히 사이코패스적이고 잔인한 성범죄가 숨겨져있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년 소녀의 잘못된 불장난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그러나 작은 불장난같은 실수가 그런 끔찍한 결과에 이르기까지, 죽은 아나에게 취해진 누군가의 순간순간의 선택과 행위들은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에 정말 '이런 미친'이란 소리를 연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너무나 비겁하고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고선, 그 행동을 덮기 위해 종교의 교리를 가지고 오고, 고해를 하고 용서받았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자신의 잘못은 그저 종교적 순결의 맹세를 저버렸다는 것 외에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에게 경악하게 되고, 종교적으로 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죽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미루기를 전혀 개의치 않는 그녀에게 미친 광신도라는 욕지거리만이 나온다.


이 책 속 처음부터 끝까지 아나의 집안을 지배하는, 정확히는 어머니로 대변되는 인물들에게 있어 종교가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구가 있다:  모든 것은 신의 계획에 따라.

신을 믿는 것인지 종교를 믿는 것인지.
그것이 정말 신의 계획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신의 계획이라고 믿으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싶지 않은 것인지 묻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 책에서 깨어있는 자로서 리아, 마테오 그리고 알베르토가 나온다.
알베르토는 전말을 거의 다 파악했지만 전부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아나의 죽음을 묻은 그들의 속내를 털어놓게는 못했으니. 그들은 진짜 자신의 죄가 없다고, 자신은 신의 기준에서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믿어 의심치 않으니 속내를 털어내라고 추궁해도 어차피 자기 합리화로 왜곡된 전말만 나왔을 뿐일 것이다.





🔖소설은 챕터 대신 인물들을 하나씩 돌아가며 각 인물들의 시각으로 아나의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 또는 죽음 이전의 상황에서 그들이 가졌던 생각과 감정들을 생생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각 인물들의 목소리로 죽음 이전 이후를 시간순서대로 기술되도록 인물을 배치한 것도 아닌데 독자들은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믿음이라는 것이 어떻게 범죄의 핑계가 되었는지,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가족 내 종교의 존재가 어떻게 가족 구성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사건의 전모를 다 알게 된다.


오히려 사건의 시간대 순이 아니기에 독자가 흥미롭게 그 관심을 끝까지 가지고 책을 손에서 못 놓게 한다. 억압적인 믿음의 강요로 숨막히는 가족과 그 가족이 딸의 죽음을 두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여주고, 딸의 죽음을 30년째 쫒고 있는 아버지를 보여주고, 딸의 죽음을 함께 하여 진실을 알고 있는 자들을 순서대로 소환함으로써 아버지의 추적을 완성시킨다.


🏷 덧.
표지의 띠지를 잘 제거하지 않는 나지만,
이 책은 특히나 띠지를 제거해야 그 표지의 메시지가 보인다.

신을 죽인 여자들은 누구일까.
리아와 아나? 아니면 카르멘과 어머니?





#신을죽인여자들 #푸른숲 #피녜이로 #클라우디아피녜이로 #종교 #신앙 #죽음 #살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