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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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춤을 좋아했다. 소질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배우고 싶었다. 꿈꾸는 발레리나, 핑크빛 발레슈즈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는 발레가 너무 배우고 싶었고 center stage를 보면서는 발레와 접목한 Jamiroquai에 열광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춤 배우면 캬바레로 빠져(?)”라며 내가 춤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것을 절대 반대한 아빠 때문에(알고보니 정말 먼 친척 중에 무용을 전공한 후 안 좋은 길로 가신 분이 있었다) 고등학생때까지는 참아야했지만, 대학생이 된 후에는 교내에서 하는 재즈댄스수업도 듣고 교회에서 용기를 내어 워십댄스팀에도 가입했다. 우리 교회의 워십팀은 꽤 유명했기에 연습도 매주 있었고 방학때도 선교를 앞두고 공연을 위해 매일 모였다.
4년동안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워십팀을 대학졸업과 함께 마치고 병원 근무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해야했던 암흑기가 지나고는 다시 재즈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회사 지방이전으로 신혼집을 기차역 근처로 결정하기 전까지, 7-8년 동안 목동 디오댄스는 주3회 나의 스트레스 해소를 담당했다.
그랬기에 나는 당연히 댄싱9에 열광했었다(왜 엠넷에서 이 프로를 더 만들지 않는지 안타깝다). 김명규, 한선천, 이루다, 김선태의춤에 열광했고 그들이 따로 만든 공연까지 갔었다.
춤에 관심이 많았기에 리아킴의 이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댄싱9의 김혜랑인줄은 전혀 몰랐기에 책을 읽다가 놀라고 말았다. 
왕따에 전따, 지역 일대의 찌질이. 세계 댄스 배틀 대회 1등 펑키리아. 그냥 춤이나 추지 그 실력으로 뭘 하려고 그러냐며 비웃음 당한 위대한 탄생 출연자. 트와이스, 소녀시대, 원더걸스, 선미..수많은 아이돌들의 안무를 만들고 가르친 안무가.
댄싱9 초반에 탈락해 나같은 일반 시청자에게서 잊혀졌던 그녀에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한 이 책은 그 리아킴, 김혜랑의 자서전적 에세이다.

p.281
긴장하지 말자. 눈치 보지 말자.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자. 그리고 일단 하자. 그러면 어느새, 나도 나만의 소울 댄스를 추게 된다.
춤만 아니고 인생도 춤추듯, 그렇게 가보자.

결혼 후 장거리 출퇴근, 대학원,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여러 가지 상황 앞에 이미 내 소소한 기쁨이었던 춤과 공연은 포기한지 오래다.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위해 내가 포기한 것은 더 있다. 내 시간, 내 건강, 내 몰골(;), 내 인간관계, 내 커리어...
승진자 발표가 나고 내 동기 뿐아니라 후배들이 대거 승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네 직번이 이제 대세네. 너네들도 이제 시험 준비 해봐.민영이는 단축근무라 좀 그렇고 다른 과장들” 이라는 말을 대놓고 들었던 오늘.
딸을 위해 이 정도쯤 당연히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엔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 엄마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질 뿐인 사람이라는 걸 점점 알아가게 되어 씁쓸하다.
이 느린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나도 춤추게 될까. 아무런 고민도 제약도 없이 내가 원하는 춤을 추게 될 그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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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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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 안힐에서 마을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엄마가 아들을 끔찍하게 살해한 후 자살한 것이다. 얼굴이 짓이겨진 아이의 시신 위쪽 벽에 시뻘건 피로 새겨진 문장.

"내 아들이 아니야"

 

안힐 출신의 영어 선생 조 손은 안힐 아카데미에 근무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살인 사건으로 아무도 살지 않으려 하는 집에 살기로 하고 짐을 푼다. 얼마 없는 짐에서 마지막으로 꺼낸 물건은 두 개이다. 트럼프 카드와 애니의 인형, 애비-아이스.

 

P.33

나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우리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네가 무서워해야 하는 쪽은 죽은 사람들이 아니야. 살아있는 사람들이지."

