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면서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이애경 작가가 세 번째 이야기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로 우리에게 또 하나의 감동적인 여행에세이를 들려준다.
모든 여행에세이는 책 표지가 바로 설렘이라는 출발지가 되고 부푼 기대를 안고 책 속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바람처럼~ 한 낮 가벼운 존재로서 일상이라는 지루함을 남겨둔 채 바람을 타고 저 멀리 저 멀리 우리가 평소에 맘속에 동경하던 그 곳으로 말이다.
이애경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인용문)
조금 더 낯선 곳으로
조금 더 이질적인 곳으로
내 몸을 채근해 떠난다
나에게로 달려드는 모든 의미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전 세계 30여개국을 돌며 이애경 작가가 마주치게 되는 추억의 조각들과 아름다운 사진들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떠날 용기가 없는 독자들에게 떠날 용기를 복돋아 주는 달콤한 에세이들이 30대 후반의 시들어버린 나의 봄에 청춘을 담은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된 아름다운 책이었다.
몽고메리의 “빨간머리 앤” 중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를 이 책에서 접하게 되어 아주 기뻤다.(인용문)
“엘리지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세상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은 우리에게 관습처럼 익숙하고 나태해져버린 그길, 우리에게 반복적인 일상을 시계의 초침위에 올려놓은 그 시간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과 관계에 있어서는 일어날 수 없는 듯하다.
미지의 세계, 약간의 두려움의 외투를 입고 낯선 거리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존재를 접하게 될 때 바로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해던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여행이라는 열쇠가 우리 손에 쥐어져 있는데도 우리 앞에 닫혀 있는 그 문앞에서 열쇠로 돌리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리 어려운 걸까?
1년여 전에 일본 우에노 공원을 간적이 있다. 우에노 공원의 벚꽃과 수련초, 그리고 호숫가의 오리배들, 그리고 낡은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던 젊은이들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이 책이 마치 원본 필름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읽을 때마다 그 느낌과 설렘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다시 현상되는 듯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무엇이든 나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마치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는 그 착각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존재의 무거움을 비우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비우지 못한 채 우리 자신을 방치해버리게 된다. 그 무거움에 억눌린채 말이다.
그 무거움을 비워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여행이고 그냥 빈 가방하나 들고 떠나면 될 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여행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서툰 용기가 맘속에서 싹트고 있다는 걸 이 책의 마지막의 에필로그를 읽는 순간 알게 되었다. 비록 이애경 작가의 풍부한 감수성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실력은 안되더라도 그냥 형식에 얽매임 없이 내가 느끼고 나의 눈에 현상된 여행의 자유로움이라는 사진을 앨범에 끼워 놓듯 말이다.
여행은 새로운 길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익숙한 그 길과 잠시 헤어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길은 변하지 않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변화된 내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다. 비록 여행에세이를 읽는다고 해서, 그 글자들이 일상으로 가득찬 우리의 망막에 알알이 부딪혀 자극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 외로움은 꿈쩍도 하지 않겠지만,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여행지들, 그리고 이애경 만의 독특한 감성에세이를 읽게 된다면 아마 내일 인터넷을 뒤지며 할인 항공권 예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나마 그 외로움을 잊을 여유를 우리에게 안겨주면서 말이다.