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1부 1장 - 04 구매를 이끄는 ‘요술가격’이 실제 존재하는가?

- 미결정 효과


지금까지 사례를 통해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이 소비자―바로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숫자 9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해도, 당신은 그 효과가 왜 나타나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이 붙어 있는 제품을 보았을 때, 우리들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실험에 의해 입증된 것은 거의 없는 실태다.

이 효과에 대한 주요 설명은 쉰들러와 와이만Wiman(1989)의 ‘미결정 효과(under―determination effect)’란 이름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이론은 장기기억으로 기호화된 정보를 이전시키려는 원리와 이 정보들을 회수하는 과정들에 따르는 것이다. 여기서 장기기억이란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다.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을 볼 때, 오른쪽에 위치한 숫자들은 덜 관심을 끌고, 덜 반복되게 된다. 즉 이것은 장기기억으로 이전될 가능성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오른쪽에 위치한 숫자들에는 덜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기억하기 위한 노력 또한 덜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릴 경우, 소비자는 숫자의 오른쪽 부분, 즉 가격의 끝자리는 짐작으로 맞추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짐작은 경우에 따라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결국, 만약 소비자가 끝자리를 9라고 생각해낸다면(왜냐하면 그것이 낯이 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숫자 9가 가지는 가격 가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소비자는 소수점 없는 가격으로 가격을 과소평가한다. 200.00과 199.99를 기억할 때, 이 숫자들은 299와 199로 이전되는 것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한 사례를 살펴보자.

실험자는 몇 명의 피실험자들에게 익숙한 제품들(디지털시계, 35mm 카메라, 사무용 램프 등)이 가격과 함께 표기된 카드를 보여주었다. 이때 가격은 소수점 없이 끝나는 가격과 숫자 9로 끝나는 가격,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실험자는 피실험자들에게 각 카드를 잘 관찰할 것을 주문하고, 나중에 이에 대한 질문이 있을 거라고 말해두었다.

이틀 후, 실험자는 사람들에게 카드를 다시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에게 이틀 전에 보았던 가격을 기억해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첫 번째로 가격을 정확히 기억해낸 비율을 각 가치 단위별(100단위, 10단위, 1단위 등)로 측정해보았다.



100단위


10단위


1단위


소수점 첫자리


소수점 둘째자리


63.0


44.0


37.0


47.0


32.0



숫자가 점차 소수점 아래쪽으로 옮겨갈수록, 기억의 정확성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이는 오른쪽에 위치한 숫자에 대한 주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가정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어떤 방향에서 오류가 생겨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자는 각 유형 가격별로 기억해낸 숫자의 가치가 높은지, 낮은지 아니면 동등한지 따져보았다.

img097 copy.jpg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이 더 많은 기억 오류를 일으켰다. 이처럼 오류들의 결과는 미결정 효과를 설명해주고 있다.

〈쉰들러와 와이만, 1989〉

| 결론 |

제시된 제품 중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에 대한 기억은 실제 가격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구매시에 나타나는 소비자 행동에 대한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즉 가격표가 숫자 9로 끝난 경우, 상품을 덜 비싼 것으로 판단해 구매를 촉진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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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1부 1장 - 03 세일 물건을 사면, 스스로 잘 샀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 가격의 끝자리 유형과 할인에 대한 인식




당신은 이전 가격에 줄이 그어져 있고, 그 옆에 새 가격이 붙어 있는 세일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줄이 그어진 가격(이전 가격)은 소수점 없이 끝나는 가격으로 되어 있는 반면, 새로 제시된 가격은 대부분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이다. 이러한 매장 측의 가격 제시는 당신으로 하여금 두 가격의 차이가 좀더 크고, 따라서 당신이 보다 현명한 구매를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 진짜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이러한 세일 정책은 소비자들의 환불에 대한 지각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는 이런 세일 정책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실험자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친숙한 제품들―시계, 전기 커피메이커, 계산기 등―을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다. 물건들의 가격은 5유로에서 70유로 사이의 제품들이었다. 실험자는 이 슬라이드가 제품의 세일기간 때 찍은 사진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는 제품에 붙어 있는 특이한 가격표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가격표는 이전 가격에 줄이 그어져 있고, 그 아래 새 가격이 씌어 있었다. 물론 실험군에 따라, 어떤 학생들에게는 새로 쓴 가격이 숫자 9로 끝나는 것을, 또 다른 학생들에게는 소수점 없이 끝나는 가격을 보여주었다. 한 예로 원래 13유로짜리 작은 가방의 가격표는 아래와 같았다.




13.00 €


13.00 €


세일가격


세일가격


11.00 €


10.99 €




학생들에게 슬라이드를 다 보여준 뒤, 일정 시간 동안 관심을 돌리기 위해 실험과 관계가 없는 다른 일들을 하도록 시켰다. 이후 실험자는 같은 제품들의 슬라이드를 이번에는 순서를 바꾸어 보여주었고, 가격에 대한 언급 또한 전혀 하지 않았다. 실험자는 학생들에게 그 전의 슬라이드에서 각 제품들의 할인 가격을 떠올려보라고 말하고, 제품들의 할인율이 어느 정도였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제시된 10가지 상품 중 9개에 대해 학생들은 새로운 가격이 숫자 9로 끝날 때가 소수점 없이 끝나는 가격이 제시된 때보다 더 높은 할인율을 보인다고 평가했다.〈게겐과 레고에렐Legoh럕el, 2004〉


| 결론 |

소비자는 한 제품의 가격이 13유로에서 11유로로 내릴 때보다 10.99유로로 내릴 때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그 차이는 아주 미세한 것이다. 소비자는 가격이 숫자 9로 끝날 경우, 그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전체적으로 분석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판단과 평가행동이 왜곡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또 다른 연구에서도 입증되었는데, 정반대의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같은 현상을 보여주었다(게겐, 2001). 실험자는 처음 가격을 9로 끝나는 가격과 소수점 없는 가격 두 가지를 제시하였고, 새로운 가격은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이었다(12.99유로와 13.00유로의 제품을 10.99유로로 낮추었다). 이 실험에서는 소수점 없이 끝나는 가격을 9로 끝나는 가격으로 낮춘 경우를 훨씬 더 높은 할인율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13.00유로에서 10.99유로로).