거의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쁜 일이 남긴 잔상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믿는다. 그것들은 콘크리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우리의 현실이라는 천 위에 각인된다. 그 흔적의 원인은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라도 남은 자국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

 

안힐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되는 폐광이 있다. 함께 다니는 무리의 크리스가 발견한 폐광을 탐험하기 위해 모두 함께 그곳으로 내려갔던 날, 동생 애니가 몰래 뒤따라 왔다. 그날 그녀는 사고로 죽었다.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48시간이 지난 뒤 애니가 집 문을 두드렸다. 분명히 죽었던 동생이 오빠를 보며 웃고 있었다. 조니는 그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영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린다는 C.J.튜더의 섬뜩한 스릴러 소설 <애니가 돌아왔다>. 스티븐 킹을 꽤나 좋아했던 내가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타이틀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읽는 내내 스티븐 킹의 <It>이 연상되었다. 철없는 아이들의 사소한 장난과 모험, 그리고 끔찍한 사고.

마치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인형, 피, 벌레와 같은 소재로 생생하게 묘사되는 장면들이 압권이었다. 영화화되어도 나쁘지않을것 같다. 시각화된다면 히려 더 잔상에 남아 보기에 힘들지도. 공포영화도 엄청 좋아했던 나인데, 역시 나이를 먹으면 심약해지나보다. 간만에 읽은 제대로 된 공포소설이었다. 사실 요즘 나는 한밤중에 깨어 벌떡 일어나 앉는 은총이만큼 무서운 게 없지만. 부디 오늘은 아침까지 깨지말고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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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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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9
맥거핀은 마치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스토리와 별 상관이 없는 영화의 눈속임 장치를 이른다. 전개와 무관하면서도 보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아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서류 전형에서 42번째 떨어진 일, 괜히 일터에서 괴롭히는 선배, 처참하게 차인 고백이 당신이라는 영화의 맥거핀이다. 비록 지금은 그것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것처럼 압도적이고 두렵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삶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살짝 스포를 하자면 사실 이번 생에 당신을 힘들게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다 맥거핀이다. 알았으니 이제 눈물을 닦자.


“과장님 인생은 왜 이렇게 파란만장해요? 책을 써도 몇 권을 쓰겠어요!”
업무분장이 바뀐 후, 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입사한지 5년 미만이며 미혼인 여직원들 사이에 앉게 되어 졸지에 할머니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이많은 선배가 잔소리도 많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가능한 자제하려 하지만 가끔 내 얘기를 하게 되면 여지없이 듣는 소리.

그랬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해서 입시, 인간관계, 사회생활, 연애, 결혼...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이벤트 없이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남들은 하나 둘 정도 겪을 일들을 나는 거의 매 번 겪으며 산을 넘고 또 넘어 여기까지 왔다. 당시에는 속이 뒤집어질만큼 억울하고 화가 나고 결코 잊을 수 없고 해결되지 않을거라 여겼던 일들을 이제는 웃으며 “야, 나는 이런 일도 겪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들은 모두 맥거핀이었던것일까.

 

사랑스러운 베이비 핑크. 색감도 캐릭터도 표지도 내용도 모두 귀염귀염 말랑말랑하다. 지난번 라이언에 이은 카카오프렌즈 어피치 버전을 극한의 떼쟁이로 변신한 은총이를 힙시트로 안고 재우며 읽었다. 회사 일은 너무 많아 휴가를 내기 힘든 와중에 2주가 넘도록 서로의 감기를 옮고 옮기며 은총이와 사투를 벌이고 나니 아이는 갑자기 어린이집 재적응기가 시작되어 매일 아침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집에 오면 엄마껌딱지가 되어 다른 일을 할 수 없도록 들러붙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기관지염이 가까스로 잦아드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족저근막염에 걸렸다.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서울에서 원주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다 걸렸던 족저근막염이 회사-집-어린이집이 모두 코앞인 지금 대체 왜 재발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왼쪽발이 너무 아파 제대로 바닥에 딛고 서질 못하고 오른쪽에만 체중을 싣고 제법 몸무게가 나가는 딸내미를 계속 안아대려니 죽을맛이다.

꽤나 불가능해보였던 과제, 연애결혼임신출산을 클리어했으니 이제 괜찮겠지 생각했던 것은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육아라는 더 엄청나게 험난한 산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심지어 이건 더 장기전이다. 아아아....이번 이벤트도 그저 작은 맥거핀일거라 생각하며, 얼른 얼른 성장하자. 우리 은총이? 일단 엄마로서의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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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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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로 불우한 과거를 딛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이뤄낸 전 세계인의 롤모델 오프라 윈프리.

