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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지젝은 어쩌면 오늘날 철학자 가운데 가장 핫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이 일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몇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해 '지금 여기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올해 재차 방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지젝의 저서를 통해 읽는 그의 말은 친숙하게 다가오는 그의 이름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최근 도서관 서가에서 눈에 띄어 『폭력이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이전 저서 중 하나를 집어들고 읽은 적이 있는데,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캉을 섭렵한 헤겔리안인 지젝이기 때문에, 두 학자의 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는 헤겔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활동으로 현대 사회의 면면을 요목조목 파헤친 지젝의 논리의 큰 틀은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에, 이 점을 유념하고 읽는다면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새로운 계급투쟁』은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테러와 난민 문제에 집중한다.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했다는 점은 실제적인 사례를 통해 한결 이해하기 쉽게 한다. '샤를리 앱도' 테러 이후 1년 사이 프랑스에 몇 차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가 자행되었고, 이는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몰아넣었다. 같은 시기에 출간된 소설가 미셸 우엘벡의 『복종』은 그 시의성때문에 공교롭게도 큰 히트를 쳤다. 기존의 테러리즘은 적대 세력의 군사적, 정치적 요지에 대한 이른바 '하드 타겟'을 향한 직접적 타격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의 소위 '신테러리즘'은 미국 쌍둥이빌딩 테러와 이번 최근의 프랑스 사태로 보듯이 공공장소나 문화 요충지의 민간인, 즉 '소프트 타깃'을 목표로 한 테러로 그 형태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피해 당국은 큰 당혹감을 표출하게 되었고, 대중 사이에서는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추모 운동에서부터 이보다 발전된 반테러리즘 운동까지 촉발시키기도 하였다. 올해 초 프랑스에서 재차 일어난 테러로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Pray for Paris'라는 문구를 공유한 움직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젝은 이러한 움직임을 핵심을 빗나간 피상적인 행위라고 지적한다. 테러와 난민 문제의 기저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현재 유럽 당국과 대중을 비롯한 전세계의 대응은 이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불평등한 계급구조이다. 즉 현상의 해결이 아닌 현상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타파해야 하도록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데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가난이 존재할 수 없는 기반 위에 사회를 재건할 수 있(16)'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지젝은 인종, 젠더, 계급을 포함한 현대 사회의 모든 갈등의 구조가 자본주의적 착취의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즉 이번에도 역시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해 겨냥을 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중의 움직임을 포함해서 연대가 중요한데, 감정적인 연대와 행위가 아니라 직접적인 투쟁으로서의 연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층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젠더 이슈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도 시사점이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에 대한 모색과 동의로 규범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움직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젝은 주장한다. 대담한 표현으로 과격주의자처럼 느껴지기까지 할 수도 있겠으나, 문제점에 대한 지젝의 통찰은 충분히 곱씹어볼만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