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이어령 선생님이 신앙을 갖게 되셨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지식인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지식을 좇아가다가 지식의 끝에 이르면 지식의 세계를 넘어 영적 세계에 대해 갈구하게 된다고 읽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이 책에서 지식인들은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생각의 상자나 지식의 상자에서 해방되려는 노력을 한다고 언급하시며 당신께서는 지성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이라고 하셨지만, 지식인의 어느 단계에 오르셨기에 이 시간에 이른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책을 열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데, 읽어내려 가면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무거움과 지성을 갈구하면서 해결되지 않는 어떤 목마름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 인생에 대해 남모를 갈등과 방황... 이런 것을 가진 이들이 더 잘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철학으로도 만날 수 없는, 아무리 애를 쓰고 발견하려 해도 만날 수 없는, 어떤 타는 목마름이 있다는 것, 종국에는 절대적인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선생님의 가족적인 상황으로 인해 신앙이 더 깊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선생님도 밝히셨듯이 개인적인 목마름이 있으셨기에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시작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나니아 연대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C.S.루이스가 떠올랐다. 그는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 등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글을 쓴 학자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C.S.루이스나 이어령 선생님 등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알려져 있는 분들이 나중에 신앙을 가지게 되는 분들이 사실 이렇게 자신의 신앙을 공식화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용기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진정한 지성인이라면 자신이 알게 된 것을 감춰 두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떻게든 말해 주고 싶으신 것이다. 그래서 이 책도 나오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책으로 많은 지식을 접하게 되고 있지 않은가.)

지식의 세계 외에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영적 세계에 대해서 궁금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어령 선생님이 자신의 지식 세계에서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성인답게 묘사해 놓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