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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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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스스로와 혹은 내 곁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매개가 된다.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닌 '글쓰기'는, 저자에 따르면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며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로서 '너무 민감하고 개인적으로 흐릿해 평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던 그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서 보여줄 수 있는' 것(p. 100)이다. 그러한 글쓰기를 하는 저자는 어려서부터 고독한 독서를 즐겼다고 한다.

 

 

 이 책의 목차를 먼저 살펴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여러 편의 장(章)이 한가운데의 '매듭'장을 중심으로 거울처럼 대칭되는 제목들로 구성되어있다. 더군다나 이 '매듭'장의 앞뒤로는 '감다'와 '풀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있다. 책의 표지처럼, 그리고 장들의 제목으로 표현하듯 저자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 무엇을 감고 또 풀려고 하는걸까? 그것은 저자 레베카 솔닛의 치매든 노모와의 애증섞인 관계, 친한 동료의 죽음을 통해 바라본 삶에 대한 관조, 그리고 읽고 쓰는 고독한 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차분한 시선 등 모든것을 포괄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에세이의 분위기는 파릇파릇 생동감 넘치는 봄 혹은 여름이 아니라 서늘하지만 고요하게 눈내린 겨울의 느낌이 강하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그녀의 다른 저작 『이 폐허를 응시하라』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와 비교하여 독자를 향해 밖으로 내는 목소리라기 보다는 조금 더 내면에서 맴도는 차분한 목소리의 글이다.

 

 그럼에도 읽는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하게 되지 않고 그 어떤 글보다 공감하고 독자 스스로의 이야기로 치환하여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은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글을 풀어나감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담담한 어조와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기교 덕이다. 비록 그녀의 글을 많이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녀가 유년기시절부터 책과 글에 빠져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독한 나날을 지내왔고 그만큼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홀로 삶의 깊숙한 지점까지 응시할 수 있는 감성을 키워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치 학창시절 다른 친구들은 모두 운동장에 나가 공놀이를 하는데 나홀로 운동장 구석 나무 밑에 앉아 책을 읽곤 했던 누군가의 어렸을 적 풍경처럼 말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혹은 가까운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느낌이 들며 그칠 줄 모르는 고독을 느낄 때 그녀의 이 글을 읽는다면 어느 격언보다 더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고두고 가끔씩 꺼내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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