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자 거장의 클래식 1
바이셴융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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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 '불효자'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던 바이셴융의 '孼子'가 정식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거장의 클래식이라는 시리즈 제목, 빨간 표지, 강렬한 한자 서체, 두툼한 두께까지 더하면 진입 장벽이 엄청난,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주지만, 막상 손에 잡으면 거짓말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작품이 발표된 지 벌써 40년이 지났다는데, 읽는 내내 40년 전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주류로 제각기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다. 그들이 인연을 맺는 모습을 보면 마치 추위에 지친 어린 새들이 바싹 붙어 온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타이베이시 신공원에서 헤매는 소년들에 관한 묘사, 아펑과 룽쯔의 과거, 리칭의 남동생과 아우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꼭 그랬어야만 했냐고 묻고 싶기도 하고, 앞으로 잘 살아갈 수는 있으려나 생각하며 읽는 동안 긴 이야기가 끝났다.

첫 독서에서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느라 부모 세대의 심정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옛 번역 제목이 불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옮긴이의 말'에 나온 작가와 그의 부친에 관한 이야기까지 읽고서야 간과한 점을 깨달았다. 간접적으로만 나오는 아버지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다시 읽게 된다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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