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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 읽기
김성윤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다양한 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가 휙휙 지나가고 끊임없이 그 이념들이 충돌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은 인터넷공간이다. TV매체나 영화, 혹은 가요 등을 아우르는 대중문화는 다소 가볍게 소비의 대상으로서만 여겨질 뿐, 그 내밀한 작동원리와 숨겨진 의도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하는 이는 많지 않다. 남자 아이돌에 열광하는 어린 소녀들은 철부지로 여겨지고, 이른바 '삼촌팬'이라 불리는 30-40대 남성팬들은 나잇값 못하고 변태스런 취미를 가진 집단으로 치부되며, 박재범 사태 이후 그를 질타하는 대중은 한낱 애국주의적인 광기를 불태우는 것으로 읽혀버리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간 것이 이 『덕후감』이다. 아마도 페이지상으로도 팬이나 혹은 오타쿠에 관한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 탓인지 다소 유머러스한 작명으로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개략적으로 나타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러나 『덕후감』은 언뜻 가벼워보이는 제목처럼 마냥 말랑말랑하지 않다. 또한 그것은 저자가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부제를 단 것 처럼 사뭇 진지한 고찰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대중문화가 소망을 비추는 거울로 작용한다고 한다. 필자는 이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말로 다시 옮겨보자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판타지를 성취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어긋난 성욕과 도착적인 취향이라고 단편적인 시각에서의 질타받는 삼촌팬들의 불안정한 위상은 참으로 흥미롭다. 사실 필자는 저자의 이력을 보고 놀람과 동시에 동질감을 느꼈는데,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동일한 트랙을 밟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때문인지, 언젠가 필자가 개인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이른바 '아이돌의 사회학'이었는데, 코드적인 면에서도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역시 선점된 분야구나 싶어 내심 아쉽기도 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분야에서도 나름의 전문적인 고찰의 시도가 여러번 있었다는 점에서 놀라웠고, 이 점이 오히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상당한 영감과 질문거리를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저자가 아직 박사 학위 과정 '중'이지만 대중문화의 서브컬쳐 전문가로서 이미 <한겨레>나 <씨네21>과 같은 매체에 여러번 투고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필력과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오히려 아직 '미완'의 학자로서 이러한 익숙한 소재를 너무 딱딱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너무 가볍지는 않게 능수능란하게 탐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능력이 인상적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