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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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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세계 사회학계에서 아이돌로 꼽히고 있는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라고도 불리는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 근대사회의 종언 이후 찾아온 '탈근대사회'의 오류를 수정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만이 불변하고 불확실성만이 확실하다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짚어내었다. 그리고 그는 이를 이론적 토대로 삼아 많은 저작을 쏟아내었다.『도덕적 불감증』역시 그 중 하나인데, 유동하는 근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무뎌져가는 도덕성과 감수성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철학자 레오니다스 돈스키스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풀어낸 글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폴란드 출신이지만 그의 학자적 생애 중 많은 시간을 영국에서 보내면서 영국 사회학의 토대를 만든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참고로 영국은 의외로 사회학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1980년대까지도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수많은 현대 사회학자 중 특히 지그문트 바우만이 세계적으로 호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만의 굳건한 이론도 있지만 그가 취하는 학자적 태도가 대중과 사회에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사회학자가 '플라톤의 동굴'에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하고 있다. 학자들만이 향유하는 이론 중심적 행위를 지양하는 한편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경제적 논리에 의해 통계와 숫자만으로 설명되는 종속성도 경계하고 있다. 대신에 그는 사회학이 좀 더 사회 일상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인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에 선택지를 제시해줄 수 있는 역할로서 사회학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저작은 대개 다른 사회학 도서들에 비해 난해함이 덜하다.

 

 악(惡)은 소설이나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신화적인 관념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악은 도처에 유약한 척 하는 가면을 쓰고 웅크리고 있다. 이것들이 익명성으로 오히려 야기되는 구속, 소비사회의 구조에 충실한 물질 소비, 모든것이 개방된 세상에서의 무관심 등으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만이 팽배한 근대의 유동성에 인간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규정과 구분을 갈구하게 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조장되는 이름붙이기에 스스로를 귀속시키고 이념싸움을 하듯 내 편, 네 편을 갈라서 갈등의 상태에 빠진다.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나날 속에서 나와 너를 구분하는 경계는 있어도 내가 내 삶을 살기 위한 명확한 기준은 상실한채 부유하는 듯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일부 언급되는 것과 같이 학문과 대학 역시 경제 논리에 의해 잠식당해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도덕적 불감증』은 바로 이러한 오늘날의 세태를 바우만의 시각으로 명확하게 진단하고 우리 스스로가 마취시켜버린 감수성과 도덕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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