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4
야크 드레이선 지음, 아너 베스테르다윈 그림,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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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 이 문장은 야크 드레이선의 동화책 제목인 동시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꼬마 여자아이 페트라는 엄마 손을 잡고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간다. 하지만 할머니는 페트라를 알아보지 못하고 멍하니 나무만 바라볼 뿐이다. 페트라가 손을 흔들어도, 이름을 불러도 할머니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마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매 환자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이 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바로 할머니가 어릴 적 요절한 막내딸을 위해 불러주던 노래를 페트라의 어머니가 부르자 할머니가 반응하는 장면이다.

늘 멍하던 할머니의 눈빛이 변하고,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듯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음악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듣던 자장가, 즐겨 불렀던 동요는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특정한 순간, 마치 마법처럼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최근 한명숙의 사망 기사를 본 짝꿍이의 외할아버지가 '노란 샤쓰 사나이'를 듣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는 음악의 힘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외할아버지는 노래를 듣고 기뻐하며 따라 불렀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클래식 음반들을 꺼내 들으며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음악은 단순한 소리를 넘어 인간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고,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페트라의 할머니는 노래를 듣고 잠시나마 기억을 되찾았지만, 결국 페트라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멍한 상태로 돌아간다. 

페트라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엄마에게 "이다음에 엄마가 내 이름을 기억 못 하면, 내 아이도 엄마한테 노래를 불러 줄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치매에 걸려 나를 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이다. 하지만 페트라의 말처럼, 음악은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

이 동화책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동시에, 음악의 놀라운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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