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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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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에서 새로이 출간된 한국소설 작은책 시리즈.
손바닥만한 작은 사이즈에 알고보니 학창시절 동창이었던 추억속의 이름이 디자인한 모던한 표지. “손 안의 큰 세계”라는 슬로건처럼 책은 자그마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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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난 못해도 앞으로 오 년 안에, 나머지 싹 정리하고 개운하게 갈 거야. 마음 딱 먹었으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할머니는 가족들 앞에서 오 년 안에 자의로 당신의 생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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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환자의 담당이었던 적이 있었다.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진물이 새어나왔고 악취가 진동했고 의식은 없었다. 숨을 참고 suction을 해야만 했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를 보면서 무슨생각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가혹한 삶 앞에서.
나와 손금의 생명선이 똑같은 할머니는 백살이 넘도록 장수하셨다. 정신은 깨끗하시지만 몸이 불편하시어 요양병원에서 수년간 지내시면서 마지막에 계속 하시던 말씀은 “이제 사는 것도 지겹다. 하나님은 이 몸을 대체 언제 데려가시려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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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안락사 합법화 법안이 발의된 후 가족들 앞에서 5년 뒤에 생을 마감하겠노라 선언을 했던 할머니는 본인의 선택대로, 본인의 계획대로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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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 앞에서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편도 친구들도 하나둘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아 치매에 걸린 환자들 사이에서 깨끗한 정신을 가지고 하늘나라로 갈 날은 대체 언제일까 하염없이 기다리던 우리 할머니를 보면서는 과연 이러한 삶이 축복일까 의문을 가져본 적도 있었다.
사실 나는 종교적인 이유로 안락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이런 책의 내용은 잊고 있었던 내 손끝의 죽음의 기억들과아주 작아진 모습으로 관 속에 누워계시던 나의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자신의 계획대로 자신의 선택대로 죽을 날과 시간과 방법을 정하는 것은 진정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의 끝일까. 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키우는 것이 참으로 축복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 나를 둘러싸고 있는수많은 생명의 신호 속에서 부디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 역시 축복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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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잘 다녀와 + 잘 지내니 - 전2권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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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달라고 투정부리던 은총이를 안고 [잘지내니]를 읽어주었다.
귀여운 삽화를 바라보던 우리 아가의 초롱초롱한 눈동자.

네덜란드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동화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유명해진 톤 텔레헨. 그는 이해하기 어렵고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철학적이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들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의료인들 중에는 이렇게 직업의 분위기와 전혀 반대되는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클래식을 듣거나 연극을 하거나 책을 읽고 쓰거나...생명을 다루는 삶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일까. 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응급실처럼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파트는 유독 술자리가 많거나 빡셌다. 빠른 판단과 처치로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결과 중 삶이라는 목표에 도달해야 하므로 그만큼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이를 주기적으로 풀어줘야 다음 삶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기에..술자리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정말 고역이었고(어차피 임상을 길게 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주로 집에 와서 SNS의 내 일기장에 고통스러웠던 생생한 현장과 그 시기를 살아가면서 버텨내야했던 나와 나의 감정에 대해 마구 써댔다.
물론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가지 않은 길이 훨씬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경우였는지도 모른다. 나처럼..

따스한 색감의 귀여운 삽화와 동화같은 이야기. “동화같은 이야기”라 한 것은 단순한 동화같지만 그 내용이 인간의 내면을 꽤나 심오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페이지 남짓한 조그만 책들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의 복잡한 내면을 이야기한다.

[잘 지내니] 소설 속 동물들은 자신의 존재와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 고민한다. 아무도 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우울해하는 다람쥐, 서로의 모습이 더 좋아보여 바꿔보았지만 생각보다 별로였던 하마와 메뚜기, 남의 눈에 띄는 것이 너무 싫은 등점박이 말파리, 자기 자신이 너무 불만스러워 모두에게 자신을 잊어달라고 하면서도 막상 그러기를 바라지는 않는 큰개미핥기...한번쯤은 나 혹은 내 지인들이 고민하던 모습들이 그려져 있었다.

[잘 다녀와] 속의 동물들은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길을 나선다. 숲이 지겨워져 날아오르는 코끼리, 속도가 비슷하여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하지만 결국 떠나지 못하는 달팽이와 거북이, 사막 저편에 사는 사막쥐를 만나는 다람쥐..책의 동물들은 모두 “여행 자체”를 고민한다. 여행을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 여행을 누구와 갈 것인가, 나는 지금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마음상태인가. 세상 끝에 다다른다 한들 내 시야가 좁거나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눈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며, 친구와 같은곳을 여행해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코끼리와 다람쥐, 기린, 개미, 까치...동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여행을 가고 또 돌아오던 내 모습을 보았다.

