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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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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란드 러셀의 『결혼과 도덕』은 섹슈얼리티와 젠더 문제에 관한 고전에 속한다. 아마 현재 우리 사회의 특히 젋은 세대에서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제 1의 주제가 바로 이 젠더 문제이기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끌고 있는 저서이다. 저자 러셀은 이 민감하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정면으로 분석한다. 철학자로서 이론적인 개념만 늘어놓으며 난해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남녀관계가 사회의 변동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었고 다시금 어떻게 전환되었는지 순서대로 되짚는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최초의 성 역할 형성에서부터 그 전개, 그리고 현대의 젠더 이슈에서 나올법한 결혼과 평등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러셀에 따르면 결혼 풍습은 본능적 요소, 경제적 요소, 그리고 종교적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본능적 요소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성욕이나 그에 따른 성생활에 관련된 것이다.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항상 그러하였듯이, 결혼 풍습과 성 관념에 있어서도 종교의 영향력이 엄청났었음을 새삼 읽을 수 있기도 하다. 이른바 원시 사회에서는 관습적으로나 인식적으로 철저하게 모계 중심 사회였으나, 현재와 같은 구도로 영향을 미쳤듯이 그 관계가 역전하게 된 것은 체계적인 종교의 등장과 함께였다. 물론 그 반대의 의미를 내포한 구절도 있었지만, 기독교와 같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종교는 교리상으로 대개 남성의 권위를 여성에 비해 우위에 두었다. 그리고 성(sex)에 대한 관념도 성스러운 것에 대비해 비속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퍼지게 되었다. 이 두 차원의 문제가 결합하여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적인 이슈에 관해 제한받고 차별적인 대우를 당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녀를 신의 신부라고 여겨 그들의 결혼과 성생활을 금지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나마 기독교는 천주교에 비해 조금이나마 개방적이었던 것은, 불륜과 같은 일부 성적인 죄악을 저지른 자가 뉘우쳤을 경우, 성직자가 그 죄를 사하여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편 기독교에서 성직자의 권위를 더욱 높여주는 계기이기도 했다.

 사랑에 관해 낭만적인 관념이 생겨난 것은 중세시대 이후이다. 특히 르네상스 이후 각종 문예사조가 화려하게 꽃피면서 사랑에 관한 에로스적 의미가 더욱 부각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20세기들어 여성 운동 및 다양한 시민 운동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대폭 상승하고 제도적, 법적으로 그들의 권위가 격상되고나서도 여전히 섹슈얼리티에서 여성에게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는 해빙되지 않았다. 결혼 제도로 맺어지는 사회 구성원의 관계는 부부, 즉 남녀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자녀의 탄생으로 새로운 관계가 구축되게 된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이혼률이 생겨나면서 자녀는 엄마, 아빠 양친과 함께한다는 개념도 깨지게 된다. 편부모 가정, 기러기 아빠 등 결혼 이후에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는 것이다.

 근대가 해체된 이후 사회의 변혁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면서 젠더와 가족에 관한 관념도 급속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 사회에서 하나가 아닌 복수의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면서 현재의 젠더 이슈와 같은 갈등을 필연적으로 낳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관해 건설적인 토론과 탐색을 하기 위해서는 러셀이 제시하는 바대로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고찰과 탐색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결혼과 가족, 젠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오늘날까지 오기 어떠한 과정을 거쳐왔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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