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마다 꽃 한 송이 - 매일 꽃을 보는 기쁨 ㅣ 날마다 시리즈
미란다 자낫카 지음, 박원순 옮김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주로 식물의 분류학적 특징과 형태를 묘사하는 일반적인 식물도감과 달리 각각의 꽃이 지닌 특별한 이야기를 큐레이션하여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담았다. p379
꽃에 대한 책을 읽을 줄이야. 예전 꽃을 한번 길러보고자 구입했던 화초키우기 같은 책을 본 이후 오랜만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꽃과 관련된 책이었을까? 아마도 텃밭을 분양받고 그곳에 각종 야채와 채소를 심어놓으면서 다시금 식물 관련 책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날마다 꽃 한 송이는 식물도감 같은 식물과 꽃을 키우는데 토양과 물의 양은 어떻게 조절해야는 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꽃과 그 어원, 명칭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설화나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과 작은 꽃,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고기 썩는 냄새가 나는 꽃, 사람의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우해 일명 최음제로 여겨졌던 꽃, 영양가가 좋아 사람뿐 아니라 닭들의 간식으로도 안성맞춤인 꽃, 큰 줄기와 커다란 꽃으로 화장실 같은 보기 흉한 건물을 가리는데 사용되어 화장실 꽃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꽃 등.. 수많은 꽃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러니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 쓸모와 이유가 반드시 존재하며 귀하고 소중하지 않은 꽃이 하나도 없다. 이 부분은 사람과 비슷한 것 같다. 어떤 모습과 어떤 성격의 사람이든, 남자든 여자든, 그 외의 다른 성 소수자든 어느 하나 귀하고 소중하지 않은 이는 없다는 점 말이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꽃이어도 종류나 품종이 여러 가지여서 그 생김새나 색깔이 제 각각이다.(물론 사람이 품종을 개량한 탓도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였던 '설강화'가 그렇다. 어떤 설강화는 새해 첫날에 꽃이 피고, 다른 품종의 설강화는 크리스마스에 꽃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어떠한가? 이쯤 되면 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나는 날마다 꽃 한 송이가 식물이나 꽃의 생육기간이나 방법 등이 나올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꽃의 이야기에 빠져버렸다.
큰 사진이나 삽화 밑에 짤막하게 그 꽃의 내막과 신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니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또한 이런 이야기로 꽃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길 가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이름 모를 꽃들도 다 그 마다의 속 사정과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잡초라고 치부하지 못할 것이다.
날마다 꽃 한 송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찾아보았다.
'데이지'라는 꽃인데 '낮의 눈'이라 하여 꽃봉오리가 아침에 열렸다 밤에는 닫힌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꽃잎 한 장 한 장씩 떼어내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놀이에 적합한 꽃이라고도 한다.
내가 데이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모양새에서 반한 것이 크다. 봄에 피어 자주 보이기도 하고, 아침이면 이슬을 머금고 활짝 피어 내게 얼굴을 보여주니 그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털고자 살짝 톡 건드려 본다.
가늘고 긴 모가지를 하고 그 모가지에 비해 큰 얼굴을 자랑하는 데이지. 톡 건드리면 통통통 좌우로 흔들리며 물방울을 떨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웃는 얼굴로 나와 마주한다.
잎사귀는 바닥에 붙어있다시피하여 긴 목과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 도도하고 깔끔한 데이지. 내 기억으로는 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유로 나는 데이지를 좋아했다.
봄에만 잠깐 볼 수 있는 작고 수수한 데이지. 거기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정원이나 마당에 화분 몇 개 심어 놓으면 그해 봄을 잔뜩 만끽할 수 있다.
마침 둘째 아이 하원 길에 핀 데이지를 찍어 보았다. 여러 가지 색깔의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끈다. 크기가 아담하니 소박한 꽃, 데이지. 올해도 데이지를 보니 제대로 봄을 맞이하고 있는 느낌이다.
날마다 꽃 한 송이는 잊고 있던 꽃에 대한 느낌도 일깨워 주니 좋은 추억의 책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데이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며 내가 왜 이 꽃을 좋아했는지 기억이 나니 말이다.
당신도 먼 기억 속의 꽃 한 송이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 추억이 아련히 피어나며 사유해 볼 수 있는 책, 꽃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를 꺼내보고 펼쳐볼 수 있는 날마다 꽃 한 송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