잘 간직했다가 우리 은총이가 좀 더 크면 같이 읽어야지. 우리 딸이 자신에 대해, 관계에 대해 고민할 때, 어디론가 함께 혹은 홀로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싶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엄마는 벌써 기대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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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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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정신과 의사. 상담트럭을 몰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무료상담을 해준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tvn <리틀빅 히어로>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상담예약도 쇄도하고 응원과 지지도 받게 된다. 참으로 훈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피엔딩이 된 것은 아니다. 이번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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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다시 눈앞이 캄캄했다. 가슴이 갑갑했다. 누구를 상담할 상태가 아니라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할 지경이었다.
솔직히 말해 많은 분들이 무지 반겨주실 줄 알았다. 많은 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 트럭에 탈 줄 알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p.79
고통을 나누고 싶다고, 함께 아픔을 나누겠다고 분명 내 입으로 말했다. 다른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가슴이 시켜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 감당이 안 됐다. 내 한계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오고 말았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에 도전을 했다. 모두 도와주지도 못할 거면서 그럴 것처럼 말한 게 잘못이었다.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희망을 안겼는지 모르지만, 결국엔 더 큰 실망을 떠안도록 만들었다. 그게 가장 큰 내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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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을 베풀고 그로 인해 사회가 아름다워지고 모두가 행복하게 되었다, 는 식의 구성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참으로 순진한 의사라서 마음에 든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의료인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아직 이런 순수한 열의를 가진 의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저자도 한때는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였다는 것,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없어 당황하고 상담트럭을 주차하고 전기를 끌어다쓰는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는 각티슈가 없어 내담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어 초조해하고...너무 많은 사람들의 연락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한계를 체험하는 것도. 그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 것이 위로가 되었다. 아, 이 사람도 다 잘 할 수는 없었구나. 이렇게 선한 의도로 좋은 일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보여지는 사람조차도, 사실은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힘든 상황과 상처들이 있었구나. 그러니까... 나도 이게 최선이구나. 사람이니까..
그리하여, 꼭 이 상담트럭에 찾아가지 않았더라도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예전의 뚜렷한 상처를, 그리고 새로운 관계의 문제와 단절에서 오는 상처를 확인하고 경험하며 많은 상념과 감정의 소용돌이 가운데 서 있었던 나는. 다 내 마음같지는 않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냉정하게 깨닫고 낙심해 있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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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9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있고, 화나는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있기 마련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화나고 슬픈 일보단 기쁘고 즐거운 일에 마음을 더 기울인다고 한다. 나는 기쁨은 얕게, 슬픔은 깊게, 즐거움은 짧게, 노여움은 길게 느끼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삶의 기쁨과 즐거움이 슬픔과 노여움에 묻혀버렸다. 행복이 들어올 틈을 안 줘서 행복이 스며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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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다면 하루종일 끊임없이 내 상처를, 내 감정을 되새기며 보냈을 것이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더라도..그래서 나는 항상 꿈에서 그 상처와 감정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힘들게 잠에서 깨어나곤 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육아로 인해 몸이 너무 피곤하여 어제는 꿈도 꾸지 않고 잤다. 오늘은..어제에 연이은 실망스러운 하루였지만 그러나 나는 행복이 들어올 틈을 주기로 했다. 슬픔은 얕고, 노여움은 짧게. 그렇게 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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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6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