 

2011년 <오프라 윈프리 쇼>의 은퇴를 선언하며 OWN방송국을 설립, 현재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초청해 솔직하고 통찰력 있는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슈퍼 소울 선데이>를 제작했다. <위즈덤>은 오프라 윈프리가 <슈퍼 소울 선데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음 싶이 와닿은 말들을 순간순간 기록해 둔 작은 노트에서 비롯되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하나님께 이르는 수백만 가지의 길이 있다는 절충주의 영성(ecletic spirituality)을 신봉하고 있으며 디팍 초프라나 에크하르트 톨레와 같은 뉴에이지 지도자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는 신앙적인 관점이나 태도가 다르고, 이 책 역시 그러했다.

 

p.160
너는 오늘 밤, 화요일 새벽 4시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필요가 없어.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잠을 자둬. 너는 휴식이 필요하고 힘이 필요하다. 침대로 가라.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

 

비록 이 책의 저변에 깔려있는 종교적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할지라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로 잘 알려져 있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내용 만큼은 지금 내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나의 삶이 갑자기 너무 서글퍼질때가 있다. 머리며 화장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고 매 달 사던 옷도 안산지 오래고 식사는 늘 애를 먹이면서 먹느라 허겁지겁에 집은 청소를 하는데도 엉망진창...나는 늘 허둥지둥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후줄근하다.


오늘 있었던 일들은 내게 충격이기도, 분노이기도, 절망이기도 했다. 나도 결국은 별 수 없었던 걸까. 이거밖에 안되는 걸까.

민영아, 너 어쩌다가 이렇게 살고 있니. 라는 생각이 드는 밤.


오늘의 일을 곱씹고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기엔 나는 너무너무 지쳐있다. 일단 잠을 자야겠다. 그 전에 남은 정리를 하고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겨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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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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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에서 때로 인형은 불길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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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반한 연인 핀과 레일라. 두사람이 여행을 떠났던 프랑스의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2년 후, 레일라의 언니 엘런과 약혼하여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핀에게 경찰이 레일라가 목격됐다는 제보를 전한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자 엘런이 집 앞 길바닥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며 채색된 목각 인형을 내민다.
사실 핀은 엘런이 발견한 것과 똑같아 보이는 목각 인형을 서재 책상 서랍에 숨기고 있다. 이 인형은 원래 레일라 것으로, 어린 시절 엘런과 한 세트씩 가지고 있다가 엘런의 인형 중 가장 작은 인형이없어진 후 레일라를 의심하자 언니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숨겨놨던 것이다. 레일라가 부적처럼 여기던 그 인형이 레일라 실종 다음날 차가 주차되었던 자리 근처에 떨어져있는 것이 발견되어 핀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운 목각인형을 그냥 누가 길에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다시 주웠던 자리에 갖다놓겠다고 하던 엘런은 그러나 다음 날 이상한 표정으로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핀에게 말한다. “ 이 인형, 내가 잃어버렸던 거야. 분명해.” “동생이 살아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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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에 읽을 책이 이미 산처럼 쌓인 시점에 또 책택배가 왔을 때, “와 망했다”소리가 저절로 나왔지만 일단 뜯어 표지를 본 순간 또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불길하게 머리가 깨진 마트료시카가 세워진 표지, 도입 부분부터 순식간에 빨려드는 몰입감..추리 스릴러소설 매니아인 나에게는 이미 게임 끝이었다. 다른 책들 다 제쳐두고 읽고 싶은 것을 참고 참다가 하필 아이가 편도염으로 열이 39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시점에 열어버렸다. 열에 들떠 잠을 제대로 못자는 아이 때문에 덩달아 날밤을 새고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아이가 자는 사이 쪽잠이라도 잤어야 할 시간에 낮잠을 반납하고 기어이 책의 끝을 보고 말았다. 아 재밌고 속 시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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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안에 또 인형이 들어 있고, 그 안에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는 러시아의 목각 인형 마트료시카.
마트료시카를 key로 빠르게 전개되는 브링 미 백은 무더운 여름밤, 책을 펼쳐든 독자로 하여금 더위도 잊고 순식간에 몰입하게 해줄 훌륭한 반전 스릴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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