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 건설·거주·재건축의 40년 케이 모던 2
이인규 지음 / 마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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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작가의 고향은 서울 둔촌주공아파트다. 재건축으로 아파트가 사라지는 것을 기리기 위해,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아파트에 관해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어 건축학과에 입학하는 등의 열의를 보인다. 그런 그녀의 둔촌주공아파트 사랑 이야기기 시작된다.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내용

 

거대한 하나의 세계

저자는 어릴 적 '지하 탐험' 놀이가 유행했다고 한다. 이 거대한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하나로 연결되어 지하 탐험을 해보는 것이 그 놀이라는 것이다. 그때는 지하가 주차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때문에 파이프 통로를 통해 보이는 세상이 슈퍼마리오가 사는 세계를 만난 것 같다고 회상하고 있다.

 

'서민주택'이라는 허명

1970년대에는 시민아파트, 시영아파트라는 명목으로 서민 아파트를 공급했다고 한다. 요즘이야 이런 이름이 붙은 아파트라면 정말 서민 아파트가 맞겠지만 그때는 서민은 커녕 중산층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게 중''층을 위한 평형대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저자도 살았던 둔촌주공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화이트 컬러 직장인들이 주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20세기 모더니스트

요즘도 집값을 결정하는 것이 학군인데 이 둔촌주공아파트는 무려 두 개의 초등학교를 품은 '더블 초품아'였다. 생활시설 면에서 법적 기분을 훨씬 넘어서는 넉넉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고. 쾌적한 환경 덕택에 '아이 키우는 동네'로 명성이 자자했고, 이에 반해 단점은 계급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보통의 삶'이라는 착시

자치와 통치의 모호한 경계선에 있었던 아파트, 둔촌주공아파트. 1960년대 새마을 운동 붐이 일었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사회적 경제적 갈등을 타개하고 사람들을 집결 시키려는 정치적 운동이다. 반상회 모임 등의 활성화된 모임으로 지역 사회의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을 하는 등 모범을 보였다. 결국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아파트 내의 축제나 모임 등은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기존 모임을 하였던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변모하며 재건축의 터를 닦아나간다.

 

단지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2000년대에 들어 둔촌주공아파트에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고 동네 분위기는 꽤 달라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에 맞춰 편가르기를 하였고 둔촌 축제도 열리지 않았다고. 작가는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의 기분 좋은 기억이 있었음을 알렸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 영상을 2017년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상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뒤로 동네에서 본인을 알아봐 주시는 어르신들이 늘어났고 이 프로젝트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셨다고 한다. 이것으로 둔촌주공아파트의 상징 기린 미끄럼틀이 복원되는 등의 바람이 잠시나마 불었다고 한다.

 

재건축을 향한 20

"싸우면서 건설하자." 재건축 사업은 이 구호가 정말 완벽히 들어맞는 것 같다. 재건축 조합 내부 갈등, 시공사, 지자체, 정부 등 크로 작은 갈등의 시간들이 온다. 서로 간의 이익을 위해 조합원이 바뀌기를 여러 번, 공사가 몇 차례 중단되고 재계되고, 정부는 조합원과 시공사 중간 사이에서 이들을 위해 중재를 하고 협의를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다 은행 대출과 시민들에게 채권을 팔아 마련한 돈이다. 이 사업은 둔촌주공아파트의 조합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시간은 흘러 코로나와 더불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레고랜드 사태까지 맞물려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이르렀다. 정부는 손놓고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수많은 법적 다툼과 이권 개입이 있으며 그 기간이 무려 20여 년에 달하기에 이른다.

 

숫자에 밀려버린 집

처음 알았다.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들 집과 일반 분양자의 집을 다르게 짓는다는 것을 말이다. 관행이라고 한다. 두촌주공아파트는 유례없는 대규모 공사다. 그러니 다툼과 갈등이 여타 다른 재건축 현장보다 훨씬 예민하고 치열할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재건축 이 '서민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민과는 완전히 구별될 수 있는 주택'을 만드는 것이 목적일지도 모른다고 꼬집는다.

 

"여러분, 둔촌은 강동이 아닙니다!"

저자가, '강동이 아니면 강남이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내 곧, 둔촌은 강동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은 서울의 대단지 중 하나로 생각해 달라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는 작가 또한 둔촌 사람 임의 여지를 주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이 둔촌주공아파트의 문제를 오로지 특정 집단의 이득만을 보도한 이들이야말로 전체 사회의 안녕에는 관심 없어 하는 점에서 "둔촌은 강동이 아닙니다!" 외침과 닮아 있다고도 하였다.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말이 있다.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지리학자 이-푸 투안에 따르면,

"그저 친근함과 편안함,

보살핌과 안전에 대한 확신,

소리와 맛에 대한 기억,

공동의 활동과 세월이 쌓아온 아늑하고

기쁜 추억으로도 깊은 잠재의식 같은"

마음, '고요한 애착심'을 품을 수 있다.

p139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를 보면, 아무튼 시리즈가 생각난다. 그 시리즈 중에 장강명 작가가 집필한 아무튼 현수동이 있는데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과 결이 비슷하다.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의 음식에 대한, 장소에 대한, 그곳 사람들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존재한다. (아무튼 현수동은 작가가 상상한 동네이다. 상상 속의 마을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작가의 기억에 터 잡아 좋았던 장소를 그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의 저자 또한 추억의 장소가 정치와 문화에 따라, 재개발로 인해 변화되는 과정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려는 것이리라.

 

처음 이 책을 훑어보려 펼쳤을 때는 내가 알지 못하는 재개발과 관련 용어들이 많아서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다행히 남편이 하는 일이 재개발 재건축 관련 일이라 대략적인 사업 내용이나 순서,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법적 다툼 예고 등을 익히 알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겨 읽자 싶었는데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의 도입부가 긍정적이고 밝은 이야기였다. 둔촌주공아파트의 설립 배경과 저자의 추억으로 포문을 열어 중간의 아파트의 배경과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과정까지 그 여정을 담고 있다. 한 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고, 유익한 책이었다.

 

 

다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정치적인 색채는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잘 감춰진듯싶어 다행이다. 대신, 둔촌은 강동이 아니라는 말에 약간의 사심이 들어가 보여서 인간적인 면도 돋보였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도표 등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어려운 용어 등은 각주를 달아 정의를 알려주었다면 더욱 보기 편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오늘은 2023 성북구 한 책, 비문학 최종후보도서 중 하나인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에 대해 읽어보았다.

 

작가의 둔촌주공아파트에 대한 사랑과 애정, 추억 그리고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책,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였다.

 

 

이 리뷰는 [성북구 한 책] 서포터즈 활동으로 작성했습니다. 2023, 성북문화재단과 그믐은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을 주제로 선정된 네 권의 비문학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비문학 한 책 읽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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