스미레 2018-12-19 23: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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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고운 아내 가나와 함께 곧 태어날 아이 치사를 기다리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 다하라 히데키. 어느 날, 외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히데키에게 후배 다카나시가 다가와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치사 씨 일로 다하라 씨에게 볼일이 있다고 했어요.”
딸의 일이라고? 아내의 친척이나 지인일까? 아니 잠깐, 아직 그 누구에게도 딸의 이름을 말한적이 없는데....
게다가 ‘손님’의 방문을 알려준 다카나시는 정체불명의 무엇인가에 팔을 물려 갑자기 건강이 악화된 후, 끝내 숨을 거둔다.
히데키는 어릴 적 외할머니 집에서 경험했던 일과 최근 일어나는 여러가지 괴이한 일들을 연관해서 생각하게 된다. 유리 격자로 된 현관문 밖으로 비쳐보이던 회색 그림자. ‘보기왕’이 찾아왔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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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공포영화, 호러나 스릴러, 추리소설을 즐기는 편이었다. 남동생과 주말 저녁마다 B급 공포영화를 다운받아 보고, 학창시절 ‘링’을 열심히 읽고 쉬는시간에 친구들에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공포영화의 잔상이 많이 남기 시작하고 호러 소설도 별로 땡기지 않게 되었다. 나이를 먹고 심약해진걸까. 출산을 하고 났더니 뚝 떨어진 체력과,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어린 딸을 가진 입장이라는 것도 추가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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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인 책이 마침 아르떼 신간인 덕분에 받아 읽게되어 매우 기분 좋았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심약해지고 어린 딸의 엄마에 과몰입된 나는 이 소설을 밤에 읽기가 무서워서 주로 낮에만 읽었다. 낮에도 가끔 딸을 안은 채 읽다가 이런 내용 딸 옆에서 읽어도 되나 싶은 생각에 자꾸 덮게 되어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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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2
할아범이 말하기를 보기마 또는 부기메가 산에 살면서 가끔 마을로 내려와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데 대답을 하면 안으로 들어와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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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전해진 부기만이라는 요괴의 전설을 에도시대에는 ‘보기마’나 ‘부기메’라 하고, 그것이 변해서 보기왕이라고 불리게되었다. 대처 방법은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말라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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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몰입도와 가독성은 끝내준다. 이렇게 내달리다가 결론없이 찝찝하게 끝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또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결해준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어 밝힐 수 없으나, 과연 100% 해결이 된 건지 미심쩍은 부분도 남겨준다. 근래 들어 읽은 스릴러나 호러 소설 중 가독성과 재미면에서 가히 탁월했던 소설. 그냥 문밖에서, 혹은 전화로 이름을 부르는 행위만으로 얼마나 오싹해질 수 있는지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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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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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다른 책이 언급되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으며 언급되는 다른 책들이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내 위시리스트에 올리며 ‘다음엔 이 책도 읽어봐야지’ 하는 순간의 즐거움을 좋아한다. 밑줄 긋는 여자, 밤은 책이다, 책읽기 좋은날, 이동진 독서법같은 책도...모두 그런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다.


이름만 알고 있던 백영옥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빨강머리앤이 하는 말”을 통해서였다. 가슴 속에 자라지 않는 소녀가 있다면 누구나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빨강머리앤”의 일러스트와 문장들이라니. 대박이 안 나는게 더 이상한 책. 기대했던 대로였고 기대했던 만큼이었다.


아르떼 책수집가 당첨이라는 행운으로 가장 먼저 만나게 된 백영옥 작가의 신간. 그녀는 이번 에세이에서 자신이 읽었던 책과 기사들 속 문장을 동네 약방처럼 처방해주길 원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날, 그 사람의 사진을 가지고 싶어서 모든 사람의 사진을 찍었던 날, 흘러간 것에 대해 가슴 아픈 날, 책 속의 밑줄을 처방해준다. 그 중 하나라도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미길 바라면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난 날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스쳐지나갔던 김소연의 마음사전이 읽고 싶어졌고 당인리 책 발전소에서 만났던 박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다시한번 위시리스트에 올렸다. 세살 아이와 터키를 여행한 (정말 대단하다) 오소희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도 궁금해졌다. 그밖에도 읽고싶은 책은 계속 추가되었다. 그리고 최근 실연으로 힘들어하고있는 까마득한 회사 후배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었다. 상처받은 마음에 연고처럼 스며들어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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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9
살면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직업을 선택하는 일인데요. 늘 이런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곤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확실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꿈꾸고 원했던 일이 아니라,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며 살게 된다는 거예요.

p.162
빨리 가는 것보다 어떻게 가느냐가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빨리 말리는 것보다 오후 두 시의 태양 아래 말린 빨래에서 나는 햇빛의 냄새를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p.179
살면 살수록, 힘주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게 더 어려운 일 같아요.

p.247
이제 하나의 행위를 할 때, 그것이 미래에 가져올 결과보다는 행위자체에 더 집중하려 노력해요.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꼼꼼히 살고,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놔두자, 이런 마음이 되었다고 할까요.
시인 정현봉의 말처럼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입니다.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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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부담없는 짤막한 챕터들, 그녀가 그은 밑줄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각 장을 마무리하는 그녀의 문장이었다. 소박하게 곁들인 그 한 문장들에 마음이 울려서, 그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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