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루호>는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정식 출간 전에 서평단으로 선정된 나는 운 좋게도 <루호>를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먼저 만나 볼 수 있었다. 초중등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 아이들 책에 관심도 많고 게다가 판타지는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그래서일까. <루호>는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몰입도 최고의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 ‘루호’는 사람들 틈에 숨어사는 호랑이다. 루호는 같은 호랑이인 구봉 삼촌네 집에서 친구 희설, 달수와 함께 모여 산다. 희설의 원래 모습은 까치, 달수는 토끼다. 모두 산신인 모악 할미에게 변신술을 배워 사람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호랑이들이 전쟁과 사냥꾼들 탓에 더 이상 산속에서 살기 힘들어지자 산신은 호랑이들에게 누구든 해치지 않는 조건으로 사람으로 변신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루호와 구봉삼촌을 포함한 많은 호랑이들은 사람들 틈에서 들키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 사냥꾼 강태 가족이 마을에 나타난다. 대대로 호랑이 사냥꾼으로 살아온 강태는 사람으로 변신한 호랑이가 있다며 집요하게 이들을 찾아다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루호와 친구들은 강태와 갖가지 사건으로 갈등하고 의심하고 대결한다. 하지만 강태와는 달리 딸 지아와 아들 승재는 루호, 희설, 달수와 친구가 되어간다.이 과정에서 그동안 사람과 호랑이 사이에서 늘 혼란스러워하던 루호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자신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내가 살 자리는 스스로 찾을 거야. 호랑이답게.”라고 말하며.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 이야기를 판타지로 버무려 놓으니 그 어떤 판타지보다 친근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호랑이라니. 내 주변 어딘가에도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루호 같은 호랑이 한 마리쯤 꼬리를 감추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이런 상상이 아이들에겐 또 얼마나 흥미로울지. 탄탄한 스토리와 살아있는 캐릭터는 마치 <루호>라는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 그럼 <루호> 2편을 기대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