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프리드리휘 뒤렌마트, 스위스 베른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저널리스트로도 활동을 하였고 스위스에서는 국민적인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1956년 뒤렌마트라는 희극에 걸작이라는 명칭을 안겨준 <노부인의 방문> 이후 2년 뒤 추리 소설의 인습을 무참히 깨뜨려버리는 <약속>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약속>이후 뒤렌마트는 추리 소설을 더 이상 쓰지 않았다고 한다.

 

뒤렌마트는 왜 추리 소설의 인습을 깨뜨리려고 했을까? <노부인의 방문>에서 인간성의 참혹한 비판과 풍자, 집단의 탐욕과 고독한 개인의 무기력으로 촉발되는 존재의 위험성이 이 <약속>이라는 추리 소설에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문학선 115로 선보인 이 책에는 <약속>외에도 인간 사고의 부재를 다룬 <사고>, 2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약속>에서는 H박사와 경찰국장과의 대화를 통해 사건으로 독자들을 빨려들게 한다.

 

취리히시 근교의 작은 마을 메겐도르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 기존의 추리 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사건의 발생, 유능한 수사관의 등장, 운명적인 증거의 발견,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예상할지 모르지만 이 <약속>에서는 그 추리 소설의 고정관념을 무참히 짖밟아 버린다.

 

그래서 이 책 서문에 “추리 소설에 바치는 진혼곡”이라고 했던가?

 

마테 경감은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에게 자기의 목숨을 걸고 살인자를 찾아 내겠노라고 무작정 약속을 해버리게 된다. 그 약속은 비인간적인 존재의 세계에서 지내온 마테 경감에게 인간의 양심과 선의가 자리 잡고 있는 세계로 이끌게 되지만 헤어 나올 수 없는 참혹한 “약속”에 사로 잡혀 자신의 존재마저 망각한 채 비 형이상학적인 이미지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마테 경감에게 사건의 해결은 약속의 이행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사건의 해결은 곧 “약속”의 추상적이고도 상직적인 이데아가 파괴되어 버리게 되고 곧 그 파괴는 자기 존재의 파괴와 동일한 그 무엇이기 때문에 그 파괴를 두려워하면서 불안과 초조 그리고 인간의 고독을 느끼며 평생 살아가게 된다.뒤렌마트는 경찰국장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추리소설에 대해 신랄한 풍자를 드러낸다.

 

즉 “추리 소설이 추리 소설의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을 담고 동시에 사건이 해결되지만 그 해결은 기존의 추리 소설과는 다르다.”라는 것을 일러주는 독특한 형식이다. 과연 뒤렌마트는 천재적인 작가임에 틀림없을을 이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또 다른 한편의 소설 <사고>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 나는 카프카의 <소송>과 비슷한 맥락의 소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카프카의 <소송>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죄 없이 체포되어 심문을 받게 되는데,

 

“소송”을 통해 인간의 삶 자체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죄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고>에서도 모의 재판을 통해 인간 사고의 부재로 인해 발생되는 인간의 “원죄”에 대해 신랄한 풍자를 보여주게 된다.

 

직물판매업에 종사하는 알프레도 트랍스, 그는 시대의 평범한 인물이다. 우연히 자동차가 멈춰버리는 우연한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근처의 민가에서 우연히 3명의 할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재판놀이”에 참여하게 되면서 예축하지 못했던 결말을 뒤렌마트는 우리에게 선사한다.

 

<사고>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 사고의 부재”를 다루고 있다. 평범하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의미한 “사고”들이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일까?

 

 

뒤렌마트의 <약속>과<사고>는 추리소설의 새 지평을 연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과연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았겠지만 추리 소설에서 광신적인 즐거움을 얻는 독자라면 짧은 시간에 헤어나올 수 없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뒤렌마트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게 해주는 뜻 깊은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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