결과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때도 동일한 소비자의 평가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쉰들러는 가격을 30.00유로에서 31.99유로로 올리는 것이 30.00유로에서 32.00유로로 올리는 것보다 더 현명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틀 간격으로 두 가격을 비교해본 소비자는 첫 번째 경우에서보다 두 번째 경우의 가격 차이를 좀더 큰 것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두 번째 경우에서 소비자들은 물건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했다(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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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사람들은 정말 ‘9’로 끝나는 가격을 좋아하는가?

- 가격의 끝자리와 선택의 방향


쉰들러와 키베리안의 사례에서는 9로 끝나는 가격 아니면 소수점 없이 끝나는 가격 두 종류만으로 실험되었다. 따라서 관찰된 효과가 어떠한 상품에 대한 특별한 처리라기보다 전체적인 가격에 대해 소비자가 받은 인상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요술가격이 다른 협정가격들과 섞여 제시될 때에는 어떨까?


실험자는 학생들에게 카테고리별(음료, 전채요리, 메인요리, 디저트, 샐러드, 수프)로 다른 음식들로 구성된 식단을 짠 뒤, 그것을 주문하게 했다. 카테고리에 따른 선택의 수는 2개에서 28개까지였다. 선택 음식들의 가격은 소수점 없이 끝나는 가격(40.00), 9로 끝나는 가격(39.99), 소수점 아래로 내려가는 가격(40.25, 40.50)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각 학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격의 종류는 특정한 선택사항에 대한 선호나 기피를 통제하기 위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식단의 선택을 위해 1분이 주어졌다.

그 다음으로 학생들에게 설문에 답하게 했다. 이는 그들의 선택에 가격이 미친 중요성과 선택의 어려움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실험자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식단으로 선택한 음식들의 가격을 기억해보기를 요청하였다.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이 붙은 음식이 통계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었다. 역설적으로 학생들에게 그 음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을 때 학생들은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학생들은 그들이 선택한 메뉴의 가격이 얼마인지, 끝자리 수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험자는 학생들이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을 좀더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즉 6.99달러라고 붙어 있는 음식 가격은 6.00달러라고 기억하고 있었던 반면, 7.00달러짜리 음식은 그대로 7.00달러나 오히려 7.25달러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쉰들러와 워렌Warren, 1988〉


| 결론 |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은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주어진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상품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 즉 당신과 나는, 자신의 선택에 이렇게 가격이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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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니콜라 게겐 지음, 고경란 옮김, 김현경 해설 / 지형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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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대표 마케팅 총 집합 by Moonriver

현대는 단연 마케팅으로 시작해서 마케팅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기업들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고객의 각가지 심리를 자극하여 구매를 유도한다.
이 책은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파악한 기업들이 행하는 각 가지 사례와 심리에 관한 실험결과는 다채롭게 보여준다.
9900원. 39900원 등 흔히 볼 수 있는 9로 끝나는 전략이나 잠재의식 속에서 고객의 반응까지도 고려하는 코카콜라, 또는 매장에 오래 또는 빠른 고객 회전이 되게 하는 비결 등 그야말로 흥미로운 마케팅의 이야기이다.
현대의 마케팅은 오감을 자극한다. 매장의 음악이나 냄새가 고객의 심리에 변화를 주고 조명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이야기와 매우 잘 맞아떨어지며, 경영학 박사의 또 다른 해설이 국내의 사례는 어떠한지 실예로 들어가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런 심리적 법칙은 베스트 셀러였었던 로버트 치알디니의 ''심리학의 심리학''에도 상당수 나오는 부분이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보다 더 많은 이야기에 대해서도 다룬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매우 즐겁게 읽읽을 수 있는 일상 생활의 마케팅 보고서이다.

[인상깊은구절]
인간의 오감은 미묘한 차이에도 신속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이와 같이 소리, 음악, 냄새, 조명, 색상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감성에 보다 쉽게 호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큰 만큼 소비자들의 욕구나 목표 소비자들의 특성, 그리고 제품의 특성 및 브랜드 컨셉 등을 잘 파악하여 일관성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적절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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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고객의 심리에 관한 100가지 실험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8점
니콜라 게겐 지음, 고경란 옮김, 김현경 해설/지형
얼마전에 집 근처에 백화점이 신규로 오픈을 했다. 와이프랑 딸 아이와 함께 백화점에 놀러 갔었는데, 지하 식품 매장을 들렀더니 사람들이 오방야끼를 사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오방야끼가 무엇인지 몰랐었는데, 왠지 궁금해져서 20분 이상 줄을 서서 결국 한 팩을 사고야 말았다. 방금 막 구워 낸 오방야끼에는 팥 앙금이 가득차 있었고, 단맛이 적어서 먹기에 아주 좋았다. 무엇이든지 막 만들어진 것은 좋지 않은가?

이 책에 따르면 그 날 나의 행동은 사회적 증거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개인이 어떠한 사항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자신이 가진 정보가 불충분하다 할 지라도 사회적 정보에 의해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그 결과들에 대한 해설이 아주 읽기 쉽게 기술되어 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모든 게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요즘은 실용서 보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실용서임에도 불구하고 도움되는 내용이 많아서 읽은 보람이 있다. 현대 홈쇼핑에 다니는 친구한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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